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판본은 값이 두 배로 정해져 있습니다
한글판 SEC 33개 번호를 통상판·패러렐·망가 세 층으로 갈라 전수 대조했습니다. 두 번째 판본 배율 중앙값은 정확히 2.0배, 31쌍 중 28쌍이 1.4~3.1배 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망가까지는 수십 배. 그림은 1.4배짜리도 12배짜리도 전부 새로 그린 것이었습니다.
원피스 카드에서 SEC(시크릿 레어)는 세트 번호의 맨 끝자리입니다. 그 탄의 얼굴이죠. 그런데 SEC 한 장은 사실 한 장이 아닙니다. 같은 번호에 통상판, 패러렐(_p1), 망가 패러렐(_p2)이 층층이 쌓여 있어요.
이 중 맨 위와 맨 아래는 그동안 여러 번 다뤘습니다. 통상판 31장을 정발일 순으로 늘어놓은 적도 있고, 만화 컷을 통째로 넣은 망가 패러렐 배율표를 만든 적도 있고요. 그런데 가운데 층은 한 번도 안 봤습니다.
이번에 한글판 SEC를 번호 단위로 전부 묶어서 열어봤습니다. 33개 번호가 나왔고, 가운데 층에서 예상 못 한 규칙이 하나 보였습니다.
먼저 층 정리. 같은 카드번호에서 통상판은 테두리가 있는 기본형, _p1은 테두리를 걷어낸 두 번째 그림, _p2는 흑백 만화 컷을 배경에 깐 이른바 망가 패러렐입니다. 판매글에서는 _p1을 "시크 페레"라고 부릅니다. 이 글의 값은 전부 국내 카드샵 판매가(ktcgpanda) 기준이에요.
SEC 통상판 33장 전부에 두 번째 판본이 있다
먼저 숫자부터. 한글판 SEC는 번호 기준 33개입니다. 이 33개에 _p1이 붙은 비율은 33개 중 33개. 예외가 없습니다.
반면 망가 패러렐(_p2)은 18개에만 있어요. 절반을 조금 넘습니다.
즉 SEC를 뽑았다면 그 카드에는 반드시 두 번째 판본이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만화 컷 버전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고요.
배율 중앙값이 정확히 2.0배였습니다
값이 확인되는 31쌍의 통상판과 _p1을 나란히 놓고 배율을 냈습니다. 표를 만들다가 저도 한 번 세어봤는데, 숫자가 이렇게 좁게 모일 줄은 몰랐어요.
| 세트 | 카드 | 통상판 | _p1 | 배율 |
|---|---|---|---|---|
| 로맨스 던 | 샹크스 OP01-120 | 8,500 | 15,000 | 1.8배 |
| 로맨스 던 | 야마토 OP01-121 | 8,500 | 20,000 | 2.4배 |
| 정상결전 | 우타 OP02-120 | 4,500 | 13,000 | 2.9배 |
| 정상결전 | 쿠잔 OP02-121 | 16,000 | 40,000 | 2.5배 |
| 강대한 적 | 저격왕 OP03-122 | 8,000 | 25,000 | 3.1배 |
| 강대한 적 | 카타쿠리 OP03-123 | 30,000 | 50,000 | 1.7배 |
| 모략의 왕국 | 비비 OP04-118 | 5,000 | 12,000 | 2.4배 |
| 모략의 왕국 | 로시난테 OP04-119 | 9,000 | 15,000 | 1.7배 |
| 신시대의 주역 | 카이도 OP05-118 | 8,000 | 15,000 | 1.9배 |
| 신시대의 주역 | 루피 OP05-119 | 15,000 | 180,000 | 12.0배 |
| 쌍벽의 패자 | 조로 OP06-118 | 15,000 | 35,000 | 2.3배 |
| 쌍벽의 패자 | 상디 OP06-119 | 25,000 | 35,000 | 1.4배 |
| 메모리얼 | 봉쿠레 EB01-061 | 20,000 | 100,000 | 5.0배 |
| 500년 후의 미래 | 사보 OP07-118 | 6,500 | 14,000 | 2.2배 |
| 500년 후의 미래 | 에이스 OP07-119 | 26,000 | 60,000 | 2.3배 |
| 두 전설 | 레일리 OP08-118 | 25,000 | 45,000 | 1.8배 |
| 두 전설 | 카이도 & 링링 OP08-119 | 5,000 | 9,000 | 1.8배 |
| 새로운 황제 | 로저 OP09-118 | 20,000 | 40,000 | 2.0배 |
| 새로운 황제 | 루피 OP09-119 | 20,000 | 35,000 | 1.8배 |
| 왕족의 혈통 | 루피 OP10-118 | 10,000 | 18,000 | 1.8배 |
| 왕족의 혈통 | 로 OP10-119 | 20,000 | 40,000 | 2.0배 |
| Anime 25th | 루피 EB02-061 | 40,000 | 80,000 | 2.0배 |
| 신속의 권 | 루피 OP11-118 | 35,000 | 70,000 | 2.0배 |
| 신속의 권 | 코비 OP11-119 | 10,000 | 20,000 | 2.0배 |
| 사제의 연 | 보니 OP12-118 | 30,000 | 50,000 | 1.7배 |
| 사제의 연 | 쿠마 OP12-119 | 35,000 | 70,000 | 2.0배 |
| 계승되는 의지 | 루피 OP13-118 | 30,000 | 120,000 | 4.0배 |
| 계승되는 의지 | 에이스 OP13-119 | 20,000 | 60,000 | 3.0배 |
| 계승되는 의지 | 사보 OP13-120 | 30,000 | 80,000 | 2.7배 |
| 히로인즈 | 우타 EB03-061 | 20,000 | 35,000 | 1.8배 |
| 히로인즈 | 로 EB03-062 | 30,000 | 50,000 | 1.7배 |
중앙값 2.0배. 31쌍 중 28쌍이 1.4배에서 3.1배 사이에 들어옵니다. 정확히 2.0배인 카드만 여섯 장이고요.
2년 4개월, 열여섯 개 세트에 걸쳐 나온 카드들입니다. 캐릭터도 색깔도 다 다르고요. 그런데 두 번째 판본은 대체로 통상판의 두 배 자리에 앉습니다.
1.4배도 새 그림, 12배도 새 그림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값이 두 배라면 그림도 딱 그만큼만 손을 댄 걸까요.
양쪽 끝 두 장을 확대해서 통상판과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배율 최저인 상디(1.4배)와 최고인 루피(12.0배)입니다.
상디 OP06-119. 통상판은 붉은 정장으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발차기 자세입니다. 파란 불꽃이 감싸고 있죠. _p1은 자세가 아예 다릅니다. 팔을 위로 뻗고 선 상반신이고, 발밑에 사람들 실루엣이 깔려 있어요. 테두리는 걷어냈고요. 능력 문구와 파워 9000은 그대로입니다.
루피 OP05-119. 통상판은 기어5 상태의 컬러 일러스트입니다. 분홍 머리, 번개, 파랑과 보라가 뒤엉킨 배경이죠. _p1은 흑백 선화예요. 배경에 GEAR라는 글자가 카드를 가로지르게 큼직하게 박혀 있고 보라·노랑 도형이 팝아트처럼 깔립니다. 이것도 자세가 다릅니다.
결론은 하나로 모였습니다. 1.4배짜리도 새로 그린 그림이고 12배짜리도 새로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을 얼마나 새로 그렸느냐로는 값 차이가 설명이 안 돼요.
그러면 루피와 봉쿠레는 왜 튀었을까
표에서 밴드를 벗어난 건 세 장입니다. 루피 OP05-119(12.0배), 봉쿠레 EB01-061(5.0배), 루피 OP13-118(4.0배).
루피 OP05-119 쪽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이 카드 _p1이 경매에 올라온 기록이 두 건인데, 제목이 둘 다 "PRB01"을 달고 있어요. 하나는 "루피 시크 페레 psa10 (prb01 op05-119)", 다른 하나는 "일판 루피 PRB 01 패러럴 PSA 10"입니다.
PRB-01은 프리미엄 부스터 THE BEST입니다. 일반 부스터 팩이 아니라 별도 상품이에요. 그러니까 이 한 장은 다른 상자에서 나온 물건일 수 있습니다. 같은 번호를 달고 있어도요.
다만 이건 판매글 제목 두 줄이 근거의 전부입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봉쿠레와 OP13 루피가 왜 밴드를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어요. 셋 다 새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나머지 스물여덟 장과 다를 게 없거든요.
두 번째 층과 세 번째 층 사이는 계단이 아니라 절벽입니다
이제 망가 패러렐을 옆에 놓아보겠습니다. 값이 확인되는 14장입니다.
| 카드 | 통상판 | _p1 | _p2(망가) | 통상→망가 |
|---|---|---|---|---|
| 루피 OP05-119 | 15,000 | 180,000 | 2,000,000 | 133배 |
| 로저 OP09-118 | 20,000 | 40,000 | 2,000,000 | 100배 |
| 에이스 OP13-119 | 20,000 | 60,000 | 2,000,000 | 100배 |
| 우타 EB03-061 | 20,000 | 35,000 | 1,500,000 | 75배 |
| 샹크스 OP01-120 | 8,500 | 15,000 | 500,000 | 59배 |
| 저격왕 OP03-122 | 8,000 | 25,000 | 450,000 | 56배 |
| 루피 OP09-119 | 20,000 | 35,000 | 1,000,000 | 50배 |
| 조로 OP06-118 | 15,000 | 35,000 | 700,000 | 47배 |
| 사보 OP13-120 | 30,000 | 80,000 | 1,300,000 | 43배 |
| 루피 EB02-061 | 40,000 | 80,000 | 1,300,000 | 33배 |
| 로 OP10-119 | 20,000 | 40,000 | 600,000 | 30배 |
| 루피 OP11-118 | 35,000 | 70,000 | 1,000,000 | 29배 |
| 보니 OP12-118 | 30,000 | 50,000 | 850,000 | 28배 |
| 레일리 OP08-118 | 25,000 | 45,000 | 600,000 | 24배 |
통상판에서 _p1까지는 중앙값 2.0배. _p1에서 _p2까지는 갑자기 수십 배. 층은 셋인데 간격이 전혀 균등하지 않습니다. 가운데 층은 아래층에 붙어 있고, 위층 혼자 저 멀리 떨어져 있어요.
왜 그런지는 물량으로 설명하는 게 제일 자연스럽습니다. 망가 패러렐은 세트당 한두 장이고, _p1은 SEC 통상판이 있는 곳이면 예외 없이 따라옵니다. 흔한 쪽과 드문 쪽이죠.
그런데 실제로 팔린 값은 표대로 안 갑니다
위 표는 전부 카드샵이 붙인 값입니다. 실제 낙찰 기록을 두 달치 뒤져보니 SEC 패러렐 거래는 열네 건이었어요. 한글판 무등급만 추리면 네 건입니다.
| 마감 | 카드 | 낙찰 | 카드샵 | 배율 |
|---|---|---|---|---|
| 7/4 | 비비 OP04-118_p1 | 41,000 | 12,000 | 3.4배 |
| 7/9 | 샹크스 OP01-120_p1 | 20,000 | 15,000 | 1.3배 |
| 7/25 | 로 EB03-062_p1 (직뽑S급) | 61,000 | 50,000 | 1.2배 |
| 7/3 | 루피 OP11-118_p1 | 29,000 | 70,000 | 0.41배 |
네 건이 0.41배에서 3.4배까지 흩어집니다. 같은 층, 같은 나라, 같은 두 달인데도요. 네 건으로 이걸 시세라고 부르긴 어렵습니다.
등급이 붙으면 또 달라집니다. 야마토 OP01-121_p1은 BRG10으로 71,000원(카드샵 20,000의 3.6배)에 마감됐고, 루피 OP05-119_p1은 그저께 PSA10으로 200,000원에 팔렸습니다. 카드샵 180,000의 1.1배죠. 싼 카드는 등급이 붙으면 배율이 크게 뛰고 비싼 카드는 거의 안 뜁니다. 늘 보던 모양입니다.
일본판은 자릿수가 하나 다릅니다. 루피 OP10-118_p1 PSA10이 485,000원, 루피 OP05-119_p1 PSA10이 261,000원, 봉쿠레 EB01-061_p1 PSA10이 251,000원, 상디 OP06-119_p1 PSA10이 155,000원에 마감됐어요. 전부 한국 카페 경매입니다.
⚠️ 이 표를 읽을 때 조심할 것
· 어제(8/24) 번개장터에 쿠잔 OP02-121_p1이 18,000원에 올라왔습니다. 카드샵 40,000의 0.45배죠. 이건 팔린 값이 아니라 부른 값입니다. 번개장터 기록은 판매 중인 매물만 들어옵니다.
· 7월 24일 마감된 루피 OP10-118_p1 31,000원은 제목이 "시크페레/시크 6종"이었습니다. 여섯 장 묶음이라 한 장 값으로 못 씁니다. 표에서 뺐어요.
· 낙찰 제목에 "페레"만 적히고 번호가 없으면 통상판인지 _p1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사실 이 층에서 값이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예요.
저라면 이렇게 합니다
SEC를 한 장만 갖는다면 통상판을 삽니다. 배율 중앙값이 2.0배인데, 그림이 새롭다는 것 말고 두 배를 설명해주는 근거를 저는 못 찾았습니다. 무등급 낙찰 네 건 중 하나는 카드샵가의 0.41배에서 끝났고요. 통상판은 4,500원(우타 OP02-120)부터 시작합니다.
반대로 _p1에 손을 댄다면 배율 2배 근처인 쪽으로 갑니다. 12배·5배·4배 세 장은 왜 그 값인지가 설명이 안 되고, 설명이 안 되는 값에는 저는 돈을 못 얹겠어요. 오를지 내릴지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그 셋은 제가 못 읽는 값이라는 뜻입니다.
다음 두 장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나흘 전 발매된 「창해의 칠걸」에도 SEC가 둘 있습니다. 미호크 OP14-119와 크로커다일 OP14-120이죠. 둘 다 _p1이 있고, 미호크는 망가 패러렐까지 세 층을 다 갖췄습니다.
다만 이 두 장은 아직 카드샵 값이 안 붙었습니다. 발매 나흘째라 낱장 유통 전이에요. 그래서 이번 표의 33개 번호 중 이 둘만 배율 칸이 비어 있습니다.
세 줄 정리
· 한글판 SEC 33개 번호 전부에 두 번째 판본(_p1)이 있다. 망가 패러렐은 18개뿐.
· 통상판 → _p1 배율은 중앙값 2.0배, 31쌍 중 28쌍이 1.4~3.1배 안에 들어온다.
· 그런데 _p1 → 망가는 수십 배다. 세 층인데 간격은 계단이 아니라 절벽이다.
미호크와 크로커다일에 값이 붙는 날, 이 표를 다시 만들어보려 합니다. 두 배 규칙이 서른네 번째·서른다섯 번째 카드에서도 지켜지는지가 궁금해서요. 지켜지면 그때는 규칙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