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카드인데 알파벳 하나에 32%가 사라집니다
일본 무등급 실거래 5만 건에 붙어 있는 A/B/C/D 표기. 같은 카드 557쌍을 짝지어 재보니 B는 A의 0.68배, C는 0.53배, D는 0.45배였습니다.
일본 카드 시세를 들여다보다가 처음 보는 칸을 발견했습니다. 등급 슬라브 얘기가 아닙니다. 감정도 안 보낸 맨카드인데, 거래 기록마다 A · B · C · D 중 한 글자가 붙어 있더군요.
같은 카드, 같은 무등급, 같은 달. 글자만 다릅니다. 그런데 값이 다릅니다.
롤로노아 조로 망가 패러렐(OP06-118_p2)은 A가 271만 원, B가 156만 원에 팔렸습니다. 42% 차이. 슬라브도 아니고 판본도 같은데 말이죠.
■ 먼저 정직하게 — 저도 A가 뭔지는 모릅니다
이 글이 쓴 데이터
일본 거래 플랫폼에서 실제로 팔린 기록만 모았습니다. 부른 값(판매글)은 뺐고, 등급 슬라브(PSA·BGS 등)도 뺐습니다. 남은 건 무등급 실거래 54,300건이고, 여기에 A/B/C/D 표기가 붙어 있습니다.
비율은 A 47,546건(87.6%) · B 6,077건(11.2%) · C 527건(1.0%) · D 150건(0.3%).
이 글자가 정확히 무슨 기준인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플랫폼이 매기는 표기라 공개된 기준 문서를 못 찾았어요. 그래서 정의를 설명하는 대신 값으로 순서를 역산했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같은 카드에서 A와 B가 둘 다 팔린 경우만 골라 짝을 지었습니다. 카드가 다르면 비교가 안 되니까요. 그렇게 나온 짝이 557개입니다.
■ 순서가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 비교 | 짝 개수 | A 대비 중앙값 |
|---|---|---|
| A → B | 557쌍 | 0.68배 |
| A → C | 167쌍 | 0.53배 |
| A → D | 55쌍 | 0.45배 |
알파벳 순서대로 값이 내려갑니다. 예외가 거의 없어요. A/B 짝 557개 중 B가 더 싼 카드가 477개(86%), B가 더 비싼 카드가 72개(13%)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A가 좋은 쪽, D로 갈수록 나쁜 쪽. 기준 문서 없이도 값이 알려줍니다.
그리고 A가 전체의 87.6%예요. A는 특별한 게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B가 붙었다면 그게 표시입니다.
■ 표본이 두툼한 카드로 다시 봤습니다
양쪽 다 5건 이상 팔린 카드만 추렸습니다. 한두 건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하니까요.
| 카드 | 번호 | A(건수) | B(건수) | 배율 |
|---|---|---|---|---|
| 골 D. 로저 | OP09-118_p2 | 496.8만 (5) | 358.8만 (9) | 0.72 |
| 사카즈키 | OP16-065_p2 | 419.1만 (97) | 308.2만 (29) | 0.74 |
| 쿠잔 | OP16-063_p2 | 340.4만 (79) | 242.8만 (26) | 0.71 |
| 몽키 D. 루피 | OP09-119_p2 | 312.8만 (9) | 182.1만 (15) | 0.58 |
| 볼사리노 | OP16-073_p2 | 302.6만 (100) | 193.2만 (19) | 0.64 |
| 롤로노아 조로 | OP06-118_p2 | 271.3만 (10) | 156.4만 (7) | 0.58 |
| 보아 행콕 | OP07-051_p2 | 184.0만 (12) | 137.7만 (20) | 0.75 |
| 샹크스 | OP01-120_p2 | 179.4만 (18) | 124.2만 (13) | 0.69 |
| 보아 행콕 | EB03-026_p2 | 170.2만 (38) | 109.1만 (18) | 0.64 |
| 포트거스 D. 에이스 | OP02-013_p2 | 165.4만 (19) | 128.8만 (8) | 0.78 |
| 몽키 D. 루피 (리더) | OP17-079_p2 | 164.2만 (72) | 107.6만 (28) | 0.66 |
| 몽키 D. 루피 | OP11-118_p2 | 163.5만 (16) | 108.0만 (12) | 0.66 |
| 포트거스 D. 에이스 | OP13-119_p2 | 152.7만 (17) | 103.2만 (21) | 0.68 |
| 상디 | OP06-119_p3 | 138.0만 (12) | 82.8만 (9) | 0.60 |
| 나미 | OP01-016_p7 | 134.7만 (10) | 82.7만 (13) | 0.61 |
| 에넬 | OP15-118_p2 | 133.4만 (42) | 112.4만 (13) | 0.84 |
| 샹크스 | OP09-004_p5 | 133.4만 (32) | 91.9만 (15) | 0.69 |
| 몽키 D. 루피 (리더) | EB02-010_p1 | 131.1만 (64) | 70.3만 (38) | 0.54 |
| 트라팔가 로 | OP05-069_p2 | 126.5만 (16) | 64.4만 (6) | 0.51 |
| 카이도 | OP17-062_p2 | 119.6만 (7) | 92.0만 (14) | 0.77 |
| 우타 | EB03-061_p2 | 112.7만 (22) | 82.8만 (16) | 0.73 |
| 샹크스 | OP09-004_p2 | 96.6만 (10) | 78.2만 (10) | 0.81 |
배율이 0.51~0.84 사이에 모여 있습니다. 카드가 100만 원대든 500만 원대든, 캐릭터가 누구든 비슷합니다.
제일 손해가 큰 쪽은 트라팔가 로(OP05-069_p2) 0.51배. A로 사면 126만 원, B로 사면 64만 원입니다. 반토막.
제일 덜 벌어지는 쪽은 에넬(OP15-118_p2) 0.84배. 이건 올해 2월 나온 최신 탄이라 아직 시장에 물량이 도는 중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 뒤집힌 카드가 두 장 있습니다
B가 A보다 비쌌던 두 장
· 토니토니 쵸파(EB01-006_p2) — A 147.2만(14건) vs B 165.6만(5건) = 1.13배
· 나미(ST01-007_p1) — A 128.8만(24건) vs B 133.4만(6건) = 1.04배
둘 다 B 표본이 5~6건입니다. 저는 이걸 "B가 더 좋다"로 안 읽습니다. 몇 건 안 되면 그날 누가 얼마에 샀느냐가 그대로 중앙값이 되니까요.
실제로 표본이 두툼한 쪽을 보면 방향이 한결같습니다. 사카즈키는 A 97건·B 29건, 볼사리노는 A 100건·B 19건인데 둘 다 0.74·0.64로 내려갑니다.
■ 한글판 값과 나란히 놓으면
여기서부터가 한국 컬렉터에게 쓸모 있는 부분입니다. 일본판을 직구할까 말까 고민할 때, A냐 B냐가 한일 가격 차이만큼 큰 변수거든요.
| 카드 | 일본 A | 일본 B | 한글판 카드샵 |
|---|---|---|---|
| 골 D. 로저 OP09-118_p2 | 496.8만 | 358.8만 | 200만 |
| 몽키 D. 루피 OP09-119_p2 | 312.8만 | 182.1만 | 100만 |
| 롤로노아 조로 OP06-118_p2 | 271.3만 | 156.4만 | 70만 |
| 보아 행콕 OP07-051_p2 | 184.0만 | 137.7만 | 150만 |
| 샹크스 OP01-120_p2 | 179.4만 | 124.2만 | 50만 |
| 보아 행콕 EB03-026_p2 | 170.2만 | 109.1만 | 160만 |
| 포트거스 D. 에이스 OP13-119_p2 | 152.7만 | 103.2만 | 200만 |
| 샹크스 OP09-004_p5 | 133.4만 | 91.9만 | 200만 |
| 트라팔가 로 OP05-069_p2 | 126.5만 | 64.4만 | 65만 |
| 우타 EB03-061_p2 | 112.7만 | 82.8만 | 150만 |
구탄은 한국이 훨씬 쌉니다. 조로는 일본 A의 4분의 1, 샹크스는 3분의 1이에요.
그런데 최근 세 탄은 반대입니다. 에이스·샹크스·우타 세 장은 한글판 카드샵가가 일본 A보다 위예요. 이건 예전에 한일 시세 격차를 다룬 글에서 본 그림 그대로입니다.
재밌는 건 이겁니다. 트라팔가 로는 일본 A가 126만, B가 64만인데 한글판 카드샵가가 65만이에요. A를 사면 두 배를 내고, B를 사면 한글판과 똑같은 값을 냅니다. 글자 하나가 "직구가 이득이냐"를 통째로 뒤집는 자리죠.
■ 함정 하나
C가 A보다 비싸 보이는 카드가 있습니다.
레드 망가 루피(OP13-118_p3)는 A 644만·B 626만인데 C가 1,564만 원으로 찍혀 있습니다. A의 2.4배.
그런데 C 기록이 딱 1건입니다. 한 번 팔린 값이지 시세가 아니에요. 이런 건 표에 넣으면 안 됩니다.
C·D는 전체의 1.3%뿐이라 카드 하나하나로 보면 거의 이렇습니다. 557쌍을 한꺼번에 모아서 중앙값을 낼 때만 의미가 있어요.
■ 저라면 이렇게 합니다
하나. 일본판 시세를 볼 때 A인지 B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근거는 557쌍입니다. B는 A의 68%예요. 100만 원짜리를 보고 있는데 그게 B 기준이면 A는 147만 원입니다. 같은 카드 시세를 32% 잘못 읽고 시작하는 셈이죠. 등급 슬라브만 신경 쓰다가 이 칸을 놓치기 쉽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봤어요.
둘. 그런데 B를 피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근거는 트라팔가 로입니다. A 126만·B 64만인데, B가 한글판 카드샵가와 같은 자리예요.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림만 보겠다면 B가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값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A값을 내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
오를지 내릴지 얘기가 아닙니다. 같은 물건에 두 개의 값이 붙어 있는데 그중 뭘 보고 있는지 알자는 겁니다.
■ 아직 모르는 것
두 가지는 이번에도 답을 못 냈습니다.
A/B/C/D의 정확한 기준. 값으로 순서는 역산했지만, B가 스침 자국인지 휨인지 인쇄 편차인지는 데이터에 안 남습니다. 판매글 제목에도 그냥 글자 하나만 적혀 있어요.
왜 배율이 0.68에 모이는가. 카드값이 100만이든 500만이든 비슷한 비율로 깎입니다. 상태 손상의 크기가 아니라 "B라는 딱지" 자체에 값이 붙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짐작입니다.
세 줄 정리
① 일본 무등급 실거래엔 A/B/C/D 표기가 붙고, 87.6%가 A다.
② 같은 카드 557쌍을 짝지으면 B는 A의 0.68배, C는 0.53배, D는 0.45배.
③ 등급 슬라브가 아니어도 값은 갈린다. 시세를 볼 때 글자부터 확인할 것.
한글판에는 이 칸이 없습니다. 국내 카드샵은 상태 표기를 따로 안 쓰고, 경매 제목에 가끔 "직뽑"이나 "S급"이 적힐 뿐이죠. 그 표기가 값을 얼마나 가르는지는 지난번에 세어본 적이 있는데, 일본만큼 일정하진 않았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재보겠습니다. 표본이 더 쌓이면 0.68이라는 숫자가 유지되는지, 아니면 카드값대별로 갈라지는지 볼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