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넷이 전부 0원입니다
건담 00 솔레스탈 비잉 74장을 전부 펼쳐봤습니다. 주인공 네 명의 파일럿 카드 13장이 전부 0원인데, 값이 붙은 건 조직을 망친 트리니티 남매 쪽이었어요. 트래시 일곱 장이라는 공통 조건과 부서진 엑시아가 1위인 이유까지.
스타트 덱 하나가 지금 102,753원입니다. 정가는 1,650엔, 우리 돈으로 만 사천 원쯤이었죠. 일곱 배입니다. 그런데 그 덱을 열어서 안에 든 카드를 한 장씩 시세표에 대보면, 이 덱의 주인공인 소년은 0원으로 나옵니다.
기동전사 건담 00. 솔레스탈 비잉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쟁을 없애려고 전쟁을 하는 조직
솔레스탈 비잉은 정부군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 소속도 아니고요. 「모든 전쟁 행위에 무력으로 개입해서 전쟁을 박멸한다」는 목표를 내건 사설 무장조직입니다. 방법이 목적과 정면으로 모순되죠. 이 모순을 알면서 밀어붙이는 게 이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카드에서는 〔CB〕라는 태그로 묶입니다. 여기에 〔GN드라이브〕가 따라붙고요. 태양로라고 불리는 무한 동력 기관인데, 이걸 단 기체는 당시 기준으로 반칙에 가까운 성능이었습니다.
우리 표에 이 태그를 단 카드가 74장 있습니다. 그중 시세가 찍힌 건 8장. 합쳐서 180,736원입니다. 건담 카드게임 전체가 1,817장에 2,401만 원이니, 조직 하나가 전체의 0.75%를 차지하는 셈이네요.
네 대가 하는 일이 전부 다릅니다
초기 솔레스탈 비잉은 건담 넷으로 굴러갑니다. 이 넷이 각자 다른 일을 맡도록 설계됐고, 카드도 그 분업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엑시아는 칼잡이입니다. 빔 사벨과 GN 소드를 들고 붙어서 벱니다. 카드에서도 체력이 1인 판본이 여럿이에요. 맞으면 바로 부서지는 대신 먼저 벤다는 설계입니다.
듀나메스는 저격수입니다. ST07-005_p1은 공격력 2에 체력 4. 화력이 아니라 버티는 쪽 숫자를 받았습니다. 대신 「상대 유닛을 파괴했을 때 체력 2 회복」이 붙어 있죠. 멀리서 맞히고 안 맞는 역할입니다.
키리오스는 고속 기동. GD04-034는 공격력이 1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쉬고 있는 아군 〔CB〕 유닛 하나당 공격력 +2」라는 조건이 붙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동료가 깔려 있어야 세집니다.
버체는 포격 담당입니다. 그리고 8장 전부 0원이에요. 넷 중에 시세가 한 장도 안 붙은 기체는 이쪽뿐입니다.
기체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엑시아 11장 중 4장에 값이 붙어 합계 109,052원, 듀나메스 9장 중 2장 54,064원, 키리오스 13장 중 1장 8,810원, 버체 8장 0원. 인쇄 장수는 키리오스가 제일 많은데 값은 엑시아가 다 가져갔네요.
트래시에 일곱 장이 쌓여야 켜집니다
카드를 확대해서 읽다가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걸 발견했습니다. 「자기 트래시에 〔CB〕 카드가 7장 이상 있으면」. 트래시는 버린 카드를 쌓아두는 곳입니다.
ST07-001 엑시아는 턴이 끝날 때 트래시에 〔CB〕가 7장 이상이면 자원 하나를 다시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세츠나는 공격할 때 트래시가 7장 이상이면 자기 혼자가 아니라 아군 〔CB〕 전부의 공격력을 올려요. 같은 숫자, 같은 조건입니다.
그리고 한 칸 위가 있습니다. 엑시아 트란잠 GD03-049_p1은 조건이 10장이에요. 트란잠은 원작에서 태양로를 한계까지 돌려 기체가 붉게 빛나는 상태입니다. 그 대가로 나중에 성능이 뚝 떨어지죠. 카드는 그 「무리한다」를 더 높은 문턱으로 번역했습니다. 이 카드는 39,645원, 이 진영 2위입니다.
그러니까 이 덱은 자기 덱을 스스로 갈아 넣어야 돌아갑니다. 실제로 엑시아 카드들에는 「자기 덱 위에서 2장을 트래시에 둔다」가 달려 있어요. 이기려고 자기 자원을 태우는 구조. 무장조직이라는 설정과 잘 맞아떨어지는데, 이게 의도인지 우연인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부서진 엑시아가 제일 비쌉니다
이 진영 1위는 건담 엑시아 리페어, 43,426원입니다.
리페어는 멀쩡한 기체가 아닙니다. 1기 마지막 전투에서 걸레짝이 된 엑시아를 억지로 수리해 붙인 상태예요. 카드 그림도 그렇습니다. 팔 한쪽이 없고 장갑이 뜯겨 있고요. 능력치는 공격력 2에 체력 1. 게임 전체에서 제일 물렁한 축입니다.
그런데 능력이 재미있어요. 「파괴됐을 때 자기 덱 위에서 2장을 트래시에 둔다」. 부서지는 게 손해로만 끝나지 않고, 아까 말한 일곱 장을 채워주는 일이 됩니다. 이 기체는 죽어서 다음 카드를 켭니다.
같은 이름의 일반 판본 GD05-050은 11,453원. 그림은 같고 테두리 처리만 다릅니다. 3.8배 차이네요.
파일럿 열세 장이 전부 0원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CB〕 태그를 단 파일럿 카드는 17장입니다. 주인공 넷 — 세츠나, 티에리아, 록온, 알렐루야 — 의 카드가 그중 13장이고요. 열세 장 전부 0원입니다. 판본이 네 개씩 찍힌 사람도 있는데 하나도 안 걸렸어요.
값이 붙은 파일럿은 딱 한 명입니다.
네나 트리니티, 8,810원. 트리니티 남매는 솔레스탈 비잉의 이름을 쓰지만 주인공들과 다른 부대입니다. 같은 간판을 달고 훨씬 난폭하게 굴어서, 주인공들이 하던 일의 명분을 통째로 망가뜨리는 역할이에요. 좋게 볼 인물은 아닙니다.
카드를 자세히 보다가 웃었는데, 네나 카드인데 셋이 다 그려져 있습니다. 파란 머리 요한, 가운데서 윙크하는 네나, 뒤에 검은 머리 미하엘. 능력도 혼자 싸우는 쪽이 아니라 「다른 아군 하나의 공격력을 올린다」예요. 보정치도 공격 +0에 체력 +3입니다. 자기가 때리는 카드가 아니라 옆을 받치는 카드죠.
주인공 넷은 각자 한 대씩 몰고 각자 0원, 조직을 망친 남매는 셋이 한 장에 들어가서 값이 붙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면, 별 의미 없습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8,810원은 8월에 누가 1,000엔에 올려둔 매물 한 건이 전부예요. 인기 순위가 아닙니다.
키리오스 카드에는 이름이 두 개 적혀 있습니다
건담 카드에는 왼쪽 아래에 「LINK」 칸이 있고, 거기에 그 기체에 태울 수 있는 조종사 이름이 적힙니다. 보통 한 명이에요.
GD04-034 키리오스는 두 명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알렐루야 합티즘」과 「할렐루야 합티즘」. 오타가 아니라 한 몸에 든 두 인격입니다. 온순한 쪽과 호전적인 쪽이 상황에 따라 교대하는 인물이에요. 이걸 이름 칸을 한 줄 늘리는 걸로 처리했네요. 제가 지금까지 읽은 건담 카드 중에 LINK가 두 명인 건 이 카드뿐입니다. 전수로 세보진 않았으니 더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이 여덟 개 숫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실컷 했으니 이제 숫자 쪽을 정직하게 털어놓겠습니다.
값이 붙은 8장 중 6장은 매물이 딱 한 건입니다. 그리고 8장 중 7장은 8월 25일에서 멈춰 있어요. 9월 6일 관측에서도 살아남은 건 엑시아 리페어 한 장, 그것도 4,980엔짜리 한 건뿐입니다. 나머지 일곱 장은 9월에 아무도 안 내놨습니다.
「시세 43,426원」이라고 쓰면 시장이 정한 값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한 사람이 한 번 부른 값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확인했습니다. 74장 중 8장이면 10.8%인데, 건담 카드 전체 평균이 10.2%예요. 그래서 「이 진영이 유독 잘 돈다」고 쓰려다 세트별로 쪼개 봤습니다.
ST07 스타트 덱 출신 26장 중 1장(3.8%), GD04 24장 중 3장(12.5%), GD05 6장 중 3장(50.0%). 각 세트의 전체 평균은 순서대로 3.1%, 12.9%, 39.1%입니다. 거의 그대로예요. 진영 덕분이 아니라 그냥 어느 팩에 실렸느냐로 다 설명됩니다. 제 짐작이 빗나간 김에 적어둡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카드들을 사지도 팔지도 않습니다. 여덟 장 중 여섯 장이 매물 한 건이고, 일곱 장은 3주 전 값에서 멈춰 있어요. 값이 싸서가 아니라 값이라고 부를 만한 게 아직 안 만들어졌습니다.
대신 0원짜리를 헐값에 넘기지는 마세요. 세츠나 네 장, 티에리아 네 장, 버체 여덟 장이 0원으로 찍히는 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낱장으로 파는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교환할 때 이 0을 근거로 들면 가진 쪽이 손해를 봅니다.
덱을 굴릴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앞에서 본 「트래시 일곱 장」이 이 진영의 엔진인데, 그 일곱 장을 채워주는 카드들이 대부분 0원 칸에 있어요. 값이 붙은 여덟 장만 사 모으면 스위치가 안 켜집니다. 이 덱은 비싼 카드를 고르는 게임이 아니라 싼 카드를 쌓는 게임이에요.
마지막으로 다음에 다시 재볼 숫자 세 개를 적어둡니다. 버체 8장 0원, 주인공 파일럿 13장 0원, 이 진영 매물 8건. 9월 26일에 새 스타트 덱 네 종이 나오고 10월 31일에 새 부스터가 들어옵니다. 그때 이 셋이 어떻게 됐는지 다시 쓰겠습니다.
기체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모으는 거라면 말릴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ST07-001 엑시아를 그린 사람은 Naochika Morishita, 이 게임 최상위 카드들을 그린 사람 중 하나예요. 0원 칸에 있는 그림이라고 대충 그려진 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