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란돈 이름의 절반은 사실 '세계의 종말'입니다
그란돈 이름의 '그라운드+게돈' 어원 논란부터 가이오가·레쿠쟈와의 초고대 전쟁, 애니메이션의 역할 반전, 카드 18장 중 실거래 있는 4장까지 정리했습니다.
포켓몬스터 루비 버전의 표지를 장식한 포켓몬입니다. 호연지방 전설의 세 신 중, 땅을 다스리는 쪽. 그란돈 이야기입니다.
이름 반쪽에 세계의 종말이 있다
한국·일본 쪽 자료는 설명이 명확합니다. 그란돈(Groudon)은 '그라운드(Ground, 대지)'와 아마겟돈을 줄인 '게돈(Geddon, 종말)'을 합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본어 표기 グラードン에는 지진을 뜻하는 의성어 '그라그라'가 겹쳐 있다는 설도 붙습니다.
그런데 영어권 자료는 다르게 풉니다. Bulbapedia는 '-don'을 스페인어 귀족 존칭 '돈(Don)'이나, 공룡 이름에 흔히 붙는 접미사(이구아노돈처럼 그리스어 '이빨' 어원)로 설명합니다. 같은 이름을 두고 한쪽은 '종말'로, 다른 쪽은 '공룡'으로 읽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공식 확정이 아닙니다. 게임프리크가 밝힌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그래도 '종말' 쪽에 마음이 갑니다. 이 포켓몬이 실제로 대지를 뒤바꿀 힘을 가진 걸로 설정돼 있어서입니다.
모티브는 성경 속 괴물, 얼굴은 공룡
Bulbapedia는 그란돈·가이오가·레쿠쟈 세 마리를 유대 신화(욥기·에녹서)에 나오는 괴물 셋에 대응시킵니다. 땅의 괴물 베헤모스가 그란돈, 바다의 괴물 리바이어던이 가이오가, 하늘의 괴물 지즈가 레쿠쟈입니다.
재밌는 건 안 닮았다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베헤모스는 하마나 멧돼지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그란돈은 그냥 공룡입니다. 정체는 티라노사우루스입니다. 거기에 안킬로사우루스류 가시가 붙은 모습이죠. 나무위키는 외형 모티브로 고지라를 유력하게 보지만, 이것도 공식 확인은 아닙니다.
신화적 뿌리와 실제 생긴 모습이 이렇게 따로 노는 이유는,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가이오가·레쿠쟈와 벌인 초고대 전쟁
카드 곳곳에 찍힌 도감 문구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가이오가와 사투 끝에 긴 잠에 들었다. 대지의 화신이라 불리는 전설의 포켓몬이다." 다른 카드는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고열로 물을 증발시켜 대지를 넓혔다고 전해진다. 가이오가와 격렬하게 싸웠다."
싸움을 말린 건 레쿠쟈였다고 전해집니다. 땅을 넓히려는 그란돈과 바다를 넓히려는 가이오가가 영역을 침범하다 부딪혔고, 레쿠쟈가 나서서 둘을 봉인했다는 설정입니다.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에서 이 셋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란돈은 주홍구슬로, 가이오가는 쪽빛구슬로 '원시회귀'합니다. 메가진화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메가진화는 배틀당 한 번뿐인데, 원시회귀는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박스아트 속 그란돈 손등엔 오메가, 가이오가 지느러미엔 알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표 초반엔 메가진화로 오해받았습니다. 나중에야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고 정정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순서가 바뀐다
게임에서는 레쿠쟈가 둘을 말립니다. 그런데 포켓몬스터 애드밴스드 제너레이션 애니메이션은 다릅니다. 팀 아쿠아에게 붙잡혀 있던 그란돈이 피카츄와 함께 탈출해서, 폭주하는 가이오가를 솔라빔으로 직접 제압합니다.
저는 이 각색이 마음에 듭니다. 원작 게임에서 그란돈은 그냥 싸우다 진압당하는 쪽이거든요. 애니메이션에서만 그란돈이 사태를 정리하는 쪽으로 대우가 바뀝니다.
카드로 보면: 18장 중 실제로 팔린 기록이 있는 건 4장
한글판으로 나온 그란돈 카드는 18장입니다. 이 중 2장은 이번 글에서 뺐습니다. 한글판인데 이미지 경로가 일본판 폴더로 잡혀 있어서, 화면에는 실제로 일본어 카드가 나옵니다(둘 다 2015·2026년 카드). 남은 16장으로 봅니다.
16장 중 6장은 팔린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6장은 즉구 매물가만 있고 낙찰 기록이 없습니다. 실제 낙찰은 딱 4장입니다.
가장 데이터가 많은 건 2015년 「마그마단vs아쿠아단 더블크라이시스」 RR입니다. 네이버카페 경매 낙찰이 6건, 24,000원부터 76,000원까지 걸쳐 있습니다. "앨범용"이라고 붙은 두 건(33,000원·60,000원)도 이 범위 안에 있어 가격을 깎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161,000원짜리 BRG7 등급 기록도 하나 있는데, 무등급 최고가(76,000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등급 7은 최고 등급도 아닌데 왜 이렇게 뛰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최근 카드인 2023년 「레이징서프」 AR은 정반대 모양입니다. 네이버쇼핑 즉구가는 19,000원~27,900원 사이에서 거의 안 움직입니다. 그런데 실제 경매 낙찰가(무등급)는 2,500원부터 33,000원까지 들쭉날쭉합니다. BRG9 등급 낙찰가도 22,000원~35,000원인데, 이게 무등급 최고가(33,000원)와 거의 겹칩니다. 저라면 이 카드는 등급을 굳이 안 보내겠습니다. 등급을 매겨도 값이 크게 안 뛰니까요.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세트(연도) | 등급 | 실거래 표본 | 가격대 |
|---|---|---|---|
| 가이아볼케이노 SR (2015) | 무등급 | 1건 | 23,000원 |
| 더블크라이시스 RR (2015) | 무등급 | 6건 | 24,000~76,000원 |
| 25주년 기념 N (2021) | 무등급 | 1건 | 1,500원 |
| 레이징서프 AR (2023) | 무등급 | 6건 | 2,500~33,000원 |
| 레이징서프 AR (2023) | BRG9 | 3건 | 22,000~35,000원 |
레이징서프 AR 가격 기록 중에는 "스톰에메랄드"라고 적힌 게시글 3건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 카드의 세트는 레이징서프인데, 스톰에메랄드는 완전히 다른 2026년 세트입니다. 다른 카드 값이 잘못 붙은 것으로 보여 이번 계산에서는 뺐습니다.
시대순으로 아홉 장을 붙입니다. 2010년부터 2026년까지, 16년입니다.
카드 16장 중 12장은 오늘도 실거래 답이 없습니다. 그란돈이 지금 얼마인지는, 저도 솔직히 절반은 모른다고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