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대가 같이 떨어졌는데, 값은 한 대에만 붙었습니다
오퍼레이션 메테오로 함께 내려온 건담 다섯 대. 카드 49장 중 값이 붙은 건 11장이고, 총액의 96%를 윙 건담 제로가 가져갑니다. 인기 때문일까요, 레어도 배정 때문일까요.
AC 195년. 다섯 명의 소년이 다섯 대의 건담을 타고 각자 다른 곳으로 지구에 떨어집니다. 작전 이름이 오퍼레이션 메테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같은 날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다섯 대죠.
카드로도 다섯 대가 다 있습니다. 그런데 값은 한 대에만 붙어 있어요.
윙 건담 제로 (EW)의 LR++ 패러렐입니다. 화면에 찍힌 값이 2,592,600원. 건담 카드게임 1,817장 중 1위예요.
■ 다섯 대의 값
기체 이름별로 카드를 다 모아서 세어 봤습니다. 판본·재수록·프로모까지 전부 포함한 숫자입니다.
| 기체 | 카드 | 값 있는 장수 | 최고가 | 합계 |
|---|---|---|---|---|
| 윙 건담 제로 | 6장 | 5장 | 2,592,600원 | 2,821,405원 |
| 션롱 · 알트론 | 8장 | 2장 | 43,250원 | 51,900원 |
| 샌드록 | 7장 | 2장 | 17,260원 | 28,396원 |
| 데스사이즈 | 8장 | 1장 | 17,400원 | 17,400원 |
| 헤비암즈 | 8장 | 1장 | 13,050원 | 13,050원 |
| 윙 건담 | 12장 | 0장 | — | 0원 |
49장, 값이 붙은 건 11장. 총액 293만원 중 윙 건담 제로 한 기체가 96.2%를 가져갑니다. LR++ 한 장만 따로 떼면 88.4%예요.
나머지 네 대를 다 합쳐도 11만원입니다. 제로 쪽의 25분의 1.
왼쪽부터 Altron 건담 43,250원, 데스사이즈 17,400원, 샌드록 전용 (EW) 17,260원, 헤비암즈 전용 (EW) 13,050원, 션롱 건담 8,650원. 이게 네 대의 전부입니다.
■ 인기 차이라고 하기엔, 같은 칸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제로가 제일 유명하니까"로 정리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Freedom Ascension(GD05) 한 세트만 잘라 봤습니다. 극장판 엔들리스 왈츠 디자인으로 다섯 대가 한꺼번에 실린 세트예요. 같은 날, 같은 상품, 같은 그림체.
레어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 카드 | 레어도 | 값 |
|---|---|---|
| 윙 건담 제로 (EW) | LR / LR+ / LR++ 3판본 | 8,700 / 107,875 / 2,592,600원 |
| 샌드록 전용 (EW) | R / LKR+ | 17,260 / 11,136원 |
| 헤비암즈 전용 (EW) | C / LKC+ | 0 / 13,050원 |
| Altron 건담 (EW) | U | 0원 |
| 데스사이즈 Hell (EW) | C | 0원 |
제로만 LR 계열 세 판본을 받았고, 나머지 넷은 R·U·C에서 끝납니다. 데스사이즈 Hell은 커먼 한 장이 전부예요.
그러니까 같은 세트 안에서도 애초에 다른 칸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시장이 제로를 골라낸 게 아니라, 카드를 만들 때 이미 갈라 놓은 겁니다. 값 차이의 상당 부분은 인기가 아니라 레어도 배정이 만든 거예요.
■ 그 값들, 매물이 한두 건입니다
여기서 한 번 더 걸러야 합니다. 위 표의 값들이 몇 건의 매물에서 나왔는지 세어 봤어요.
데스사이즈 17,400원은 ¥2,000짜리 매물 딱 한 건입니다. Altron 43,250원도 ¥5,000 한 건. 샌드록 17,260원도 한 건이에요. 헤비암즈 LKC+는 8월 25일에 5건(¥1,000~1,099)이 있었는데 9월 6일엔 1건(¥1,500)만 남았습니다. 매물이 줄면서 최저가가 올라간 자리죠.
제로 쪽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LR++ 패러렐은 8월에 3건(¥279,999~300,000), 9월에 2건(¥290,000·298,000). LR+는 15건에서 2건으로 줄었어요.
두 자리 숫자 매물로 만든 값과 한 건짜리 값을 같은 표에 놓으면 안 됩니다. 259만원은 두 사람이 부른 값이고, 1만 7천원은 한 사람이 부른 값이에요. 둘 다 시세라고 부르기엔 얇습니다.
■ 주인공 1호기는 열두 판본이 전부 0원입니다
1화에서 지구로 떨어진 건 윙 건담 제로가 아니라 그냥 윙 건담입니다. 스타트 덱 표지 기체이기도 하고요. 카드로 12번 찍혔습니다. 그리고 열두 장 전부 0원이에요.
단, 가운데 LR+ 패러렐에는 PSA 감정품 값이 242,200원으로 잡혀 있습니다. 낱장 매물은 0건인데 감정 케이스에 들어간 물건만 팔리고 있는 거죠. 스타트 덱에 그대로 들어 있으니 낱장으로 시장에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제크스 쪽도 같은 모양입니다. 탈기스 LR+가 무등급 0원에 감정가 173,000원, 건담 Epyon LR+가 무등급 0원에 감정가 257,770원.
0원은 "이 카드가 싸다"가 아닙니다. 살 데가 없다는 뜻이에요. 이걸 교환 근거로 쓰면 손해 봅니다.
■ 제로는 초록이었다가 하양이 됐습니다
윙 건담 제로는 카드가 두 종류입니다. Newtype Rising(GD01)의 TV판, 그리고 GD05의 극장판(EW). 같은 기체, 같은 파일럿 지정인데 카드 스펙이 전혀 다릅니다.
TV판(GD01-024)은 초록색, Lv.8 코스트 8, AP5 / HP7. 배치하면 Lv.5 이하 유닛 전체에 3 데미지를 뿌리고, 블록도 안 당합니다. 무겁고 흉악해요. 제로 시스템 그 자체.
EW판(GD05-067)은 흰색, Lv.6 코스트 5, AP5 / HP4. 공격할 때 상대 유닛 하나를 눕히고, 눕은 적이 있으면 제압을 얻습니다. 가볍고 빠른 대신 몸이 반쪽이죠.
색이 바뀐 게 이 기체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GD05에 실린 건담팀 신규 카드는 14장 전부 흰색이에요. GD01~GD03에서 건담팀은 전부 초록이었어요(파랑은 OZ 쪽입니다). 극장판 판본이 통째로 다른 색으로 이사한 겁니다. 같은 기체가 세트를 건너가면서 소속 색을 갈아입은 셈이죠.
값 순서도 뒤집힙니다. 기본 LR은 TV판 17,300원이 EW판 8,700원의 두 배인데, LR+로 올라가면 EW판 107,875원이 TV판 94,930원을 넘어섭니다. 그리고 LR++는 EW판에만 있어요.
■ 다섯 명의 파일럿
기체가 그랬으니 사람도 볼까요. 다섯 소년의 카드 장수입니다.
히이로 유이 9장, 듀오 맥스웰 5장, 창 우페이 2장, 트로와 바튼 1장, 카트르 라버바 위너 1장. 트로와와 카트르는 카드가 딱 한 장씩입니다. 그것도 둘 다 언커먼.
값이 붙은 건 히이로 유이 R+ 25,890원 한 장뿐이에요. 나머지 넷은 전부 0원. 카드에 인쇄된 횟수가 작품 속 배역 비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갑니다.
히이로 R+는 Lv.4 코스트 1에 보정 +2/+1. 이 유닛이 데미지로 상대 실드를 깨면 상대 유닛 하나의 AP를 2 깎습니다. 실드를 깨고 들어가는 카드에 붙은 효과가 또 실드를 깨는 쪽이라, 자기가 붙을 자리를 정확히 알고 만든 카드예요.
■ 제가 보는 것
저라면 259만원짜리 LR++는 지금 안 삽니다.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그 값을 만든 무등급 매물이 2건이라서요. 두 사람의 사정이 그날 그 자리에 있었을 뿐입니다. 관측이 8월 25일과 9월 6일 두 번뿐이라 선을 그을 수도 없고요.
반대로 0원 카드를 헐값에 넘기는 것도 말립니다. 데스사이즈 Hell도, 카트르도, 윙 건담 열두 판본도 0원인데 이건 시장 평가가 아니라 관측 부재예요. 특히 스타트 덱에 통째로 들어 있는 카드들은 낱장으로 돌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하나 솔직하게 적어 두면, 저는 이 글을 "제로가 인기라서 비싸다"로 쓰려다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세트에서 다섯 대의 레어도 칸이 이미 갈라져 있는 걸 보고요. 인기가 값을 만든 게 아니라, 인기가 레어도를 정하고 그 레어도가 값을 만든 쪽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지금 데이터로 못 가릅니다.
다음에 다시 재 볼 숫자 세 개를 적어 둘게요. 윙 건담 열두 판본 0원, 트로와·카트르 각 1장, LR++ 무등급 매물 2건. 9월 26일 스타트 덱 4종과 10월 31일 GD06이 지나가면 다시 세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섯 대가 같이 떨어졌는데 표에서는 한 대만 서 있습니다. 나머지 넷은 아직 값이 안 붙은 게 아니라, 팔리는 걸 우리가 못 본 것일 뿐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