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기아, 이름의 절반은 진주에서 왔다
펄기아 이름의 유래와 신화 속 사연, 그리고 카드 시세를 한글판·일판·북미판으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포켓몬 다이아몬드를 산 사람은 표지에서 디아루가를 봤고, 펄을 산 사람은 펄기아를 봤습니다. 신오 지방의 창세신을 반씩 나눠 가진 포켓몬인 거죠. 어제 디아루가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그 짝꿍입니다.
이름은 진주에서 왔다, 그 다음이 문제다
펄기아(パルキア)의 어원은 나무위키와 일본 위키 자료, Bulbapedia를 같이 찾아봐도 결론이 하나로 안 모입니다. 다만 겹치는 부분은 있습니다. 앞부분 '팔(パル)'이 진주를 뜻하는 영어 pearl에서 왔다는 데는 여러 자료가 동의합니다. 일본어는 L과 R을 구분하지 않으니 pearl이 파루(パル)가 되고, 로마자로 다시 옮기면 Palkia가 됩니다.
문제는 뒷부분입니다. 빛을 뜻하는 라틴어 lux가 붙었다는 설, 두 명의 통치자가 나눠 다스리는 체제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dyarchia에서 왔다는 설, 빛의 여신 이름이 섞였다는 설까지 나옵니다. 이름을 찾아보다가 저도 꽤 헷갈렸는데, 어느 쪽도 공식 확인은 아닙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진주라는 뿌리만 확실하고 나머지는 추측입니다.
디아루가와 계속 싸우는 이유
신오/히스이 신화에서 아르세우스는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시간을 다스리는 디아루가, 공간을 다스리는 펄기아, 반물질을 다스리는 기라티나가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셋 다 오리진폼이 '진짜 모습'이라는 설정도 같습니다. 펄 클랜은 펄기아를 아르세우스로 착각하고 '전능한 신오'라 부르며 섬겼다고 하죠.
둘이 계속 싸우는 이유는 사실 별거 아닙니다. 아르세우스가 강림하기 전 조짐 때문에 시간의 영역과 공간의 영역이 겹쳐버렸고, 디아루가와 펄기아는 서로 자기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오해해서 싸움이 붙은 겁니다. 신들의 다툼이라기엔 좀 허무한 이유죠.

이 카드가 실려 있던 한국판 부스터 이름이 「시공의 격돌」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충돌, 딱 이 신화 그대로입니다. 2010년 발매작으로, 최근 실거래가는 80,000원(한글판)입니다.
2007년 여름, 극장에서 만난 디아루가 VS 펄기아
디아루가와 펄기아가 처음 제대로 격돌하는 장면은 극장판 10번째 작품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에서 나옵니다. 일본 개봉일은 2007년 7월 14일입니다. 이 프로모 카드는 그 영화 상영관에서 나눠준 특전인데, 카드 자체에 박힌 날짜와 영화가 실제로 걸린 날짜는 다른 이야기라는 점은 짚어둡니다. 유통 시점과 개봉 시점을 같은 걸로 보면 안 됩니다.

이 극장한정 프로모(일판)의 최근 실거래가는 480,568원입니다. 다만 이 값이 스닉덩크 매물 하나로 잡힌 가격이라, 저라면 이걸 기준가로 못 믿습니다. 표본이 하나면 시세가 아니라 그날의 호가일 뿐입니다.
오리진폼이 되면 왜 켄타우로스가 될까
펄기아는 물/드래곤 타입인데, 오리진폼이 되어도 타입은 그대로입니다. 바뀌는 건 겉모습뿐이죠. 기본형은 갑옷을 두른 이족보행 드래곤인데, 오리진폼은 다리 네 개짜리 켄타우로스 같은 형태로 완전히 달라집니다. 해외 매체들은 이걸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나 페가수스에서 따온 디자인으로 봅니다.
이 디자인은 저도 좀 뜬금없다고 봅니다. 히스이는 일본 느낌이 강한 지역인데, 거기서 갑자기 그리스 신화 모티브가 튀어나오니까요. 다만 '전투 모드에서 벗어난 신 본연의 모습'이라는 설정 의도는 이해가 갑니다.

이 오리진폼 VSTAR UR(일판, VSTAR 유니버스)의 실거래가는 204,920원, PSA10 등급가는 207,536원입니다. 등급을 매겨도 값이 크게 안 뛰는 건 원본 UR 자체가 이미 비싼 카드라서 그렇습니다.
시세로 보는 펄기아
펄기아 카드 중 값이 튀는 건 역시 오래된 카드입니다. 2008년 「Great Encounters」의 펄기아 LV.X(북미판)는 최근 실거래가 160,800원, PSA10 등급가는 2,769,003원까지 나옵니다. 어제 다룬 디아루가 LV.X(같은 세트, 같은 시기)도 등급가가 원가의 10배 넘게 뛰던 걸 봤는데, 이 시기 LV.X 카드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패턴 같습니다.
2018년 「울트라 포스」의 펄기아 GX HR(일판)은 156,088원, PSA10은 434,256원입니다. GX 시절 물건이라 아직 저평가 구간이라고 봅니다.

제일 비싼 건 셋을 한 장에 담은 카드입니다. 「얼터제네시스」의 아르세우스&디아루가&펄기아 GX SR:SA(일판)는 774,974원, PSA10 등급가는 1,467,100원까지 갑니다. 창세신 셋이 한 장에 모였으니 사람들이 값을 더 얹어주는 것도, 저는 이해가 갑니다.

이름의 절반은 진주, 나머지 절반은 아직도 논쟁 중. 신화 속 싸움의 이유는 생각보다 허무했고, 오리진폼은 뜬금없이 켄타우로스가 됐습니다. 그래도 카드 시세는 꾸준히 창세신다운 값을 받고 있습니다. 개별 카드 시세와 등급별 실거래가는 콜렉토리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