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드 망가 루피가 1,725만원에 팔렸습니다
7월 31일 OP13-118 레드 망가 루피 PSA10이 1,725만 5천원에 거래됐습니다. 한글판 실거래 2위의 16배. 등급 슬라브 56건을 전수 뜯어보니 프리미엄은 싼 카드에만 크게 붙고, 수십만원짜리는 1배 근처거나 손해였습니다.
지난주 원피스 한글판 카드 실거래 기록이 새로 쓰였습니다. 액수부터 적겠습니다. 1,725만 5천원입니다.
7월 31일, 카드 거래 플랫폼 break.market에서 「계승되는 의지」(OPK-13) 몽키 D. 루피 SEC 한 장이 이 값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판매글 제목은 이랬습니다. "Op13-118 레드 망가 루피 psa10".
우리가 모아둔 한글판 실거래 기록 중 2위가 108만 8천원입니다. 1위와 2위 사이가 약 16배. 국내 카드샵에 붙은 무등급 최고 정가(220만원)와 비교해도 7.8배죠. 이런 격차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한 장 값에 이렇게 큰 숫자가 붙으면 보통 "그럴 만한 카드겠지"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카드는 뜯어볼 구석이 많습니다. 저는 표를 만들다가 세 번 놀랐습니다.
먼저, 이 카드가 뭔지부터
OP13-118. 카드 번호는 하나인데 버전이 다섯 개입니다. 원피스 카드에서 번호 뒤에 붙는 _p1, _p2 같은 꼬리표가 그림 버전을 가릅니다.
| 버전 | 그림 | 카드샵 정가 |
|---|---|---|
| OP13-118 (통상) | 주황빛 폭발 배경, 주먹 내지르는 루피 | 30,000원 |
| OP13-118_p1 | 분홍·붉은 대리석 무늬 배경 | 120,000원 |
| OP13-118_p2 (망가) | 흑백 만화 컷 배경 | 기록 없음 |
| OP13-118_p3 (레드 망가) | 붉은 만화 컷 배경 | 기록 없음 |
| OP13-118_p4 | 수배서(WANTED) 포스터 | 420,000원 |
다섯 장을 나란히 놓고 확대해서 봤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로 놀랐습니다.
_p1 · _p2 · _p3은 루피 그림이 똑같습니다. 밀짚모자, 붉은 셔츠, 옆으로 웃는 얼굴, 손 위치까지 같은 컷입니다. 바뀐 건 뒷배경뿐이에요. 대리석 무늬 → 흑백 만화 컷 → 붉은 만화 컷. 순서대로 값이 올라갑니다.
지난주에 저는 25주년 리더 얼터 카드를 뜯어보면서 "배경만 갈아낀 그림이 70배 비싸다"고 썼습니다. 같은 구조가 한글판 최고가 카드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물은 한 번 그리고, 배경을 바꿔 층을 쌓는 방식.
그러니까 1,725만원짜리 그림은 새로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12만원짜리와 같은 루피예요. 배경 색이 다릅니다.
「레드 망가」는 형제 카드 세 장에만 있습니다
OPK-13은 루피·에이스·사보 삼형제가 마지막 세 번호(118·119·120)를 나눠 가진 세트입니다. 그리고 이 세 번호에만 _p3 레드 망가가 붙습니다.
세 장 모두 국내 카드샵 정가 기록이 없습니다. 유통 자체가 거의 안 됐다는 뜻이죠. 대신 흑백 망가(_p2) 쪽은 형제 카드 값이 남아 있습니다.
| 카드 | 흑백 망가(_p2) 카드샵 정가 |
|---|---|
| 포트거스 D. 에이스 OP13-119_p2 | 2,000,000원 |
| 사보 OP13-120_p2 | 1,300,000원 |
| 몽키 D. 루피 OP13-118_p2 | 기록 없음 |
형제 값으로 미루면 루피 흑백 망가도 200만원 안팎일 겁니다. 그렇다면 1,725만원은 그 8.6배. 그림 배경 한 번 더 바뀌고, 슬라브에 담기면서 붙은 값입니다.
⚠️ 여기서 솔직히 밝혀둘 것
판매글 제목은 "레드 망가"(_p3)인데, 우리 DB는 이 거래를 _p2(흑백 망가)에 붙여 놨습니다. 판매자 표기와 자동 매칭이 어긋난 겁니다. 둘 중 어느 판본이 팔린 건지 우리 데이터로는 확정 못 합니다. 제목을 믿으면 레드 망가, DB를 믿으면 흑백 망가. 저는 제목 쪽이 맞다고 보지만 증거는 제목 한 줄뿐입니다.
1,725만원은 곱셈입니다
희귀 판본 하나만으로는 이 값이 안 나옵니다. 최고 등급 하나만으로도 안 나옵니다. 둘이 곱해져야 나옵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무등급 망가 카드의 카드샵 정가 천장이 200만원대예요. 반대로 등급 슬라브 실거래 2위가 108만 8천원입니다. 한쪽 축만 최대로 밀어도 100만~200만원 선에서 멈춥니다. 두 축이 만나야 1,700만원이 됩니다.
등급 슬라브 상위권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전부 망가 패러렐 + 10점 조합이에요.
| 순위 | 카드 | 등급 | 낙찰 | 카드샵 정가 | 배율 |
|---|---|---|---|---|---|
| 1 | 루피 OP13-118 레드 망가 | PSA 10 | 17,255,000원 | 기록 없음 | — |
| 2 | 루피 OP11-118_p2 (기어4 망가) | BRG 10 | 1,088,000원 | 1,000,000원 | 1.09배 |
| 3 | 나미 OP01-016 망가 | BRG 10 | 818,000원 | 100,000원 | 8.2배 |
| 4 | 버기 OP09-051_p2 망가 | BRG 10 | 800,000원 | 550,000원 | 1.45배 |
| 5 | 저격왕 OP03-122_p2 망가 | BRG 10 | 666,000원 | 450,000원 | 1.48배 |
| 6 | 트라팔가 로 OP10-119_p2 망가 | BRG 10 | 635,000원 | 600,000원 | 1.06배 |
| 7 | 제우스 OP11-106 | BRG 10 | 600,000원 | 3,000원 | 200배 |
| 8 | 레일리 OP08-118_p2 망가 | BRG 10 | 551,000원 | 600,000원 | 0.92배 |
| 9 | 에이스 OP02-013_p3 | CCG 10 | 300,000원 | 30,000원 | 10배 |
| 10 | 보아 행콕 OP01-078_p2 | BRG 9 | 271,000원 | 500,000원 | 0.54배 |
2위부터 8위까지 배율을 보세요. 1.06배, 1.09배, 0.92배, 1.45배, 1.48배. 대부분 1배 근처입니다. 이미 비싼 망가 카드는 슬라브에 담아도 값이 별로 안 오릅니다. 레일리는 오히려 카드샵 정가보다 싸게 팔렸어요.
제우스 하나만 200배로 튑니다. 원래 3,000원짜리 카드니까요.
등급 회사가 다섯 곳이나 됩니다
여기서 두 번째로 놀랐습니다. 한글판 원피스 등급 카드 거래 기록을 전부 긁어보니 슬라브 회사 이름이 다섯 개 나옵니다. 등급 카드라고 하면 보통 PSA 하나만 떠올리는데 아니었어요.
| 회사 | 거래 건수 | 중앙값 | 최저 | 최고 | 확인된 점수 |
|---|---|---|---|---|---|
| BRG | 36건 | 87,500원 | 18,000원 | 1,088,000원 | 8·9·10 |
| CCG | 8건 | 134,500원 | 30,000원 | 300,000원 | 9·10 |
| PSA | 8건 | 165,500원 | 50,000원 | 17,255,000원 | 10 |
| CGC | 3건 | 90,000원 | 80,000원 | 140,000원 | 9·10 |
| ARS | 1건 | 180,000원 | 180,000원 | 180,000원 | 10 |
총 56건. BRG가 36건으로 전체의 64%를 먹습니다. 한국 원피스 카드 시장에서 슬라브를 보면 대체로 이 회사 케이스라는 얘기죠.
다만 회사별로 어디가 더 값을 잘 받나는 이 표로 못 말합니다. CGC가 3건, ARS는 1건이에요. 담긴 카드가 애초에 다르니 중앙값 비교가 의미 없습니다. 이건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대신 한 쌍은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었습니다. 샹크스 OP09-004 수배서가 두 번 팔렸는데, 7월 15일 BRG 10이 182,000원, 7월 20일 CCG 10이 186,000원이었습니다. 닷새 차이로 2% 차이. 회사가 달라도 값이 거의 같았습니다.
단 2건이라 이걸로 "회사는 상관없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값이 뒤집히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기록해둘 만합니다.
10점과 9점 사이에서 갈립니다
세 번째로 놀란 지점. 등급 점수 하나가 손익을 가릅니다.
비싼 아트 카드(카드샵 정가 3만원 이상)에 9점이 붙은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 카드 | 등급 | 낙찰 | 카드샵 정가 | 배율 |
|---|---|---|---|---|
| 나미 OP01-016_p1 | BRG 9 | 46,000원 | 100,000원 | 0.46배 |
| 보아 행콕 OP01-078_p2 | BRG 9 | 271,000원 | 500,000원 | 0.54배 |
| 트라팔가 로 OP01-002_p1 | BRG 9 | 45,000원 | 80,000원 | 0.56배 |
| 보아 행콕 OP01-078_p1 | BRG 9 | 32,000원 | 35,000원 | 0.91배 |
| 시라호시 OP12-102_p1 | BRG 9 | 28,000원 | 17,000원 | 1.65배 |
다섯 건 중 넷이 카드샵 정가 아래입니다. 감정 비용과 배송료는 별도로 나갔을 텐데요. 나미 패러렐은 반값도 못 받았습니다.
10점도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카드샵 정가가 이미 높으면 10점이어도 아래로 갑니다. 마샬 D. 티치 수배서 BRG 10이 161,000원인데 카드샵 정가는 20만원, 도플라밍고 리더 패러렐 PSA 10이 75,000원인데 정가는 10만원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규칙 — 슬라브 프리미엄은 원래 값이 싼 카드에만 크게 붙습니다. 이미 수십만원짜리 카드는 등급을 붙여도 1배 근처에서 맴돌거나 손해가 납니다. 슬라브가 올려주는 건 카드값이 아니라 "상태가 보증됐다"는 사실이고, 비싼 카드는 그 보증에 이미 값이 들어 있는 셈이죠.
200원짜리가 8~9만원으로 올라옵니다
반대쪽 끝을 보면 그림이 확 다릅니다. 카드샵에서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카드들이 슬라브에 담겨 돌아옵니다.
| 카드 | 등급 | 낙찰 | 카드샵 정가 | 배율 |
|---|---|---|---|---|
| 사보 OP10-049 (레드 프로모) | BRG 10 | 100,000원 | 200원 | 500배 |
| 나미 ST01-007 (스토리지) | BRG 10 | 190,000원 | 400원 | 475배 |
| 브룩 OP01-022 (25주년) | BRG 10 | 89,000원 | 200원 | 445배 |
| 징베 ST01-005 (25주년) | BRG 10 | 72,000원 | 200원 | 360배 |
| 에이스 OP03-001 (리더) | BRG 10 | 92,000원 | 300원 | 307배 |
| 나미 EB02-017 (3주년 가이드북) | BRG 10 | 130,000원 | 600원 | 217배 |
| 니코 로빈 ST01-008 | BRG 10 | 40,000원 | 200원 | 200배 |
| 상디 OP01-013 (25주년) | BRG 10 | 99,000원 | 500원 | 198배 |
| 보아 행콕 OP13-051 | BRG 10 | 86,000원 | 500원 | 172배 |
| 디아만테 OP04-028 | PSA 10 | 50,000원 | 400원 | 125배 |
배율만 보면 대단해 보이죠. 그런데 도착점을 보세요. 전부 4만~19만원 띠에 모여 있습니다. 원본이 200원이든 600원이든, 슬라브에 담긴 뒤에는 비슷한 값이 됩니다.
이 카드들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25주년 기념, 스토리지 박스 특전, 3주년 가이드북 부록, 프로모. 물량이 적고 상태 좋은 게 드문 카드들이에요. 부스터 팩에서 계속 나오는 커먼이 아닙니다.
8월 첫 주에 이미 두 건 더 나왔습니다
이번 주 기록도 새로 쌓였습니다. 두 건이 눈에 걸립니다.
롤로노아 조로 OP06-118 SEC. 이 카드 거래 이력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 날짜 | 상태 | 낙찰 |
|---|---|---|
| 6월 9일 | 무등급 | 5,000원 |
| 7월 19일 | 무등급 | 10,500원 |
| 8월 5일 | CGC 10 | 140,000원 |
같은 카드, 두 달, 무등급 두 번은 5,000원에서 10,500원. 그리고 슬라브가 13.3배. 카드샵 정가(15,000원) 기준으로는 9.3배입니다.
골 D. 로저 OP09-118 SEC는 더 짧은 간격입니다. 8월 3일 "[미등급]" 표기로 14,000원에 낙찰됐고, 8월 6일 "(MINT 9)" 표기로 42,000원에 낙찰됐습니다. 사흘 만에 3배죠.
다만 8월 6일 건은 우리 DB에 등급 회사가 안 잡혔습니다. 제목에만 상태 표기가 있어요. 슬라브인지 판매자의 자체 상태 표기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저는 슬라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것도 제목 한 줄이 근거의 전부입니다.
⚠️ 값이 이상하면 제목을 먼저 읽으세요
1. 야마토 ST13-016 · PSA 10 · 250,000원 (8월 4일 마감)
카드샵 정가는 200원입니다. 배율로 치면 1,250배로, 이 글 최고 기록이 됩니다. 그런데 경매 제목이 "피치모모코 일러스트 야마토 PSA10"이에요. 우리 DB의 ST13-016은 「3형제의 유대」 스타트덱 커먼이고, 특별 일러스트 판본이 따로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같은 번호를 공유하는 별개 상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위 배율 표에서 뺐습니다.
2. 「오버 히트」 OP01-086 · CCG 10 · 35,000원
제목이 "니벨아레나 쁘 오버히트 레비아 SPR CCG10". 원피스 카드가 아닙니다. 다른 게임 카드가 이름이 같아서 붙었습니다.
3. 우타 P-011 · ARS 10 · 514,860원
이건 낙찰가가 아니라 온라인 판매글 호가입니다. 실거래 통계에서 뺐습니다. 등급 카드 검색하면 이런 호가가 낙찰가처럼 섞여 나옵니다.
이런 함정이 유독 등급 카드에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기념 프로모, 쿠지 특전, 특별 일러스트 판본이 본판과 같은 카드 번호를 씁니다. 그런데 값은 수십 배씩 다르죠. 지난번 호가 대해부에서 다뤘던 문제가 슬라브에서 더 심해집니다.
저라면 이렇게 합니다
① 10점 확신이 없으면 감정을 안 보냅니다.
근거는 위의 9점 표입니다. 비싼 아트 카드 9점 다섯 건 중 넷이 카드샵 정가보다 싸게 팔렸습니다. 0.46배까지 내려간 건도 있죠. 감정비와 왕복 배송비는 따로 나갑니다. 10점을 못 받으면 그냥 손해예요. 반대로 200~600원짜리 기념 카드는 10점만 받으면 4만~19만원 띠에 들어갑니다. 여기가 슬라브를 보낼 자리입니다.
② 1,725만원은 저에게 아직 "시세"가 아닙니다.
표본이 단 한 건이고, 경매가 아니라 즉구 판매입니다. 즉구는 경쟁 없이 판매자가 부른 값에 성립합니다. 같은 판본이 한 번 더 팔려야 이게 값인지 알 수 있어요. 게다가 어느 판본인지도 제목 한 줄에 걸려 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기록으로만 적어두고, 다음 거래를 기다리겠습니다.
투자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오를지 내릴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값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데이터로 보입니다. 희귀 판본이 한 축, 상태 보증이 다른 축. 두 축이 곱해질 때만 큰 숫자가 나옵니다. 한 축만 밀면 100만원 선에서 멈춥니다.
다음에 볼 것
8월은 원피스 카드 달입니다. 8월 21일 한글판 OPK-14 「창해의 칠걸」이 나오고, 하루 뒤 일본에서 4주년탄 OP-17이 나옵니다. OP-17에는 SEC 위에 새 최상위 레어도 「트레저 레어」가 처음 들어갑니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생기죠. 트레저 레어에 10점이 붙으면 이 표의 1위가 또 바뀔까요. 오늘 만든 계단대로라면 새 판본 × 최고 등급이 정확히 그 조합입니다. 9월에 이 표를 다시 들고 오겠습니다.
세 줄 정리
· 한글판 실거래 최고 기록은 1,725만 5천원. 레드 망가 루피 PSA 10, 7월 31일 즉구 판매. 2위의 16배.
· 슬라브 프리미엄은 싼 카드에만 크게 붙습니다. 200원짜리는 수백 배, 수십만원짜리는 1배 근처거나 손해.
· 등급 회사는 다섯 곳(BRG·CCG·PSA·CGC·ARS)이고 BRG가 64%. 회사별 우열은 표본이 얇아 아직 모릅니다.
카드별 시세와 실거래 이력은 collectory.cc에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