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시라무는 블랙인데 하얀 용입니다
블랙 버전 표지는 흰 레시라무, 화이트 버전 표지는 검은 제크로무 — 뒤바뀐 이름과 색의 이유, 그리고 한국에 나온 레시라무 카드 9장의 실제 낙찰가
블랙 버전인데 표지는 하얗다
포켓몬스터 블랙 버전을 사서 표지를 다시 본 적 있으신가요? 표지의 용은 새하얗습니다. 이름은 레시라무. 반대로 화이트 버전 표지에는 새까만 용, 제크로무가 있습니다. 이름과 색이 뒤바뀐 채로 15년 가까이 팔렸습니다.
저도 이번에 자료를 찾다가 처음 눈치챘습니다. 흔한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정교하네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나무위키에는 두 가지 설이 나옵니다. 하나는 한자 麗(고울 려)와 일본어 白む(하얘지다)를 합쳤다는 설. 다른 하나는 영어 레이디(Lady)와 일본어 시로(白, 하양)를 합쳤다는 설입니다. 개발진 인터뷰에서 '시라'는 하양(시로)에서 왔다고 밝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공식 도감 번호는 643번. 분류는 백양(白陽) 포켓몬입니다. 카드 하단에도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 "전국도감 NO.643 백양포켓몬, 키 3.2m, 몸무게 330.0kg".
원래는 용 한 마리였다
포켓몬 신화에 따르면 하나 지방을 세운 쌍둥이 형제가 용 한 마리를 함께 부렸습니다. 형은 진실을 믿었고, 동생은 이상을 믿었습니다. 둘의 생각이 갈라지자 용도 둘로 갈라졌습니다. 진실 편에 선 흰 용이 레시라무, 이상 편에 선 검은 용이 제크로무입니다.
남은 조각은 어디로 갔을까요. 큐레무입니다.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해 홀로 남았다는 설정입니다. 몸도 온전치 않습니다 — 날개는 좌우 길이가 다르고, 입은 얼어붙어 있습니다.
세 마리를 도교의 삼재 사상에 빗댄 해석도 있습니다. 레시라무는 양(陽)과 불, 제크로무는 음(陰)과 전기, 큐레무는 그 사이(무극)와 얼음을 맡았다는 겁니다.
색이 뒤바뀐 표지, 실수가 아니었다
다시 표지 이야기로 돌아가면, 저는 이걸 실수가 아니라 태극 문양을 그대로 옮긴 설계라고 봅니다. 태극에서 흰 바탕엔 검은 점이, 검은 바탕엔 흰 점이 박혀 있습니다. 블랙 버전(검은 바탕)에 흰 용, 화이트 버전(흰 바탕)에 검은 용을 넣은 것도 같은 원리로 읽힙니다. 게임 속에서도 반대로 배치됩니다. 블랙에서는 라이벌 N이 제크로무를 쓰고, 플레이어가 레시라무로 맞섭니다.
이 뒤바뀐 조합은 후속작에서 정리됩니다. 블랙2 표지는 레시라무 대신 블랙큐레무, 화이트2 표지는 제크로무 대신 화이트큐레무로 바뀌었습니다. 이제야 이름과 색이 맞아떨어지죠.
카드로 보는 레시라무
한국에 정식 발매된 레시라무 카드는 지금까지 37장입니다. 이 중 실거래·판매 기록이 남은 카드를 9장 추려봤습니다. 가장 싼 카드가 6,000원, 가장 비싼 카드가 150,000원. 25배 차이입니다.
| 카드 | 세트 | 가격 | 구분 | 날짜 |
|---|---|---|---|---|
| 레시라무ex BWR | 화이트플레어 | 150,000원 | 판매중(크림) | 8/14 |
| 레시라무GX HR | 드래곤스톰 | 120,000원 | 판매중 | 5/6 |
| 레시라무GX SSR | GX 울트라샤이니 | 70,000원 | 낙찰(카페) | 5/25 |
| 레시라무 SR | 샤이니 컬렉션 | 62,000원 | 낙찰(카페) | 6/16 |
| 레시라무ex SAR | 화이트플레어 | 56,000원 | 낙찰(카페) | 8/16 |
| 레시라무EX | 배틀 강화 60장 덱 | 40,000원 | 낙찰(카페) | 8/11 |
| 레시라무 R | 에메랄드 브레이크 | 35,000원 | 판매중 | 5/9 |
| 레시라무GX SR | 드래곤스톰 | 26,000원 | 낙찰(브레이크) | 7/19 |
| 레시라무 | 25주년 기념 컬렉션 | 6,000원 | 낙찰(브레이크) | 6/10 |
표에서 낙찰은 네이버카페 경매에서 실제로 거래된 값이고, 판매중은 아직 안 팔린 호가입니다. 지금 가장 비싼 15만원짜리 화이트플레어 BWR은 판매중 가격이지, 낙찰가가 아닙니다. 저라면 지금 이 카드를 15만원 주고 사지는 않겠습니다. 같은 세트의 SAR 등급 실제 낙찰가는 5만 6천원이었으니까요.
2012년 배틀 강화 60장 덱부터 2025년 화이트플레어까지, 레시라무는 13년째 꾸준히 카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오래 나온다고 다 비싸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25주년 기념 컬렉션 카드는 낙찰가 6천원에 그쳤습니다.
참고로 EX 배틀 부스트에 실린 레시라무EX(낙찰 6만원)는 이번 목록에서 뺐습니다. DB에는 한국판으로 등록돼 있는데, 실제 이미지를 열어보니 일본어 카드였습니다. 판본 표기가 꼬인 사례라 확인 전까지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무리
표지가 뒤바뀐 사연 하나가, 알고 보니 태극 문양이었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두 가지 설이 붙어 있었고요. 우연이 아니었네요. 레시라무를 갖고 계시다면, 이번엔 표지부터 다시 한번 보시길.
collectory.cc에서 레시라무를 포함한 포켓몬카드 한국·일본·미국 시세를 한눈에 비교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