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락 몸속에서는 뇌도 심장도 못 찾았습니다
레지락 얼굴의 점 일곱 개는 점자이고, 몸속 바위는 세계 각지에서 왔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2010~2025년 카드와 아직 얇은 시세까지 살펴봤습니다.
전국도감 0377번, 레지락입니다. 분류는 바위산포켓몬. 키 1.7m, 몸무게 230kg. 2002년 루비·사파이어에서 레지아이스·레지스틸과 함께 처음 나왔습니다. 그런데 2025년 나온 배틀파트너즈 카드 하단에 이런 문구가 붙었습니다. "최신 과학 기술을 구사하여 바위 몸을 조사했지만 뇌나 심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20년도 더 된 포켓몬을, 최신 과학으로 다시 조사했다는 설정입니다. 결과는 실패. 이 카드 한 장 때문에 레지락 자료를 다시 뒤졌습니다.
얼굴의 점 일곱 개는 장식이 아닙니다
레지락 얼굴에는 점이 일곱 개 박혀 있습니다. 이게 그냥 무늬인 줄 알았는데, 점자입니다. 호연 지방 사막 유적에서 레지락을 만나려면 방 안 벽의 점자를 읽어야 문이 열립니다. 루비·사파이어판은 "오른쪽, 오른쪽, 아래, 아래. 그리고 괴력을 쓴다", 에메랄드판은 "왼쪽, 왼쪽, 아래, 아래. 그리고 바위깨기를 쓴다"로 문구가 다릅니다.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 세 유적 모두 돌들이 방을 빙 둘러싸고 있는데, 이 배치 자체가 각 레지의 점자 얼굴을 본뜬 모양이라고 합니다.
유적에 들어가기도 전에 퍼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막 유적 문은 처음부터 열려 있지 않습니다. 그 전에 134번 수로에 있는 '고시의 석실'에서 먼저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벽에 적힌 점자는 "최초에 시라칸, 마지막에 고래왕, 그리하여 모든 것이 열린다"는 뜻입니다(에메랄드는 시라칸과 고래왕 순서가 반대). 실제로 파티 첫 칸에 시라칸, 마지막 칸에 고래왕을 넣고 벽 앞에 서야 레지 삼형제가 잠든 세 유적의 문이 한꺼번에 열립니다. 파티 순서를 맞추는 조건이라니, 꽤 짓궂네요. 그 다음에야 위에서 말한 유적 안쪽 점자 퍼즐이 시작됩니다. 레지 삼형제는 3세대 통틀어 손꼽히게 번거로운 포획 대상이었습니다.
몸속 바위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
2020년 전설의 고동 037/076 카드 하단에는 "몸을 이루는 암석과 같은 것이 세계 곳곳의 여러 지층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2023년 VSTAR 유니버스 075/172는 한 걸음 더 갑니다. "몸의 모든 부분이 바위로 되어 있다. 몸이 깎이더라도 스스로 바위를 붙여서 치료한다." 즉 싸우다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 근처에서 아무 돌이나 주워 붙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는 설정도 여기서 나옵니다. 저는 이 설정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세계 각지의 돌이 대체 어떻게 한 몸에 모였는지는, 카드도 게임도 끝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발견됐다는 사실만 반복해서 적어 놓을 뿐입니다.
능력치도 쌍둥이처럼 설계됐습니다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은 종족값 합이 580으로 셋 다 똑같습니다. 그런데 배분이 정반대입니다. 레지락은 방어 200에 특수방어 100, 레지아이스는 반대로 특수방어 200에 방어 100입니다. 레지스틸은 방어·특수방어 둘 다 150으로 딱 중간을 탑니다. 공격 대 특수공격도 마찬가지로 서로 뒤바뀌어 있습니다. 이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숫자를 이 정도로 정확히 맞바꿔 놓은 건, 애초에 세 마리를 한 세트로 설계했다는 뜻이니까요.
카드로는 15년 동안 조용히 나왔습니다
2010년 DP 확장팩 고대의 수호자 27/40부터 2015년 밴디트링, 2017년 초차원의 침략자·GX 배틀부스트, 2018년 창공의 카리스마, 2022년 스페이스 저글러까지. 한글판만 세어도 15년 동안 꾸준히 카드가 나왔습니다. 그사이 이 카드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는 아이하라 카즈아키·나가사와 신·kawayoo·요시다 아야카·군지마 소이치로·우타까지 최소 여섯 명입니다. 화려한 리메이크나 특별 일러스트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매번 꾸준히, 기본 포켓몬 한 장씩으로 나왔습니다.
시세는 아직 얇습니다
콜렉토리 DB로 레지락 한글판 13종을 전부 조회했습니다. 카페 경매 낙찰 기록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인기 포켓몬이 아니다 보니 아직 표본 자체가 안 쌓인 셈입니다. 대신 쇼핑몰 호가는 있습니다. 2020년 전설의 고동 037/076이 900원부터 6,800원 사이, 위 프로모 카드가 9,500원 정도입니다. 다만 이 값은 올해 6~7월에 찍힌 오래된 호가라, 지금 시세와 같다고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표본이 이 정도면 단정보다는 그냥 '싸다'는 말이 맞습니다.
대륙을 끌고 다녔다는 거인이 만들었다는 포켓몬치고, 레지락은 조용합니다. 몸속에 뇌도 심장도 없다는 설정도, 카드값도, 다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 밋밋함이 오히려 레지 시리즈답죠.
포켓몬카드 시세는 collectory.cc에서 실거래와 호가를 나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페 경매 낙찰 기록은 경매 게시판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