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기라스, 이름은 안기라스인데 닮은 건 고지라입니다
마기라스 이름은 안기라스에서 왔지만 정작 닮은 건 고지라입니다. 카드값은 800원부터 9만8천원까지, GX RR 대표가엔 다른 카드값이 섞여 있었습니다.
포켓몬 이름은 보통 그 포켓몬 자체에서 나온다. 마기라스는 다르다. 이름도, 생김새 모티브도 전부 다른 데서 빌려왔다. 그런데 그 빌려온 이름보다 더 끈질기게 반복되는 건 도감에 박힌 설정 쪽이다. 산을 먹고, 산을 무너뜨리고, 무너뜨린 산으로 둥지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계속 나온다. 오늘은 그 이야기와, 콜렉토리 DB에 잡힌 한글판 마기라스 카드 시세를 같이 본다.
이름은 안기라스, 얼굴은 고지라
나무위키에 따르면 마기라스라는 이름은 '오랑캐 蠻(만)'과 고지라 시리즈에 나오는 괴수 '안기라스'를 합친 것이다. 영어판 이름 Tyranitar도 비슷한 방식이다. '폭군처럼 굴다(tyrannize)'에서 뒤의 -ize를 떼고 '-itar'를 붙였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안기라스보다 고지라를 훨씬 많이 닮았다. 등에 난 뾰족한 판, 두꺼운 팔, 포효하는 얼굴이 다 그렇다. 저는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포켓몬 극장판 스핀오프 '포켓우드'에는 아예 '메카 마기라스'가 나오는 편까지 있거든요. 메가마기라스 폼은 한술 더 떠 고지라 시리즈의 스페이스고지라를 거의 그대로 옮겨온 모습이다.
진화 3단계, 전부 이름을 빌렸다
애버라스 → 데기라스 → 마기라스, 세 단계 모두 같은 작명 규칙을 따른다. 애벌레+안기라스가 애버라스, 번데기+안기라스가 데기라스, 蠻+안기라스가 마기라스다. 완전변태하는 곤충의 성장 단계를 그대로 이름에 박아 넣었다.
애버라스(왼쪽)와 데기라스. 둘 다 이름 절반은 안기라스 몫이다.
애버라스의 도감 설명은 한 술 더 뜬다. "흙을 먹으며 산다. 산 하나를 다 먹으면 성장을 위해 잠자기 시작한다." 산 하나. 과장이 아니라 도감 원문 그대로다.
지형을 바꾸는 포켓몬
다 자란 마기라스도 산과 얽힌 설정이 이어진다. Bulbapedia에 정리된 도감 문구들을 보면 "화가 나면 엄청난 지진을 일으켜 지형 자체를 바꾼다. 집과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메워, 지도 제작자가 새 지도를 그려야 할 정도"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온다. 무너뜨린 산의 잔해로 둥지를 짓는다는 설명도 있다.
재밌는 건 이 문구가 한국어판 카드에도 그대로 박혀 있다는 겁니다. 마기라스(클레이버스트 052/071) 카드 하단에는 "주변 지형을 바꾸는 정도쯤은 심각하게 해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로켓단의 마기라스 카드에도 똑같은 문구가 반복된다.
진화하면서 전기를 무서워하게 된다
타입도 특이하다. 애버라스와 데기라스는 바위/땅 타입이라 전기 기술을 아예 씹는다. 마기라스로 진화하면 땅 타입이 빠지고 악 타입이 붙는다. 전기 면역이 사라지는 대신 에스퍼를 반감하는 능력을 새로 얻는다. 나무위키는 이걸 망나뇽·보만다 계열과 함께 "진화 전후 타입이 바뀌는 유사전설 3계열" 중 하나로 꼽는다.
유사전설(종족값 합 600) 중에서 드래곤 타입이 아닌 건 마기라스와 메타그로스뿐이다. 2세대에는 마기라스 혼자였다. 드래곤 없는 600족 포켓몬. 흔치 않은 자리다.
카드 값은 800원부터 9만 8천원까지
이제 실물 카드 이야기다. 콜렉토리 DB에 등록된 한글판 마기라스 카드는 24장, 이 중 가격이 확인되는 건 15장 정도다.
가장 싼 쪽은 흔한 R등급이다. 클레이버스트(052/071) 마기라스는 tcgbox와 ktcgpanda 모두 1,000원으로 일치한다. 로켓단의 마기라스(050/098)는 ktcgpanda 기준 800원. tcgbox는 1,800원을 부르는데, 저는 tcgbox 값은 잘 안 믿습니다. 이 사이트가 유독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요.
포켓몬GO 확장팩 마기라스(043/071)는 조금 다르다. 5월 26일 break 경매에서 3,000원에 낙찰됐는데, 8월 19일 현재 tcgbox 호가는 오히려 1,500원으로 더 싸다. 실거래보다 지금 호가가 낮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클레이버스트 AR(079/071)은 naver_shopping·cardnyang 매물이 2,500~4,000원인데 tcgbox만 8,000원을 부른다. 이것도 tcgbox 쪽을 안 믿는 이유다.
GX RR 값에 다른 카드가 섞여 있었다
가격을 정리하다가 하나 걸렸습니다. 마기라스 GX RR(버스트임팩트 059/095)의 대표가가 16,500원으로 떠 있는데, raw_title을 열어보니 그중 두 건은 "메가깜까미&마기라스 GX RR TAGTEAM" — 아예 다른 카드였다.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카드로 묶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SR 버전(099/095, 그림은 같고 홀로 마감만 다름)은 8,950원부터 19,800원까지, 이쪽 raw_title은 전부 깨끗했다.
특일러스트 SR, 2주 만에 30% 빠졌다
일격마스터 세트의 마기라스V SR(077/070)은 국내 셀러들이 흔히 "특일"이라고 부르는 카드다. 네이버카페 경매 낙찰 기록이 두 번 잡혔다. 5월 28일 마감 2만원, 6월 13일 마감 1만4천원. 2주 만에 30% 내렸다.
즉구 매물가는 9,900원부터 69,000원까지 7배 가까이 흩어져 있다. 저는 이 카드를 지금 즉구가로는 안 삽니다. 실거래(경매)가 더 믿을 만한데, 그 값이 계속 내려가는 중이거든요.
제일 비싼 건 EX SR, 표본은 1건뿐이다
밴디트링 세트의 마기라스EX SR(089/081)은 9만 8천원짜리 매물이 하나 잡힌다. 2015년 발매작이라 오래됐고, 콘디션이 "A급"으로 표시된 단일 매물이다. 낙찰 기록은 없다.
표본 1건짜리 숫자를 카드 대표값처럼 믿기는 어렵다. 참고 정도로만 봐 두면 될 것 같다.
정가표
| 카드 | 레어도 | 값 | 출처 |
|---|---|---|---|
| 로켓단의 마기라스(050/098) | R | 800원 | ktcgpanda 매물 |
| 마기라스(052/071 클레이버스트) | R | 1,000원 | tcgbox·ktcgpanda 매물 |
| 마기라스(043/071 포켓몬GO) | R | 3,000원 | break 낙찰(5/26) |
| 마기라스 AR(079/071 클레이버스트) | AR | 2,500~4,000원 | naver_shopping·cardnyang 매물 |
| 마기라스 GX RR(059/095) | RR | 6,000~9,390원 | naver_shopping·bunjang 매물(오염 제외) |
| 마기라스 GX SR(099/095) | SR | 8,950~19,800원 | naver_shopping 매물 |
| 마기라스V SR(077/070 특일) | SR | 14,000~20,000원 | naver_cafe 낙찰(5/28·6/13) |
| 마기라스 EX SR(089/081 밴디트링) | SR | 98,000원 | naver_shopping 매물 1건 |
여기까지가 마기라스 이야기다. 이름은 안기라스에서 빌려왔지만 얼굴은 고지라 쪽이고, 산을 먹고 무너뜨리는 설정만큼은 세대를 넘어 계속 반복된다. 카드값은 800원 커먼부터 9만 8천원 매물까지 벌어져 있다. 그 사이 숫자 몇 개는, 오늘 보신 것처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한글판 마기라스 카드 전체 시세는 collectory.cc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