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색조가 라이코·앤테이·스이쿤을 되살린 탑은, 원래 루기아의 둥지였습니다
애니메이션 1화에 게임보다 먼저 나온 칠색조, 그리고 라이코·앤테이·스이쿤을 되살린 탑의 전설과 2010~2026년 카드 시세를 정리했습니다.
지우가 피카츄와 함께 처음 여행을 떠나던 날, 포켓몬 애니메이션 1화 얘기입니다. 폭풍우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고, 그 위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날아갔습니다. 포켓몬 도감은 이 포켓몬을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아직 등록되지 않은 포켓몬도 있다"는 설명만 나왔죠. 이 새가 칠색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에 포켓몬 도감보다 먼저 나왔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이 애니메이션 1화는 1997년에 나왔습니다. 칠색조가 게임에 정식으로 등장한 금·은 버전은 1999년입니다. 2년 넘게 먼저 얼굴을 비춘 셈이죠. 칠색조는 "게임에 나오기도 전에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전설의 포켓몬 1호"라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트레이너의 포켓몬 도감도 이 새를 못 알아봤습니다. 설정상으로도 그랬던 겁니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포켓몬이었으니까요.
이름은 '봉황' 대신 '일곱 빛깔'을 택했습니다
일본어 이름 ホウオウ(호오)는 한자 鳳凰(봉황)을 그대로 읽은 겁니다. 전설의 새 봉황에서 따온 이름이죠. 영문 이름 Ho-Oh도 이 발음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한글 이름만 다른 길을 갔습니다. 칠색조 — 일곱 색깔의 새. 원래 뜻인 '봉황' 대신, 무지갯빛 날개라는 생김새를 이름에 박았습니다. 저는 이게 꽤 과감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뜻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아예 새 이름을 지은 거니까요.
디자인 모티브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뼈대는 불사조(피닉스)고, 깃털 색을 칠한 방식은 중국 신화 속 상서로운 새 봉황이나 사신 중 주작을 닮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성 '재생력'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불사조는 원래 죽었다 되살아나는 새입니다.
탑이 불타자, 라이코·앤테이·스이쿤이 태어났습니다
이번 주 내내 레지락·레지아이스·레지스틸, 그리고 이들을 만들었다는 레지기가스를 다뤘습니다. 칠색조에게도 자기가 되살린 포켓몬 셋이 있습니다.
성도지방 인주시티에는 탑이 두 채 있었습니다. 칠색조가 사는 방울탑,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탑 하나. 전설에 따르면 루기아는 원래 그 옆 탑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150년 전, 번개가 그 탑에 떨어졌습니다. 루기아가 불을 끄려고 바람을 불렀는데 오히려 불이 커졌습니다. 다시 비를 불렀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탑 안에 있던 이름 없는 포켓몬 세 마리가 불 속에서 죽었습니다. 칠색조가 내려와 이들을 되살렸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게 라이코·앤테이·스이쿤입니다. 번개·불·비 — 탑을 무너뜨린 세 가지 힘을 하나씩 상징한다고 하죠.
루기아는 그 뒤 바다로 떠났습니다. 탑은 다시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 자리엔 폐허만 남아 있고, 이름도 '불탄탑'입니다.
불 속에서 죽은 세 마리가 원래 어떤 포켓몬이었는지는 공식 설정에 없습니다. 이브이의 진화형(쥬피썬더·부스터·샤미드)이었을 거라는 추측이 팬들 사이에 돌지만,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이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이 인주시티 에피소드들이 통째로 편집됐습니다. 일본색이 너무 짙다는 이유였죠. 체육관전도, 전통 무용수도, 불탄탑도, 칠색조가 셋을 되살리는 장면도 한국 TV판에선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저는 게임으로 먼저 접했던 터라,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고서야 한국 방영분에서 통편집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루기아와 한 쌍, 금·은의 얼굴입니다
칠색조와 루기아는 '타워 듀오'로 묶입니다. 칠색조는 하늘, 루기아는 바다의 수호신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포켓몬스터 금 버전 표지는 칠색조였고, 은 버전 표지는 루기아였습니다.
카드로 본 16년, 가격은 제각각입니다
콜렉토리 DB에 등록된 한글판 칠색조 카드는 26장입니다. 2010년부터 2026년까지 걸쳐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카페·break 경매에서 실제로 낙찰 기록이 있는 카드는 8장뿐입니다. 나머지 18장은 호가만 있거나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가장 오래된 2010년 DP 보이지 않는 힘 칠색조(08/40)부터 그렇습니다. 실거래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16년 전 카드라 유통량이 적은 건지, 그냥 거래가 안 잡힌 건지는 데이터만으로 구분이 안 됩니다.
2016년 천공의 분노 EX SR(088/080)에는 이상한 지점이 있습니다. 등급 BRG7짜리가 5만7천원에, 무등급이 3만6천원에 팔렸습니다. 등급이 낮아도 등급이 붙으면 더 비싼 게 보통인데 거꾸로입니다. 표본이 2건뿐이라 등급 프리미엄이 뒤집힌 건지 그냥 우연인지,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2017년 어둠을 밝힌 무지개 GX SR(053/051)도 기록은 2건뿐입니다. 3천원(7월)과 2만3천원(9월). 격차만 확인했습니다.
2019년 GX 울트라샤이니 SSR(210/150)은 사흘 만에 값이 크게 뛴 사례입니다. 무등급 2만2천원짜리가 사흘 뒤 BRG9 등급으로 8만1천원에 낙찰됐습니다. 등급 하나로 3.7배입니다.
2021년 25주년 기념 컬렉션 N등급(004/028)도 가볍게 볼 카드는 아닙니다. 레어도가 낮은데 2,500원부터 1만2천원까지 오갔습니다. 레어도가 낮다고 변동까지 작은 건 아니라는 뜻이죠.
2022년 백열의 아르카나 V(080/068)의 특성 이름은 '부활의 불꽃'입니다. 트래쉬에 있다가 한 번만 쓸 수 있는 기술인데, 이름부터 라이코·앤테이·스이쿤을 되살린 그 전설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2025년 열풍의 아레나 심향의 칠색조 ex는 SAR(086/063)과 UR(090/063) 두 버전으로 나왔습니다. SAR은 4월부터 이번 달까지 낙찰이 12건 쌓였습니다. 무등급 평균은 약 2만원인데 PSA10 평균은 9만6,500원입니다. 등급을 매기면 5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저라면 이 카드는 무등급으로 사서 직접 등급을 맡기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PSA10끼리도 값이 다릅니다. 9월22일 12만원이던 게 9월30일엔 7만3천원이었습니다. 같은 등급, 같은 카드인데 8일 만에 39% 떨어졌습니다. 표본이 2건이라 떨어지는 추세인지 그날 우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짝꿍인 UR(090/063)은 변동폭이 더 큽니다. 무등급만 놓고 봐도 4,500원부터 2만7천원까지, 6배 차이가 납니다.
칠색조 카드 전체 시세는 콜렉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고, 네이버카페 경매 낙찰 현황은 콜렉토리 경매 게시판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