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갸라도스만 이름의 유래가 없습니다
포켓몬 151마리 중에서 이름의 유래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포켓몬이 딱 하나 있습니다. 갸라도스입니다. 디자이너 스기모리 켄이 직접 밝힌 얘기입니다. 이름에 특별한 뜻은 없고, 그냥 어감이 세서 골랐다고 합니다. 다른 포켓몬 이름은 대부분 말장난이거나 합성어인데, 갸라도스만 그런 설명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스컬크라켄이 될 뻔했다 사실 영어판 이름 후...
포켓몬 151마리 중에서 이름의 유래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포켓몬이 딱 하나 있습니다. 갸라도스입니다.
디자이너 스기모리 켄이 직접 밝힌 얘기입니다. 이름에 특별한 뜻은 없고, 그냥 어감이 세서 골랐다고 합니다. 다른 포켓몬 이름은 대부분 말장난이거나 합성어인데, 갸라도스만 그런 설명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스컬크라켄이 될 뻔했다
사실 영어판 이름 후보는 따로 있었습니다. 레드·그린 개발 초기 베타 버전에서 영문명은 「Skulkraken」(스컬크라켄)이었습니다. 해골(Skull)과 전설의 바다 괴물 크라켄(Kraken)을 합친 이름입니다.
그런데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법무팀이 이 이름을 반려했습니다. 정확한 사유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결국 번역가 노부 오가사와라의 제안으로, 영어판도 일본어 이름 Gyarados를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한국어판 '갸라도스'도 이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겁니다.
팬들 사이 유래 추측은 여럿입니다. 일본어 '학살(虐殺, 갸쿠사츠)'에서 왔다는 설, '역경(逆境, 갸쿄)'에서 왔다는 설, 영어 gallant(용맹한)에서 왔다는 설까지 있습니다. 저는 '역경' 쪽이 제일 그럴듯하다고 봅니다. 잉어킹 시절의 설움을 생각하면 뜻이 통하니까요.
잉어킹은 왜 용이 됐을까
지난 잉어킹 이야기에서 다뤘듯, 잉어킹은 가장 약한 포켓몬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레벨 20을 넘기면 갑자기 갸라도스로 진화합니다. 이 극적인 반전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중국 고사 '등용문(登龍門)'입니다. 잉어가 거센 급류를 거슬러 올라 용문이라는 폭포를 뛰어넘으면 용이 된다는 전설입니다. 실제로 게임 속 기술 '폭포오르기'로 잉어킹이 갸라도스로 진화하는 설정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잉어킹의 모티브인 비단잉어(코이)가 원래 인내와 출세의 상징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용을 닮았지만 용은 아니다
등용문 전설대로면 갸라도스는 동양의 용입니다. 생김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타입은 물/비행입니다. 드래곤 타입이 아닙니다.
성격도 반전입니다. 동양의 용은 대체로 인자하고 상서로운 존재로 그려지는데, 갸라도스는 정반대입니다. 도감 설명에 따르면 진화하며 뇌세포 구조가 재구성돼 극도로 흉포해집니다. 한번 날뛰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다고 전해지고, 태풍이 몰아쳐도 분이 풀릴 때까지 한 달을 날뛴 기록까지 있습니다. 생김새는 동양의 용, 성격은 서양의 드래곤인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다룬 망나뇽은 정확히 반대입니다. 생김새는 서양 드래곤을 닮았는데 성격은 순합니다. 두 마리를 나란히 놓으면 이만큼 대조적인 한 쌍도 드뭅니다.
분노의 호수, 이로치의 시작
골드·실버(2세대)에는 '분노의 호수'라는 장소가 나옵니다. 갸라도스가 날뛰어서 생겼다는 설정의 호수입니다. 성도지방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들러야 합니다.
여기서 만나는 갸라도스는 색이 빨갛습니다. 이 빨간 갸라도스가 게임 역사상 최초로 스토리에 고정 등장한 '이로치'(색이 다른 포켓몬)입니다. 원래 이로치는 등장 확률이 극히 낮아 존재 자체를 모르고 게임을 끝내는 유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개발진이 이 시스템을 알리려고 일부러 스토리에 심어 놓은 장치가 바로 분노의 호수의 빨간 갸라도스입니다.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나옵니다. 무인편 237~238화, 로켓단이 전파로 야생 잉어킹을 강제로 빨간 갸라도스로 진화시키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챔피언 목호와 지우 일행이 나서서 연구소를 무너뜨리고 갸라도스를 풀어줍니다.
카드로 보는 갸라도스
이름값에 비해 카드값은 소박한 편입니다. 표를 만들다가 저도 좀 놀랐습니다. 리자몽·뮤츠·피카츄처럼 수백만 원대 카드가 수두룩한 포켓몬들과 비교하면 갸라도스는 한참 아래입니다.
| 카드 | 세트 | 무등급 | 등급 시세 |
|---|---|---|---|
![]() 갸라도스 EX SR (이로치) |
천공의 분노 | 9,500원 | BRG9 156,000원 |
![]() 갸라도스 VMAX RRR |
창공스트림 | 4,500원 | BRG10 44,500원 |
![]() 갸라도스 (20주년 홀로) |
XY BREAK 20주년 | 5,500원 | BRG9 39,000원 |
![]() 갸라도스 ex SR |
스칼렛ex | 29,000원 | - |
![]() 갸라도스 GX SR |
초차원의 침략자 | 22,000원 | - |
![]() 갸라도스 V SR |
창공스트림 | 12,000원 | - |
![]() 갸라도스 (풀일러 홀로) |
밴디트링 | 7,000원 | - |
![]() 이슬의 갸라도스 |
열풍의 아레나 | 2,000원 | - |
가장 비싼 건 '천공의 분노'(2016년) 갸라도스 EX SR입니다. 그런데 이 카드, 우연이 아닙니다. 판매글에 '이로치'라고 못박혀 있는 붉은 색상의 UR 버전이고, BRG9 등급으로 6월 18일 낙찰가가 15만6천원이었습니다. 분노의 호수 빨간 갸라도스 서사가 카드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무등급 기준으로는 대부분 2천 원에서 3만 원 사이입니다. 창공스트림(2021년) VMAX RRR은 무등급 4,500원인데 BRG10 등급을 받으면 44,500원으로 뜁니다. 10배 가까이 차이 나네요.
'이슬의 갸라도스'는 소지자 이름이 붙은 캐릭터 레어 카드입니다. 이슬(카스미)이 초반 체육관 관장으로 등장하는 만큼 팬층은 두껍지만, 가격은 아직 2천 원대로 저렴합니다.
수집 목적이라면 몰라도,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지금 사 모을 카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인지도와 카드값이 따로 노는 포켓몬이라는 게 이번에 확인한 사실입니다.
이름 유래도 없고, 카드값도 소박하고, 그런데도 세대를 넘어 인기는 여전합니다. 어쩌면 그게 갸라도스다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