
같은 배를 탔는데 아스란만 빨간색입니다
ST09 스타트 덱만 혼자 세 가지 색입니다. 세어보니 색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였어요. 세이버 건담은 빨간 카드인데 발동 조건이 보라 카드입니다.
건담 카드게임의 스타트 덱은 보통 두 가지 색으로 짜여 있습니다. 주인공 기체 한 색, 라이벌 기체 한 색. 열 개 덱 중 아홉 개가 그랬어요. 그런데 ST09 「Destiny Ignition」만 혼자 세 가지 색입니다. 보라 17장, 빨강 8장, 하양 8장.
왜 이 덱만 하나가 더 붙었는지 세어봤습니다. 답은 색이 아니라 사람 쪽에 있었어요.
한 덱에 세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색을 사람 이름으로 바꿔 읽으면 이렇게 됩니다.
보라 17장은 신 아스카의 물건입니다. 임펄스 건담, 포스 임펄스, 소드 임펄스, 블래스트 임펄스, 자쿠 워리어, 전함 미네르바, 그리고 신 본인까지. 소속 표기도 전부 〔자프트〕〔미네르바대〕로 같습니다.
하양 8장은 키라 야마토 쪽입니다. 프리덤 건담 두 판본과 아크엔젤, 스트라이크 건담. 소속은 〔오브〕.
빨강 8장이 아스란 자라입니다. 세이버 건담 두 판본, 이지스 건담(MA 모드), 블리츠, 듀얼, 전함 베사리우스, 그리고 아스란 본인.
여기서 이상한 게 하나 걸립니다. 세이버 건담의 소속 표기는 〔자프트〕〔미네르바대〕예요. 신의 임펄스와 똑같습니다. 같은 부대, 같은 배. 그런데 임펄스는 보라고 세이버만 빨강입니다.
미네르바대 태그가 붙은 카드는 이 덱에 14장 있습니다. 12장이 보라, 세이버 2장만 빨강. 예외가 딱 이 기체 하나예요.
원작을 아는 분은 여기서 웃으실 겁니다. 아스란은 미네르바에 파견 나온 사람이거든요. 같은 배를 타지만 소속은 자프트 본대고, 계급은 FAITH입니다. 신의 상관이 아니라 손님에 가까운 위치죠. 카드는 그걸 색 한 칸으로 적어놨습니다.
빨간 카드가 보라 카드를 셉니다
더 재미있는 건 세이버 건담의 능력 문장입니다. 카드를 확대해서 읽어봤어요.
세이버 건담은 Lv.6 / 코스트 5, AP 5 · HP 4입니다. 능력이 두 줄인데 아래쪽이 이렇습니다.
링크 중 — 자기 트래시에 「보라 카드」가 5장 이상이면, AP 5 이하 유닛 전체에 2 데미지.
빨간 카드인데 발동 조건이 보라 카드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요. 보라 덱 안에 한 장 섞여 들어가야 제 몫을 합니다.
이걸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색이 그냥 구분용 딱지인 줄 알았거든요. 아니었어요. 소속은 빨강인데 싸우는 자리는 보라라는 상황을, 게임 규칙으로 번역해 놓은 겁니다.
아스란의 색은 두 번 바뀝니다
기왕 나온 김에 아스란의 기체를 시간순으로 늘어놨습니다.
이지스 건담(ST04-006) — 빨강, 〔자프트〕. Lv.4 / 코스트 3, AP 4 · HP 3. 공격할 때 이 유닛의 AP가 5 이상이면 Lv.5 이상 상대에게 3 데미지. AP가 4인 기체한테 「AP 5 이상이면」이라는 조건을 달아놨어요. 아스란을 태워야 열립니다.
저스티스 건담(GD01-066) — 하양, 〔삼척동맹〕. Lv.7 / 코스트 5, AP 5 · HP 5. 배치하면 「파툼-00」 토큰을 같이 깔아줍니다. 원작에서 등에 붙였다 떼는 그 판때기가 토큰이 됐어요.
세이버 건담(ST09-003) — 다시 빨강, 〔자프트〕〔미네르바대〕.
빨강에서 하양으로, 하양에서 다시 빨강. 자프트에 있다가 배신하고 삼척동맹으로 갔다가 다시 자프트로 돌아온 사람의 이력이 그대로 나옵니다. 저는 이걸 세 장 나란히 놓고서야 알아챘어요.
키라 쪽은 방향이 다릅니다
같은 방식으로 키라의 기체를 늘어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에일 스트라이크(〔지구연합〕)가 하양, 프리덤(〔삼척동맹〕)도 하양, 그리고 스트라이크 프리덤(〔오브〕)이 파랑입니다. 아스란처럼 왔다 갔다 하지 않고 한 번만 갈아탑니다.
그리고 키라의 파일럿 카드에는 재미있는 문장이 있어요.
GD05-081 키라 야마토(보정 +2 / +2)의 능력은 「이 유닛이 〔오브〕 또는 〔삼척동맹〕이면 1장 드로」입니다. 지금 소속과 예전 소속을 둘 다 인정해 줍니다. 카드 한 장이 이 사람의 이력을 통째로 안고 있는 셈이에요.
그림도 다릅니다. 아스란은 빨간 파일럿 슈트를 입고 우주에 떠 있는데, 키라는 책장 앞에 서 있어요. 옆에 라크스가 있고 둘 다 평상복입니다. 전투 장면이 한 컷도 없습니다.
같은 기체인데 색이 다른 카드
여기서 반례가 하나 나옵니다. 스트라이크 프리덤은 파랑이라고 했는데, 하얀 스트라이크 프리덤도 있어요.
EB01 「Eternal Nexus」의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 (EX)입니다. 형식번호는 ZGMF-X20A로 GD05판과 똑같아요. 그런데 색이 하양이고, 소속 표기가 〔오브〕가 아니라 〔지제네〕입니다.
결정적인 건 카드 맨 아래 LINK 칸이었습니다. GD05판은 「키라 야마토」라고 적혀 있는데, EB01판은 「특징(공격형)」이라고 적혀 있어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공격형 파일럿이면 아무나 태울 수 있다는 뜻이죠.
G제네레이션은 원래 작품끼리 섞어 노는 게임이니까요. 파일럿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소속도 없고, 소속이 없으면 색도 오브가 아니게 됩니다. 같은 기체를 두 색으로 만든 건 실수가 아니라 설계였습니다.
그런데 오브는 원래 하얀색이었습니다
여기서 제 설명이 한 번 막힙니다. 〔오브〕 태그가 붙은 카드를 세트별로 세어봤어요.
GD01 2장 하양, ST09 2장 하양, 프로모 1장 하양, SC01 1장 하양. 그리고 GD05 16장 전부 파랑입니다. 예외가 없어요.
그러니까 키라가 소속을 옮겨서 파랑이 된 게 아니라, 오브라는 진영 자체가 GD05에서 통째로 파랑으로 이사한 겁니다. 같은 세트의 아카츠키도, 카가리도, 스트라이크 루주도 다 파랑이 됐습니다.
이유를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짚이는 건 있어요. GD05의 색 분포를 세보면 보라 38 · 빨강 38 · 하양 38 · 초록 37 · 파랑 36입니다. 다섯 색이 두 장 차이 안에 들어와요. 부스터 세트는 색을 기계적으로 맞춰 찍습니다.
그런데 GD05에는 극장판 SEED와 건담 W 엔들리스 왈츠가 같이 실렸고, W 쪽 기체들이 하양을 가져갔습니다. 하양 칸이 이미 찼으니 오브가 파랑으로 밀렸다 — 이게 제 해석입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어서 짐작으로만 적어둡니다.
값은 27.8배, 한 장 빼도 7.2배
이야기는 팽팽한데 시세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기체를 이름으로 묶어 세어봤어요.
키라 계열(스트라이크·프리덤·스트라이크 프리덤 등) 49장 중 값이 붙은 건 12장, 합계 2,904,546원. 아스란 계열(이지스·저스티스·세이버) 12장 중 4장, 합계 104,466원. 27.8배 차이입니다.
이런 숫자는 대개 맨 위 한 장이 만듭니다. 그래서 양쪽에서 최고가를 한 장씩 빼고 다시 세어봤어요. 키라 454,226원, 아스란 62,784원. 7.2배로 줄지만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제 의심이 빗나갔네요.
값이 붙은 카드만 따로 보면 이렇습니다.
키라 쪽 — 스트라이크 프리덤 LR++ 2,450,320원 · 프리덤(ST09) LR+ 121,906원 · 스트라이크 프리덤 LR+ 91,560원 · 프리덤(GD03) LR+ 48,658원 · 프리덤(GD01) LR+ 34,008원
아스란 쪽 — 이지스 LR+ 41,682원 · 저스티스 LR+ 34,880원 · 저스티스(EX) R+ 15,696원 · 저스티스 LR 12,208원
아스란 쪽 천장이 4만 원대입니다. 세이버 건담은 네 판본 전부 0원이에요.
그 245만원은 매물 두 건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번 찬물을 끼얹어야겠습니다. 스트라이크 프리덤 LR++의 245만 원이 어디서 나온 값인지 원본을 열어봤어요.
8월 25일 관측에 매물이 두 건이었습니다. 28만 1천 엔과 41만 엔. 화면값은 그중 싼 쪽입니다. 그리고 9월 6일 관측에는 이 카드 매물이 한 건도 없습니다.
두 건이면 시세가 아니라 그날 판 사람 두 명의 사정이죠. 다른 카드도 비슷합니다. 이지스 LR+는 8월에 한 건(4,780엔), 9월엔 없음. 저스티스 LR+는 세 건에서 한 건으로 줄었고, GD03 프리덤은 여섯 건에서 0건이 됐어요.
제가 지난주에 매물이 줄면 최저가가 저절로 오른다는 걸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적이 있는데, SEED 계열도 같은 구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 이 값들은 「비싸다」가 아니라 「안 팔고 있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축에서는 아무것도 사거나 팔지 않습니다. 건담 카드 1,817장 중 값이 붙은 건 185장(10.2%)이고, 관측은 아직 두 번뿐이에요. 게다가 핵심 카드들은 매물이 한두 건입니다. 점 두 개로는 선을 못 긋습니다.
다만 ST09 덱은 다른 이유로 권할 만합니다. 39장짜리 덱 하나에 신 아스카·아스란·키라 세 사람이 각자 자기 색으로 들어 있고, 그중 세이버 건담은 「빨강인데 보라를 세는」 카드예요. 이런 구성을 낱장으로 모으려면 세 세트를 건너다녀야 합니다. 덱값은 12만 원대인데 그 안의 프리덤 LR+ 한 장이 12만 1,906원이니, 사실상 나머지 38장이 덤인 셈이고요. (다만 덱값과 카드값은 관측일이 다릅니다. 곧이곧대로 빼면 안 돼요.)
그리고 솔직히, 저는 아스란 쪽 카드를 더 좋아합니다. 값으로는 7배 지지만 색이 두 번 바뀐 사람의 카드가 더 재미있잖아요.
다음에 다시 셀 숫자
9월 26일에 스타트 덱 네 종(ST11~ST14)이, 10월 31일에 GD06이 나옵니다. 그때 이 세 개를 다시 보겠습니다.
① 세이버 건담 네 판본이 여전히 0원인지 ② 오브 진영이 새 세트에서도 파랑인지, 아니면 하양으로 돌아가는지 ③ 스트라이크 프리덤 LR++ 매물이 0건에서 몇 건이 되는지.
②가 제일 궁금합니다. 파랑으로 굳으면 진짜 이사고, 하양으로 돌아가면 GD05 한 세트의 사정이었다는 뜻이니까요.
※ 시세는 일본 스니커덕 매물 기준이고 8월 25일·9월 6일 두 번 관측한 값입니다. 환율은 100엔당 872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카드 능력 문장은 카드 이미지를 직접 확대해 읽은 것이라 오독이 있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