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렝가가 뛰어드는 자리가 카직스의 사냥터입니다
리프트바운드 렝가 12장과 카직스 8장을 전부 펼쳐놓고 카드에 인쇄된 문장을 읽었습니다. 두 사냥꾼은 서로를 잡아먹게 설계돼 있었고, 벤데타 쇼케이스 22장은 통째로 원한 관계 11쌍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회 우승 프로모가 왜 0원인지도요.
리프트바운드 표에서 렝가는 12장, 카직스는 8장입니다. 스무 장. 값이 붙은 건 0장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값 이야기를 잠깐 뒤로 미뤘습니다. 대신 스무 장을 화면에 전부 띄워놓고 카드에 인쇄된 글자를 읽었어요. 그러다 한 문장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렝가가 뛰어드는 자리, 카직스가 노리는 자리
언리쉬드 세트의 두 장입니다. 왼쪽이 렝가 - 전리품 사냥꾼(UNL-120), 오른쪽이 카직스 - 진화하는 사냥꾼(UNL-119). 번호가 하나 차이입니다. 도메인도 둘 다 신체, 레어도도 둘 다 에픽, 코스트도 둘 다 5. 이름에는 나란히 사냥꾼이 붙어 있고요.
렝가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는 적 유닛이 있는 전장에도 낼 수 있다 — 그곳에 내 유닛이 없어도." 혼자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카드입니다.
그리고 카직스의 다른 판본, 진화하는 공포(UNL-143)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내가 공격하거나 방어할 때, 이곳의 적 유닛이 혼자라면 이번 턴 +2 힘과 경험치 2를 얻는다."
한 장은 혼자 뛰어들라고 만들어졌고, 다른 한 장은 혼자 있는 놈을 잡으라고 만들어졌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본 분이라면 이 그림이 익숙할 거예요. 카직스의 패시브가 원래 고립된 적에게 강해지는 능력이고, 렝가는 수풀에서 혼자 튀어나오는 챔피언이니까요. 원작의 상성이 카드 문장으로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입니다. "혼자(alone)"가 규칙상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코어 룰 PDF를 아직 못 구했어요. 카드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위 해석이 되지만, 실제 대전에서 이 조합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궁극기를 서로 다르게 번역했다
두 챔피언에게는 각자의 시그니처 주문이 한 장씩 있습니다. 사냥의 전율(UNL-184)과 공허의 습격(UNL-202). 둘 다 코스트 2입니다.
둘 다 원작에서는 은신 궁극기입니다. 그런데 카드에는 은신이라는 말이 한 글자도 없어요. 대신 둘 다 "옮긴다"로 바뀌었습니다. 사냥의 전율은 아군 유닛을 추방했다가 비용 없이 아무 전장에나 다시 내려놓고, 공허의 습격은 아군을 하나 옮긴 다음 적까지 하나 끌고 갑니다.
여기서 두 사냥꾼의 성격이 갈립니다. 렝가는 자기 편만 데리고 다닙니다. 카직스는 먹잇감을 끌고 옵니다. 저는 이 대비가 이 세트에서 제일 잘 짜인 부분이라고 봅니다.
플레이버 문구도 나란히 놓으면 재밌어요.
"이거 참 근사한 사냥이군!" — 렝가
"널 먹으면, 죽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 카직스
리더 두 장, 즉발과 축적
렝가 - 추적하는 사자(UNL-183)는 유닛을 낼 때마다 아무 유닛에게 그 턴 +1 힘을 줍니다. 조건이 없어요. 그냥 즉시 터집니다.
카직스 - 공허의 약탈자(UNL-201)는 전투에서 이길 때마다 경험치를 1씩 모읍니다. 1을 쓰면 유닛을 강화하고, 2를 쓰면 지친 아군을 본진으로 되돌립니다.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한쪽은 지금 터뜨리고, 다른 쪽은 이겨서 쌓습니다. 원작에서 렝가가 흉포 스택을 한 번에 쏟아붓고 카직스가 진화 포인트를 모으는 것과 같은 구조예요. 카드 두 장의 설계가 캐릭터 두 명의 습관을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이 짝이 이 세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렝가와 카직스는 벤데타 세트에도 나란히 있습니다. VEN-179 렝가, VEN-180 카직스. 또 연번이에요.
여기서 저는 "설마" 하고 그 앞뒤를 전부 꺼내 봤습니다. 벤데타 쇼케이스 유닛 구간은 VEN-167부터 188까지 딱 22장입니다. 짝수로 끊어 보면 이렇습니다.
| 번호 | 두 사람 | 관계 |
|---|---|---|
| 167 · 168 | 바이 · 징크스 | 갈라선 자매 |
| 169 · 170 | 제드 · 쉔 | 같은 스승, 갈린 길 |
| 171 · 172 | 리븐 · 드레이븐 | 둘 다 녹서스 (?) |
| 173 · 174 | 스웨인 · 이렐리아 | 침공한 쪽과 막은 쪽 |
| 175 · 176 | 제이스 · 빅토르 | 동료였다가 갈라짐 |
| 177 · 178 | 레넥톤 · 나서스 | 형제 |
| 179 · 180 | 렝가 · 카직스 | 서로를 사냥 |
| 181 · 182 | 갱플랭크 · 일라오이 | 둘 다 빌지워터 (?) |
| 183 · 184 | 다이애나 · 레오나 | 달과 태양 |
| 185 · 186 | 케일 · 모르가나 | 쌍둥이 자매 |
| 187 · 188 | 암베사 · 멜 | 어머니와 딸 |
11쌍입니다. 그중 9쌍은 대놓고 원한 관계예요. 나머지 두 쌍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븐과 드레이븐, 갱플랭크와 일라오이는 같은 지역 사람이긴 한데 서로 칼을 겨눈 사이라고 부르긴 애매하거든요. 억지로 끼워 맞추진 않겠습니다.
이름표까지 서로를 보고 있어요. 케일은 "정의로운 자", 모르가나는 "앙심 품은 자". 암베사는 "존경과 공포의 대상", 멜은 "저항하는 영혼". 세트 이름이 벤데타, 그러니까 원한입니다. 아트 카드 22장을 통째로 그 주제에 맞춰 짰다는 뜻이죠.
참고로 언리쉬드 쪽 연번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UNL-119와 120이 붙은 건 신체 도메인 에픽 챔피언 유닛이 그 둘뿐이라 자동으로 그렇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벤데타 쪽 배열이 훨씬 의도적으로 보여요.
스무 장이 전부 0원인 이유
이제 값 이야기입니다. 렝가 12장, 카직스 8장, 전부 0원.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우리 표에서 챔피언과 리더 카드는 488장 중 값이 붙은 게 15장뿐이거든요.
그런데 이 스무 장 중 두 장은 자리가 좀 다릅니다.
둘 다 렝가 프로모입니다. 왼쪽은 2026년 5월 소환사 스커미시 상위 8인, 오른쪽은 그 대회 우승자에게 준 판본이에요. 그림도 문장도 완전히 같고, 우승자판만 오른쪽 위에 CHAMPION 배너 한 줄이 더 붙습니다. 기본판과 달리 테두리 없이 그림이 카드 끝까지 나가는 것도 눈에 띄고요.
그러니까 렝가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이 게임 대회의 얼굴이었습니다. 카직스는 그런 적이 없어요.
여기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저는 대회 상위 입상자만 받는 카드니까 값이 세게 붙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우리 표의 프로모 카드 149장 중 값이 붙은 건 56장인데, 그중 53장이 매장 주간 이벤트인 넥서스 나이트 프로모입니다. 참가만 하면 받는 그 카드요.
대회 프로모는 3월분(밤의 끝자락), 4월분(수호 천사), 5월분(렝가), 6월분(릴리아) 전부 0원입니다. 한 장도 예외가 없어요.
값이 붙은 프로모의 얼굴들입니다. 티모 스토어 데모 프로모 21,807원, 요네 프리 리프트 프로모 5,021원, 그리고 넥서스 나이트 프로모의 천장인 새끼 거미 326원. 매장에서 뿌린 카드는 값이 있고, 대회에서 이겨야 받는 카드는 값이 없습니다.
이게 제 오늘 결론입니다. 지금 이 게임에서 값이 붙는다는 건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에 돌아다닌다는 뜻입니다. 100원짜리 매장 프로모는 수천 명이 받아서 남는 걸 내놓으니 값이 잡히고, 대회 우승 카드는 받은 사람이 그냥 갖고 있으니 값 자체가 안 생깁니다. 0원은 싸다는 신호가 아니에요. 아직 아무도 안 팔았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저라면 이 스무 장을 지금 되팔 계산으로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값이 낮아서가 아니라 잴 수가 없어서입니다. 렝가 우승자 프로모가 몇 장 풀렸는지 공식이 밝힌 적이 없고, 5월 대회 참가자 수도 모릅니다. 장수를 모르는 채로 희소성 이야기를 하는 건 그냥 기분입니다.
플레이용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두 사냥꾼의 기본 판본은 쇼케이스까지 포함해 부스터에서 나오는 카드니까요. 사냥의 전율과 공허의 습격을 각각 넣은 덱을 마주 앉혀 보면 위에서 읽은 문장들이 실제로 어떻게 부딪히는지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게 더 궁금해요.
9월 18일 이후에 다시 재겠습니다
렝가는 카직스보다 한 세트 먼저 나왔습니다. 스피릿포지드의 덮치는 자가 첫 등장이고, 카직스는 언리쉬드가 데뷔예요. 그래서 12 대 8입니다. 사냥꾼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죠.
9월 18일에 오리진 한글판이 나옵니다. 국내 물량이 돌기 시작하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숫자들이 처음으로 흔들릴 거예요. 그때 다시 확인할 숫자를 여기 적어둡니다.
· 렝가 12장 + 카직스 8장 = 0원 20장
· 챔피언·리더 488장 중 값 15장
· 대회 프로모(소환사 스커미시) 값 0장
세 숫자 중 하나라도 움직이면 그 이야기를 따로 쓰겠습니다. 카드값 확인은 collectory.cc에서 하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