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큐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썬·문에서 처음 등장한 따라큐, 피카츄 옷 밑 진짜 모습은 10년째 미스터리다. 한글판 7천원부터 일본판 130만원대 프로모까지 세대별 카드 시세도 함께 짚었다.
친해지고 싶어서 만든 옷
따라큐는 처음부터 이 모습이 아니었다. 2016년 포켓몬스터 썬·문에서 처음 등장한 뒤로 지금까지, 이 포켓몬의 진짜 몸을 본 사람은 게임 속에서도 단 한 명 없다. 머리부터 뒤집어쓴 낡은 천 조각, 그 밑에 진짜가 있다.
천 조각은 피카츄를 본떴다. 노란 몸통, 까맣게 칠한 귀 끝,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눈과 입. 번개 모양 나뭇가지를 꼬리처럼 매달았다. 이유는 도감 설정에 그대로 적혀 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20년 전 인기였던 피카츄 굿즈를 참고해 직접 만든 옷이라는 것이다. 노린 건 귀여움이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래 「따라큐」(U, 로스트어비스) 카드의 도감 텍스트가 이 아이러니를 그대로 적어놨다.
"겁을 주지 않기 위해 피카츄와 닮은 누더기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더 으스스해졌다." 카드에 박제된 문장인데, 제가 이 포켓몬을 좋아하는 이유가 딱 이 한 줄에 있습니다.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천 밑에 뭐가 있는지는 시리즈 10년째 미스터리다. 나무위키·Bulbapedia를 뒤져봐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이 없다. 설정만 남아 있다. 천을 들춰본 사람은 모두 도망갔다.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는 설정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옹이 "절대 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몰래 들춰봤다가 그대로 기겁하는데, 정작 뭘 봤는지는 화면 밖에서 처리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추리가 돈다. 몸통 아랫부분이 버섯꼬를 닮았다는 설, 정체가 폴리곤이라는 설까지 나온다. 저도 이 추리들을 몇 개 찾아봤는데, 결론은 없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정된 게 하나도 없어서, 정답은 없다고 쓰는 게 맞다.
그나마 천이 살짝 벌어진 그림은 있다. 샤이니트레저ex의 따라큐 S(265/190)는 꼬리 쪽 천이 걷히며 안쪽이 살짝 드러난다. 뼈처럼 보이는 형체다. 한글판 시세는 34,000원인데, 실거래 표본이 3건뿐이라 이 값을 시세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옷이 곧 목숨줄
게임 안에서 이 옷은 장식이 아니다. 특성 '변장'은 상대의 첫 공격을 옷이 대신 받고 찢어지는 것으로 무효화한다. 사실상 공짜 대체 카드 한 장을 깔고 싸우는 셈이라, 경쟁전에서는 세대가 바뀌어도 꾸준히 상위권에 남는다. 진화 계통도 없다. 이 한 마리가 처음이자 끝이다.
옷이 찢어지면 큰일이 난다. 설정상 따라큐는 밤새 옷을 꿰매고, 찢은 상대에게 복수하러 간다. 목이 부러지면 고치기가 유독 어려워서 혼자 운다는 설정까지 있다. 강한 특성 뒤에 이렇게 구체적인 슬픔을 붙여놓은 포켓몬은 흔치 않아서요, 저는 이 부분이 따라큐의 진짜 매력이라고 봅니다.
로켓단이 키운 따라큐
썬&문 애니메이션에서는 로켓단(무사시)이 따라큐를 포획해 데리고 다닌다. 이 개체는 피카츄를 몹시 질투하는 설정이라, 사토시의 피카츄를 볼 때마다 적개심을 드러낸다. 그 악연이 카드에도 박혀 있다. '사토시 VS 로켓단' 30장 대전 덱 전용으로 나온 일본판 로켓단의 따라큐 GX(RR, 010/026)는 174,391원, 등급가는 871,991원이다. 등급 표본이 52건으로 꽤 두꺼운 편이라, 이 등급가는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고 봅니다.
세대별 카드로 본 따라큐
한국에 정식 발매된 카드만 추려도 특성부터 진화, 로켓단 버전까지 다 나온다. 가격은 카드마다 꽤 갈린다.
가장 비싼 건 2019년 드림리그의 「따라큐」 CHR(058/049)다. 한글판 45,000원, 등급가는 89,000원. 사람 캐릭터가 직접 따라큐를 안고 있는 그림인데, 이 옷을 만든 게 누군지 짐작하게 하는 몇 안 되는 카드다.
가장 웃긴 건 VMAX클라이맥스의 따라큐 V(CSR, 233/184)다.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는 그림인데, 몸에 걸친 피카츄 옷이 몸보다 훨씬 커서 헐렁하다. '직접 만든 옷'이라는 도감 설정을 그림으로 그대로 옮겨놨다. 한글판 40,000원, 등급가 71,000원. 같은 팩의 VMAX(CSR, 234/184)는 거대해진 다이맥스 형태를 그렸는데 36,000원, 등급가는 127,000원으로 3.5배 뛴다. 옆의 V보다 등급 프리미엄이 훨씬 크다.
샤이니트레저ex의 AR(341/190)은 창가에서 할머니로 보이는 캐릭터가 담요로 따라큐를 감싸 안은 그림이다. 무섭게 생겼어도 결국 누군가의 옆자리를 얻는다는 이야기를 그림 하나로 보여준다. 제가 따라큐 카드 중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입니다. 한글판 28,000원, 등급가 66,000원.
가장 극단적인 건 MEGA드림ex의 「로켓단의 따라큐」 AR(205/193)이다. 무등급 4,000원인데 등급가는 78,000원, 거의 20배 차이다. 무등급 표본은 40건으로 두껍지만 등급 표본은 3건뿐이다. 저라면 이 20배를 그대로 믿고 등급카드를 사진 않을 겁니다. 표본이 너무 얇아서요.
2021년 일격마스터의 V(SR, 073/070)는 23,000원. 등급 실거래는 아직 없다.
가장 비싼 건 한국 카드가 아니다
일본판 SM 프로모(198/SM-P)는 690,270원, 등급가는 1,297,500원으로 따라큐 카드 전체를 통틀어 제일 비싸다. 등급 표본도 99건으로 많은 편이다. 북미판 Lost Thunder의 Mimikyu-GX(HR, 226/214)는 무등급 308,907원인데 등급가는 3,061,962원까지 뛴다. 얼핏 놀라운 숫자인데, 실거래 표본이 무등급 2건·등급 4건뿐이다. 이 정도 표본으로 300만원대를 시세라고 부르긴 어렵다. 솔직히, 이 카드의 진짜 시세는 저도 모른다.
마무리
친해지고 싶어서 옷을 만들었는데 더 무서워졌다는 설정. 저는 이게 따라큐가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이유라고 봅니다. 약한 척, 귀여운 척을 하다 실패한 포켓몬이라 오히려 정이 간다. 카드도 마찬가지다. 7천원짜리 카드부터 백만원대 프로모까지, 결국 다 같은 옷을 입고 있다.
한국·일본·미국 시세를 한 번에 비교하려면 collectory.cc에서 카드 이름을 검색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