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기가스는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을 만들었다는데, 게임에서는 제일 약합니다
대륙을 밧줄로 끌고 다니며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을 만들었다는 전설의 거인 레지기가스, 정작 게임에서는 첫 5턴 동안 가장 약한 전설의 포켓몬이었습니다. 2010~2024년 카드 9장으로 그 반전과 실거래 시세를 살펴봤습니다.
포켓몬 도감 번호 486번, 레지기가스입니다. 키 3.7m, 몸무게 420kg. 전신이 하양·노랑 골렘처럼 생겼습니다. 2007년 다이아몬드·펄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설정은 거창합니다. 대륙을 밧줄로 끌고 다니고, 레지 시리즈를 직접 만들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정작 실전에 나서면 5턴 동안 반쪽짜리가 됩니다. 이 낙차가 레지기가스를 유독 기억에 남는 포켓몬으로 만듭니다.
이름은 '전설'과 '거인'을 합친 것입니다
이름 유래부터 봅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레지기가스는 일본어 레전드(レジェンド)의 '레지'에, 그리스 로마 신화 거인족 기간테스를 합친 조어입니다. 드물게도 이 유래는 팬들의 추측이 아니라 게임프리크 개발자가 팬미팅에서 직접 밝힌 겁니다.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도 같은 규칙으로 지어졌습니다. 셋 다 '레지'는 레전드, 뒤에 붙는 락·아이스·스틸은 그대로 바위·얼음·강철이라는 뜻이죠. 초기 가안이 '레지킹'이었다는 이야기도 돌아서, "레지 시리즈의 왕"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다만 이쪽은 정설로 보기 어렵습니다.
2010년 DP 확장팩 고대의 수호자 35/40(왼쪽)과 2012년 헤일 블리자드 055/052(오른쪽)입니다. 둘 다 레지기가스 초기 카드입니다.
밧줄로 대륙을 묶었다는 전설
레지기가스를 유명하게 만든 건 이름이 아닙니다. 설정입니다. 신오 지방 전설에 따르면, 레지기가스는 밧줄로 땅덩이를 끌어모아 대륙을 만들었습니다. 그 힘의 일부로 얼음·바위·마그마를 깎아 레지아이스·레지락·레지스틸을 빚었다고 전해집니다. 2022년 발매된 타임게이저 054/067 카드 하단에도 같은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밧줄로 묶은 대륙을 당겨서 움직였다고 하는 전설이 남아 있다." 이 신화는 일본 이즈모 지방의 '쿠니비키(国引き)' 설화, 거신이 밧줄로 땅을 끌어와 나라를 넓혔다는 이야기가 원형으로 꼽힙니다. 8세대 크라운 툰드라에서는 레지에레키·레지드래고까지 추가돼, 이 거인이 만든 자식이 다섯으로 늘었습니다. 실제로 054/067 카드의 특성 '고대의 지혜'도 자신의 필드에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레지에레키·레지드래고가 있으면 트래쉬의 에너지를 붙이는 능력을 씁니다. 카드 한 장에 자식 이름이 전부 있습니다. 다섯 명 전부요.
카드 속 성격은 극과 극입니다
2017년 각성의 용사 041/050 카드는 반대로 갑니다. 특성 '옛 봉인'은 벤치에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이 없으면 이 포켓몬이 기술 자체를 못 쓰게 막습니다. 가족이 없으면 봉인 상태라는 뜻이죠. 같은 포켓몬인데 어떤 카드는 "혼자면 약하다", 어떤 카드는 "함께면 강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두 카드를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레지기가스라는 캐릭터의 핵심은 결국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꼈습니다.
실전에서는 가장 약한 전설이었습니다
정작 본가 게임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레지기가스의 특성은 슬로우스타트입니다. 전투에 나온 직후 5턴 동안 공격력과 스피드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다이아몬드·펄 발매 당시, 지금보다 인플레가 덜하던 시절인데도 이 특성 하나로 레지기가스는 등장하자마자 "가장 약한 전설의 포켓몬"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종족값 합은 670, 전설급 맞습니다. 그런데 첫 5턴이 문제입니다. 대륙을 끌고 다닌 거인 치고는 억울한 데뷔였습니다.
선단신전과 극장판
레지기가스를 만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4세대 게임 기준입니다. 신오 지방 선단신전(스노우포인트 신전)에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 세 마리를 전부 데리고 들어가야 벽 안에서 잠들어 있던 레지기가스가 깨어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2008년 극장판 11기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에 깜짝 출연했습니다. 반전세계의 힘으로 빙벽이 무너져 내리자 레지기가스가 나타나 빙산을 다시 밀어 올리고, 지우와 기라티나가 시간을 벌게 해줍니다. 그때 배포된 기념 카드가 있습니다. 아래 157/S-P 프로모입니다. 카드 그림 한쪽에 영화 로고가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카드로 보는 레지기가스 값
레지기가스 한글판 카드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프로모까지 합치면 16장이 나왔습니다. 다만 진짜 경매 낙찰 기록이 남은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살펴본 카드 중 국내 카페·경매(낙찰 기준)에 실거래가 잡힌 건 2016년 레전드 컬렉션 023/027과 2023년 VSTAR 유니버스 233/172 SAR, 둘뿐입니다. 나머지는 호가만 있거나 거래 자체가 안 보였습니다.
023/027은 무등급 실거래가 3,000원(6월)과 11,000원(8월)으로 갈렸는데, 그 사이인 6월 19일 BRG8 등급을 받은 개체가 50,000원에 낙찰됐습니다. 등급 하나로 약 17배 차이. 저라면 등급을 맡겨보겠습니다. 표본이 3건뿐이라 이 배율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격차 자체는 뚜렷합니다.
233/172 SAR는 표본이 더 두껍습니다. 최근 석 달 사이 실거래만 8건 잡혔습니다. 무등급은 3,000~12,000원 사이에서 오르내렸고, break 자체 등급 BRG9는 18,000~30,000원, BRG10은 9월 16일 45,000원 한 건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네이버쇼핑 호가는 대부분 만원대 초반(9,990~17,800원)에 몰려 있습니다. 무등급 실거래 대부분이 호가보다 낮은 셈이라, 저는 호가만 보고 이 카드 시세를 판단하지는 않겠습니다. BRG10 45,000원도 딱 한 건이라, 이게 진짜 자리 잡은 값인지 반짝 오른 건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 카드 | 등급 | 참고 가격 |
|---|---|---|
| 2016 레전드 컬렉션 023/027 | 무등급 → BRG8 | 실거래 3,000원 → 50,000원 |
| 2023 VSTAR유니버스 233/172 SAR | 무등급/BRG9/BRG10 | 실거래 3,000~12,000 / 18,000~30,000 / 45,000원 |
| 2023 VSTAR유니버스 125/172 RRR | 무등급 | 호가 2,500~5,500원(실거래 미확인) |
| 2024 테라스탈 페스타ex 132/187M | 무등급 | 호가 1,000~2,000원(실거래 미확인) |
2010년 카드나 2024년 카드나 값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레지기가스는 인기 스타 포켓몬이 아닙니다. 수집 카드로도 딱 설정만큼, 거창한데 화려하지는 않은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륙을 끌고 다녔다는 거인이, 정작 게임에서는 5턴 동안 느려터진 몸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카드값도 딱 그 정도입니다. 이 온도차가 레지기가스를 계속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 같습니다.
포켓몬카드 시세는 collectory.cc에서 실거래와 호가를 나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페 경매 낙찰 기록은 경매 게시판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