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훔친 건담은 공격력을 내주고 체력을 받았습니다
Z건담 진영 70장. 티탄즈 Mk-II와 에우고 Mk-II는 AP·HP가 뒤바뀌어 있고, 콰트로 카드엔 '샤아로도 취급한다'가 적혀 있다. 값은 주인공 기체보다 백식이 높지만 매물 한 건짜리다.
「기동전사 Z건담」은 도둑질로 시작합니다. 열일곱 살 카미유 비단이 그린 오브 기지에서 티탄즈의 신형기 건담 Mk-II를 몰고 나가 버리죠. 그 기체는 반지구연방 조직 에우고의 배 아가마에 실리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굴러갑니다.
건담 카드게임에는 그 Mk-II가 두 장 따로 있습니다. 훔치기 전과 훔친 뒤.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보다가 숫자 두 개가 자리를 바꾼 걸 봤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로 시작해 Z건담 진영 70장을 훑어봅니다.
■ 훔친 Mk-II는 공격력을 내주고 체력을 받았습니다
왼쪽이 건담 Mk-II(티탄즈 사양) GD02-003, 가운데가 건담 Mk-II(에우고 사양) GD02-071입니다. 둘 다 형식번호 RX-178, 레벨 4, 코스트 3. 그림도 같은 화가 MECHA KLEAR가 그렸습니다.
다른 건 오른쪽 아래 두 숫자입니다.
· 티탄즈 사양: AP 4 / HP 2
· 에우고 사양: AP 3 / HP 4
검은 기체는 세게 때리고 쉽게 부서집니다. 흰 기체는 한 대 덜 때리고 두 배를 버팁니다. 능력도 같은 방향이에요. 티탄즈 쪽은 부서졌을 때 손패의 유닛을 버려서 타고 있던 파일럿을 손으로 돌려받는 카드입니다. 파일럿을 소모품처럼 굴리는 쪽이죠. 에우고 쪽은 흰 아군 베이스가 있으면 손패의 〔에우고〕 파일럿을 공짜로 태워 줍니다.
이건 제 해석입니다. 원작에서 카미유가 Mk-II를 가져간 뒤 에우고가 흰색으로 다시 칠합니다. 카드가 그 도색 변경에 숫자까지 같이 바꿔 넣었다고 봅니다. 게임 디자이너가 그렇게 설명한 자료는 못 찾았어요.
세 번째 장은 ST10-003, G제네레이션판 에우고 사양입니다. AP 2 / HP 2로 둘 다 깎였고, 대신 링크 칸에 「카미유 비단」 이름이 직접 박혀 있습니다. 앞의 두 장은 링크 칸이 사람이 아니라 「특징〔티탄즈〕」·「특징〔에우고〕」였어요. 누가 타도 되는 양산 시제기와, 카미유의 기체. 링크 칸 한 줄이 그걸 가릅니다.
값은 어떨까요. 세 장 다 0원입니다. 판본까지 합치면 Mk-II 계열 7장이 전부 비어 있습니다.
■ 진영 색이 둘로 갈려 있습니다
Z건담 카드는 소속 태그로 깔끔하게 갈립니다. 〔에우고〕 28장은 전부 하양, 〔티탄즈〕 42장은 전부 파랑. 예외가 없었어요. 원작 색을 그대로 옮긴 셈입니다. 티탄즈 기체들은 짙은 남색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에우고 카드에는 같은 문장이 자꾸 나옵니다. 「흰 아군 베이스가 있으면」. 에우고 사양 Mk-II가 그렇고, 백식이 그렇고, 카미유 파일럿 카드도 그렇습니다. 흰 베이스, 즉 아가마 같은 배가 깔려 있어야 이 진영이 제대로 돕니다.
재미있는 건 아가마 GD02-129입니다. 베이스 카드 101장 가운데 값이 붙은 게 이 한 장뿐이에요. 11,059원. 에우고 덱의 발판 노릇을 하는 배가 베이스 전체에서 유일하게 시장에 나온 카드라는 게, 저는 우연 같지 않습니다. 다만 매물은 9월 6일 ¥1,280 한 건이 전부라 이걸로 "덱 수요가 있다"고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능력도 한번 보시죠. 버스트로 튀어나오면 공짜로 깔리고, 깔릴 때 실드 한 장을 손으로 가져오고, 상대 효과 데미지를 안 받습니다. 원작에서 이 배가 모진 공격을 버티며 끝까지 살아남던 걸 떠올리면 꽤 어울리는 문장이에요. 그림 구석엔 출격하는 Z건담도 작게 들어가 있습니다.
■ 콰트로 카드에 적힌 한 줄
Z건담에서 카미유 옆을 지키는 사람은 콰트로 바지나. 선글라스를 쓴 에우고 대위죠. 원작을 본 분은 다 아는 비밀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샤아예요.
카드는 그 비밀을 규칙으로 적어 놨습니다. 콰트로 바지나 GD02-098 첫 줄이 「이 카드의 카드명은 「샤아 아즈나블」로도 취급한다」입니다. 그림도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을 잡았어요. 화가는 BANILIZO.
그런데 값은 둘이 따로 놉니다. 이름으로는 샤아인 콰트로가 판본 3장 모두 0원이고, 샤아 아즈나블 GD05-093_p1은 34,387원입니다. 게임 규칙상 같은 이름인데 시장은 다른 사람으로 칩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규칙 문구까지 써 준 카드가 0원이라는 건 좀 아쉽네요.
■ 주인공 기체가 조연 기체보다 쌉니다
에우고 28장 중 값이 붙은 건 4장입니다.
· 백식 GD02-072_p1 R+ 43,200원
· Z 건담 GD02-069_p1 LR+ 34,387원
· 아가마 GD02-129 R 11,059원
· Z 건담(바이오센서 기동 시) GD03-071_p1 R+ 8,640원
타이틀 기체인 Z건담이, 한 등급 아래 R+인 콰트로의 백식보다 쌉니다. 1.26배 차이.
근데 이건 제가 믿지 않는 숫자예요. 백식 43,200원은 8월 25일 매물 ¥5,000 한 건이 전부입니다. Z건담도 가장 최근인 9월 6일엔 ¥3,980 한 건뿐이고요. 8월엔 Z건담 매물이 ¥2,500과 ¥5,000 두 건이었는데, 그때 기준이면 순서가 뒤집혔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씩 올린 값 두 개를 놓고 누가 더 인기라고 말할 순 없죠.
카드 자체는 성격이 분명합니다. Z 건담 GD02-069(Lv.6·코스트 5·AP 5/HP 4, 화가 Yosuke Adachi)은 링크 중 한 턴에 한 번, 흰 베이스를 눕히고 자기가 다시 일어섭니다. 대신 그 턴엔 상대 플레이어를 못 때려요. 배를 발판 삼아 두 번 싸우는 기체죠. 백식 GD02-072(Lv.5·코스트 3·4/4)은 블로커에 흰 베이스가 있으면 리페어 1. 막고 버티는 쪽입니다.
그리고 바이오센서 기동 시 GD03-071. 원작 후반, 카미유의 감정에 반응해 Z건담이 보라빛으로 폭주하는 장면입니다. 카드는 Lv.7·HP 5로 한 칸 올라가고, 배치될 때 트래시에 쌓인 〔에우고〕 유닛 수만큼 상대 유닛 AP를 깎습니다. 동료가 쓰러질수록 세지는 카드. 원작 결말을 아는 분들에겐 좀 쓸쓸한 문장이죠.
■ 티탄즈 42장, 값은 디 오 하나
반대편은 더 조용합니다. 티탄즈 42장 중 값이 있는 건 디 오 GD03-002_p1 LR+ 19,008원 한 장. 그것도 8월 25일 ¥2,200 한 건입니다.
LR과 LR+를 둘 다 받은 사이코 건담 GD02-001도 0원. 판본 4장을 받은 Mk-II 티탄즈 사양도 0원. 파일럿은 팝티머스 시로코, 포우 무라사메, 제리드 메사, 야잔 게이블까지 전부 비어 있습니다.
시로코 카드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링크하면 다른 아군 유닛에게 리페어 2를 주고, 그게 〔주피트리스〕면 한 장 뽑습니다. 자기가 싸우는 게 아니라 남을 움직이는 사람. 디 오도 마찬가지로 「리페어를 가진 다른 아군이 공격하면 상대 하나를 눕힌다」입니다. 원작에서 뒤에서 판을 짜던 인물을 그대로 옮긴 느낌이죠.
이쯤 되면 "에우고가 인기고 티탄즈는 인기가 없다"고 쓰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세트별로 잘라 봤습니다.
· GD02(이 세트 전체 커버리지 5.3%): 에우고 15장 중 3장 / 티탄즈 16장 중 0장
· GD03(세트 전체 5.9%): 에우고 7장 중 1장 / 티탄즈 17장 중 1장
GD03에선 둘이 같습니다. GD02에선 에우고가 앞서는데, 3 대 0이에요. 티탄즈 쪽도 LR+·R+ 패러렐을 받았는데 0원이니 등급 차이로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세 장으로 인기 순위를 매기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이건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카미유는 어디에 있나
카미유 비단 GD02-097은 판본 3장, G제네판 2장까지 합쳐 5장이 전부 0원입니다. 헬멧 속에서 옆을 노려보는 그림이고 화가는 Keisuke Namioka. 흰 베이스가 있으면 AP+2를 줍니다. 역시 배가 있어야 강해지는 사람이에요.
9월 19일 글에서 조종사 카드는 같은 R+ 칸에서 기체보다 비싸다고 썼습니다. 아무로 74,120원, 샤아 34,387원. 그런데 Z건담 주인공은 R+ 판본이 있는데도 값이 안 붙었어요. 조종사가 비싸다는 얘기는 "값이 붙은 카드끼리 비교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린 얘기였던 거죠. 그 조건을 이 카드가 보여줍니다.
■ 제 판단
하나. 이 진영에서 지금 사고팔 카드는 없다고 봅니다. 값이 붙은 5장이 전부 매물 한 건짜리이고, 네 장은 3주 전에 멈춘 관측입니다. 백식 43,200원은 시세가 아니라 8월의 한 사람이 부른 값이에요.
둘. 덱을 짤 거면 얘기가 다릅니다. 에우고는 흰 베이스 하나에 여러 장이 매달린 구조고, 그 부품 대부분이 0원 칸에 있습니다. Mk-II 에우고 사양, 카미유, 콰트로 전부요. 0원이라 싸다는 게 아니라, 낱장으로 살 곳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GD02 박스가 지금 5만 1천원대인데, 저라면 에우고 덱은 박스부터 뜯겠습니다.
셋. 그림으로 고른다면 Mk-II 두 장을 나란히 두세요. 같은 화가, 같은 기체, 색과 숫자만 바뀐 한 쌍. 이야기의 첫 장면이 카드 두 장에 들어 있습니다. 둘 다 0원이라 교환으로 구하기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 다음에 다시 볼 숫자
· 에우고 28장 중 값 4장, 티탄즈 42장 중 1장
· 백식 43,200 대 Z건담 34,387, 이 순서가 매물이 늘어도 유지되는지
· 카미유 파일럿 5장 0원
10월 31일 GD06이 나오고 새 시세 관측이 들어오면 다시 세어 보겠습니다. 스냅샷이 9월 6일에서 멈춘 지 3주가 넘었어요. 그 사이 값이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