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테라 이름을 진짜 익룡이 가져갔습니다
포켓몬 프테라는 익룡 프테라노돈을 보고 만든 이름인데, 2014년엔 반대로 진짜 익룡 화석이 프테라의 이름을 받았습니다. 국내판 카드 12장 중 실제 낙찰 기록이 남은 건 딱 1장뿐입니다.
포켓몬 이름이 거꾸로 과학 논문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2014년, 독일 쥐라기 후기 익룡 화석 표본들이 새 학명을 받았습니다. 표본 자체는 186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새 이름이 Aerodactylus. 프테라의 영문명 Aerodactyl에서 그대로 따온 이름입니다. 포켓몬이 익룡을 보고 만들어졌는데, 나중엔 진짜 익룡이 포켓몬 이름을 받아간 셈입니다. 오늘은 이 프테라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프테라노돈, 생김새는 다른 익룡
일본어 원명은 プテラ, 그대로 읽으면 한국어 프테라와 거의 같은 소리입니다. 영문명 Aerodactyl은 '공기(aero)'와 프테로닥틸루스(pterodactyl)를 합친 조어입니다. 한국어 프테라는 일본어 이름을 그대로 옮긴 표기인 셈입니다. 셋 다 어원은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나무위키를 보면 재밌는 엇박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프테라노돈인데, 실제 생김새의 모티브는 람포링쿠스와 와이번에 더 가깝다는 겁니다. 저는 이 미스매치가 오히려 프테라답다고 봅니다. 90년대엔 익룡을 그냥 '날아다니는 파충류 괴수'로 뭉뚱그려 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프테라는 그 시절 지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니까요.
호박에서 부활하는 유일한 화석 포켓몬
프테라는 전국도감 142번, 분류는 화석 포켓몬입니다. 다른 화석 포켓몬(투구푸스·암스타 등)은 전부 돌 화석에서 부활합니다. 프테라만 다릅니다. 비밀의호박이라는 이름의 호박(amber)에서 부활하죠. 갇혀 있던 모기의 피에서 유전자를 뽑아 복원한다는 설정인데, 쥬라기 공원의 오마주라는 게 정설입니다.
1세대 게임에서는 회색시티 박물관 뒷문으로 들어가야 비밀의호박을 얻습니다. 컷 기술이 필요합니다. 부활은 홍련마을에서 시킵니다. 쉽게는 못 구합니다. 실제 카드 문구도 이 설정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호박에 남겨진 유전자로 복원시켰다. 예상 밖으로 흉포하여 희생자도 발생했다."
— 프테라(초능력의 제왕, 2016)
이 문장을 보고 나서 프테라를 조금 다르게 읽게 됐습니다. 그냥 '멋있게 부활한 익룡'이 아니라, 부활 과정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던 실험체에 더 가깝다는 겁니다. 카드 문구가 직접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왼쪽부터 태그볼트(2019)·다크러시(2012)·초능력의 제왕(2016) 프테라입니다. 초능력의 제왕 카드는 도쿄 시내 위를 나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고대 포켓몬과 현대 도시가 한 장에 같이 있는 그림이죠.
지우를 쫓다가 노래에 잠든 첫 등장
애니메이션 데뷔는 무인편 46화입니다. 지우 일행이 화석 발굴지에 갔다가, 그곳을 폭파하려던 로켓단과 함께 사고로 지하 동굴에 떨어집니다. 잠들어 있던 화석 포켓몬들이 한꺼번에 깨어납니다. 다른 화석 포켓몬은 전부 도망갑니다. 프테라만 남아 일행을 쫓아옵니다. 위기를 넘긴 건 다름 아닌 45화에 먼저 나온 푸린의 노래였습니다. 8월 7일에 다룬 그 푸린 맞습니다 — 프테라를 포함해 그 자리의 모두가 잠들어 버렸습니다.
포켓몬 저니스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한 번 더 벌어집니다. 고우가 회색박물관에서 비밀의호박을 주웠습니다. 하룻밤 새 로켓단이 그걸 몰래 부활시켰습니다. 프테라는 곧바로 폭주합니다. 고우는 프테라를 진정시킨 뒤에야 포획에 성공합니다. 등장할 때마다 부활은 사고나 악의로 일어납니다. 프테라는 늘 통제 밖으로 튀어 나갑니다. 저는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애초에 카드 문구부터 "예상 밖으로 흉포하다"고 못 박아 뒀습니다. 애니메이션도 그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 것뿐이겠죠.
2014년, 같은 해에 일어난 두 가지 일
2014년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에서 프테라는 메가진화를 받습니다. 프테라나이트를 지니면 메가프테라가 되는데, 몸 일부가 돌처럼 굳으면서 더 날카로워집니다. 특성은 접촉기 위력을 끌어올리는 '단단한발톱'. 공격 105→135, 스피드 130→150까지 능력치가 뜁니다.
같은 해, 독일 고생물학자 스티븐 비도비치와 데이비드 마틸이 옛 익룡 화석 표본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 표본은 186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러 종의 특징이 뒤섞여 오랫동안 분류가 애매했습니다. 두 사람은 새 속명을 붙이면서 논문에 그 이유를 직접 적었습니다. 여러 익룡의 특징이 조합된 가상의 생물, 포켓몬 프테라를 참고했다고요. 그렇게 붙은 이름이 Aerodactylus입니다.
단순히 같은 해에 일어난 우연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보는 걸 좋아합니다. 한쪽에서는 프테라가 게임 속에서 더 강해집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진짜 화석이 프테라의 이름을 받습니다. 익룡을 보고 포켓몬을 만들었는데, 그 포켓몬 이름이 다시 익룡에게 돌아간 겁니다. 이름이 한 바퀴 돈 셈이죠.
카드로 보는 프테라 — 낙찰 기록은 12장 중 1장뿐
DB에 등록된 국내판 프테라 카드는 12장입니다. 2012년 다크러시부터 2023년 포켓몬 카드151까지입니다. 11년에 걸쳐 흩어져 있습니다.
가격을 정리하다가 눈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12장 중 실제 낙찰 기록(네이버카페 경매)이 남아 있는 카드는 단 한 장입니다. 프테라 V SR(105/100)입니다. 이 카드는 5월 24일 11,000원, 6월 5일 23,000원에 무등급으로 낙찰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카드의 그레이드 매물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BRG9 등급 매물이 200,000원, PSA9 등급 매물이 123,900원입니다. 둘 다 6월 21일 네이버쇼핑·크림에 올라온 판매중 호가입니다. 낙찰 기록이 아닙니다.
저는 이 20만원을 프테라 V SR의 시세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등급 차이를 감안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값에 실제로 거래됐다는 기록이 DB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등급 낙찰가의 10배에 가까운 값을 부르는 매물이 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적어 두겠습니다.
나머지 카드는 전부 판매중 호가만 확인됩니다. 8월 16일 기준 tcgbox 호가로 가장 비싼 건 프테라 V SR(106/100, 일러스트 Nurikabe)입니다. 38,000원이죠. 이 카드는 4월 18일 카페 경매에서 무등급 12,000원에 낙찰된 실거래 기록도 하나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건 2023년 포켓몬 카드151에 실린 R등급 프테라로, 호가 1,000원입니다.
| 카드 | 세트(발매) | 참고가 | 구분 |
|---|---|---|---|
| 프테라 V SR(105/100) | 로스트어비스(2022) | 11,000~23,000원 | 실거래(카페 낙찰) |
| 〃 그레이드 매물 | 로스트어비스(2022) | BRG9 200,000 / PSA9 123,900 | 호가(naver_shopping·kream) |
| 프테라 V SR(106/100) | 로스트어비스(2022) | 12,000원 | 실거래(카페 낙찰, 4/18) |
| 〃 tcgbox 시세 | 로스트어비스(2022) | 38,000원 | 호가(tcgbox, 8/16) |
| 프테라 VSTAR HR | 로스트어비스(2022) | 11,800~19,500원 | 호가(naver_shopping) |
| 프테라 GX SR | 미라클트윈(2019) | 11,500~25,000원 | 호가(naver_shopping) |
| 프테라 GX RR | 미라클트윈(2019) | 4,000~8,500원 | 호가(naver_shopping) |
| 프테라 V RR | 로스트어비스(2022) | 500~3,000원 | 호가(naver_shopping) |
| 프테라 VSTAR RRR | 로스트어비스(2022) | 1,500원 | 호가(cardnyang) |
| 프테라(포켓몬 카드151) | 포켓몬 카드151(2023) | 1,000원 | 호가(tcgbox, 8/16) |
등급 매물이 실거래보다 열 배 가까이 부풀어 있다고 해서, 이게 꼭 나쁘다고만 보진 않습니다. 표본이 워낙 얇은 카드라 값이 붙는 방식 자체가 아직 안 굳은 겁니다. 다만 사는 입장이라면, 매물가를 그대로 시세로 믿진 않으시길 바랍니다.
1억5천만 년 전 하늘을 날던 익룡이, 이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익룡에게 돌아갔습니다. 카드 값은 아직 그 정도로 극적이진 않지만, 언젠가 프테라도 재평가받는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