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이라고 적힌 매물이 장당 절반값입니다
여러 장을 한꺼번에 파는 매물 열다섯 건 전수. 사보 시크릿 만 원의 정체와 '덱소스'라는 말, 장당 절반까지 내려가는 4장 매물까지.
경매 하나를 보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7월 29일 마감, 낙찰가 33,000원. 제목은 이랬습니다. "한글판 히로인즈 트라팔가 로 & 우타 4장씩".
4장씩이면 여덟 장입니다. 그런데 이 두 장은 카드샵에서 한 장에 우타 20,000원, 로 30,000원짜리 시크릿 레어예요. 두 장만 사도 5만 원입니다.
여덟 장이 3만 3천 원. 장당 4,125원.
물론 여덟 장이 다 시크릿 레어는 아니었을 겁니다. 제목엔 그 얘기가 없어요. 다만 이 낙찰이 우리 DB에는 "우타 시크릿 레어 33,000원" 한 줄로 들어와 있습니다. 여덟 장 값이 한 장에 붙은 거죠.
오늘은 이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 장을 한꺼번에 파는 매물이 어떻게 생겼고, 그게 값을 어떻게 흐리고, 어떤 때는 왜 이득인지.
■ 먼저 값의 층을 나눠 둡니다
카드샵가 — 오프라인 카드샵이 한 장에 붙여 파는 값. 이 글의 기준선입니다.
경매 낙찰가 — 실제로 팔린 값. 다만 몇 장이 팔렸는지는 제목에만 적혀 있습니다.
중고장터 등록가 — 파는 사람이 부른 값. 팔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 묶음이라고 표시된 경매는 열다섯 건뿐입니다
우리 데이터에 "이건 묶음이다"라고 따로 표시된 거래는 전부 열다섯 건입니다. 전부 카페 경매고요. 전수를 그대로 놓습니다.
| 마감 | 제목에 적힌 구성 | 낙찰 | 붙은 카드의 카드샵가 |
|---|---|---|---|
| 6/01 | 공식 플레이 매트 (일본판) | 450,000 | 800 |
| 7/23 | 북미판 루피&조로 프로모 세트 | 320,000 | — |
| 7/17 | 일본판 프로모 4종 | 122,000 | — |
| 7/17 | 5탄 루피 시크 패러렐 & 시크 세트 | 104,000 | 15,000 |
| 8/31 | 일판 루피 + 한판 에이스 + 한판 우타 | 73,000 | — |
| 7/17 | 일본판 프로모 2종 | 51,000 | — |
| 7/30 | 앨범용 에넬 SP 한글판 | 46,000 | 70,000 |
| 7/17 | 일본판 프로모 2종 (1) | 35,000 | — |
| 7/29 | 히로인즈 로 & 우타 4장씩 | 33,000 | 20,000 |
| 7/17 | 일본판 프로모 2종 (2) | 32,000 | — |
| 7/24 | 루피 시크 패러렐 / 시크 6종 | 31,000 | 18,000 |
| 8/10 | 일판 앨범용 프로모 4장 | 20,000 | — |
| 7/27 | 2탄 나미, 니코 로빈 앨범용 | 19,000 | 600 |
| 8/11 | 한글판 앨범용 카이도 SP | 19,000 | 25,000 |
| 7/01 | 13탄 사보 시크릿, 슈퍼레어 3장 | 10,000 | 30,000 |
맨 아랫줄을 보세요. 사보 시크릿 레어 한 장에 슈퍼레어 세 장, 합쳐 네 장이 만 원. 사보 시크릿만 카드샵에서 3만 원입니다.
왼쪽부터 사보 시크릿, 루피 시크 패러렐, 5탄 루피 시크릿, 에넬 SP, 카이도 SP입니다. 다섯 장 다 위 표에 이름이 올라 있지만, 다섯 번 다 혼자 팔린 게 아니에요.
■ 표를 만들 때마다 제가 빼던 줄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저는 이 열다섯 건을 계속 봤습니다. 매주 낙찰 표를 만들면서요. 그리고 매번 뺐습니다.
뺄 수밖에 없었어요. 사보 시크릿을 "만 원에 팔렸다"고 적으면 거짓말이 되니까요. 카이도 SP 19,000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빼는 걸로 끝내면 안 되겠더군요. 검색해서 값을 보는 사람 눈에는 그 줄이 그냥 보이거든요. 어디에도 "이건 네 장 값입니다"라고 안 적혀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뺀 줄들을 모아서 한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검색하다 이상하게 싼 값을 보면, 먼저 제목에 숫자가 붙어 있는지 보세요.
■ "4장"이라고 적힌 매물은 성격이 다릅니다
묶음 표시가 없는데 제목에 장수가 적힌 매물도 있습니다. 이쪽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중고장터 쪽인데, 죄다 같은 카드를 서너 장씩 팝니다.
| 카드 | 구성 | 등록가 | 장당 | 카드샵 한 장 |
|---|---|---|---|---|
| 로브 루치 (5탄 SR) | 세트 4장 | 12,000 | 3,000 | 6,000 |
| 피카 (5탄 SR) | 4장 | 4,000 | 1,000 | 1,500 |
| 루피 (14탄 SR) | 4장 | 11,000 | 2,750 | — |
| 트라팔가 로 (14탄 SR) | 3장 | 11,000 | 3,667 | — |
루치는 장당 절반, 피카는 3분의 2입니다. 넉 장을 한 번에 넘기는 쪽이 파는 사람도 편하니 그럴 겁니다.
왜 하필 넉 장이냐면, 덱에 같은 카드를 넉 장까지 넣을 수 있어서예요. 게임을 하려고 사는 사람은 한 장이 아니라 넉 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매물이 생깁니다.
다만 네 건뿐입니다. 이걸로 "묶음이 항상 싸다"고 말하진 못하겠어요. 실제로 14탄 로는 세 장에 11,000원인데, 같은 카드 한 장짜리 등록가가 며칠 전엔 2,000~5,000원이었습니다. 장당으로 치면 오히려 비싸요.
■ 파는 사람들은 이걸 "덱소스"라고 부릅니다
중고장터 제목을 훑다가 처음 보는 말을 만났습니다. 덱소스.
세 건 나옵니다. "나미 SR 덱소스 카드", "오로성 SR 임 리더 덱소스", "가자 해군본부 R 일판 덱소스". 덱에 넣을 재료라는 뜻으로 쓰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값입니다. 나미 슈퍼레어는 카드샵 40,000원인데 덱소스로 올라온 등록가가 10,500원. 오로성 슈퍼레어는 35,000원짜리가 10,000원이고요.
같은 카드인데 "모으는 물건"으로 팔면 4만 원, "덱 재료"로 팔면 1만 원인 셈이죠. 물론 등록가라 팔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맨 오른쪽 나미는 제목이 아예 "20장 보유"예요. 3,000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카드샵은 만 원이고요.
■ 반대편엔 "앨범용"이 있습니다
묶음 열다섯 건 중 넷은 제목에 앨범용이 붙어 있습니다. 컬렉션 앨범에 꽂을 카드라는 뜻이겠죠.
이쪽은 값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앨범용 에넬 SP는 46,000원, 카드샵 70,000원의 0.66배. 앨범용 카이도 SP는 19,000원, 25,000원의 0.76배.
둘 다 카드샵보다 쌉니다. 앨범을 채우는 사람은 상태에 덜 예민하고, 파는 쪽도 그걸 알고 값을 내려 부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인된 건 여기까지예요.
■ 조심할 것 세 가지
① 카드가 아닌 것도 섞입니다. 목록 맨 위 450,000원은 공식 플레이 매트였어요. 카드가 아닙니다. 그림이 같아서 루피 리더 카드 번호에 붙었고, 그 카드는 카드샵에서 800원입니다.
② 파는 글이 아니라 사는 글도 있습니다. "페로나 슈퍼레어 4장 삽니다" 20,000원이 그렇습니다. 이건 팔린 값도, 부르는 값도 아니에요.
③ 나라가 섞입니다. "일판 루피 + 한판 에이스 + 한판 우타" 한 묶음에 73,000원. 한 나라 값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프로모 2종 묶음이 35,000원과 32,000원에 각각 팔린 건도 있어요. 같은 구성 두 세트를 따로 내놓은 겁니다.
하나 더. 해군본부 카드에 붙은 1,900원짜리 등록가는 제목이 "OP16-038 가자 해군본부 R 일판 덱소스"입니다. 번호도 나라도 다른 카드예요. 한글판 해군본부는 800원짜리 다른 카드입니다.
■ 저라면 이렇게 합니다
게임을 할 거면 "4장" 매물을 먼저 찾습니다. 근거는 위 표예요. 루치 장당 3,000원, 피카 장당 1,000원. 카드샵에서 같은 카드를 넉 장 모으려면 각각 24,000원과 6,000원인데, 한 번에 12,000원과 4,000원입니다. 넉 장이 필요한 건 취향이 아니라 규칙이라, 어차피 사야 할 물건을 싸게 사는 셈이죠.
반대로 한 장만 필요하면 묶음 경매엔 안 들어갑니다. 열다섯 건 중 제목만 보고 구성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절반도 안 됐어요. "시크 패러렐 & 시크 세트"가 어느 패러렐인지, "4장씩"의 나머지가 뭔지 저는 지금도 모릅니다. 값이 오르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뭘 받는지 모르는 물건이라 안 사는 겁니다.
■ 모르겠는 것
첫째, 앨범용이라 싼 건지 그냥 그 두 장이 싸게 나간 건지 두 건으로는 못 가릅니다. 에넬과 카이도 둘뿐이에요.
둘째, 14탄 로가 세 장에 11,000원인데 왜 단품 등록가보다 장당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신탄이라 값이 아직 안 잡혀서일 수도 있고, 세 장의 상태가 좋아서일 수도 있고요. 이건 다음 달에 다시 보겠습니다.
· 낙찰가가 이상하게 싸면 제목에 숫자가 있는지 먼저 봅니다. 사보 시크릿 만 원은 네 장 값이었습니다.
· 게임용이면 "4장"·"덱소스"로 찾습니다. 장당 절반까지 내려갑니다.
· 한 장만 필요하면 묶음은 건너뜁니다. 구성이 안 적힌 묶음이 절반이 넘습니다.
다음 달엔 「창해의 칠걸」 카드가 카드샵에 낱장으로 깔릴 겁니다. 그때 이 표를 다시 만들어 보려고요. 낱장이 생기면 묶음 매물이 줄어드는지, 아니면 그대로인지가 궁금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