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곤 때문에 포켓몬 방송이 넉 달 멈췄습니다
포켓몬 역사상 유일하게 방송 사고를 낸 폴리곤, 진화 방식부터 다크 폴리곤2 실거래가까지 살펴봤습니다.
사람이 만든 유일한 포켓몬
폴리곤은 전국도감 No.137입니다. 게임 설정상 실프주식회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포켓몬이죠. 손으로 낳은 게 아닙니다. 프로그램으로 태어났습니다.
몸 전체가 다각형(폴리곤)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름도 그대로 폴리곤입니다. 케이블만 있으면 컴퓨터 안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설정도 그래서 붙었습니다.
1997년, 폴리곤이 방송을 세웠습니다
1997년 12월 16일, 일본 애니메이션 38화 "전뇌전사 폴리곤" 편이 문제가 됐습니다. 피카츄가 미사일을 향해 십만볼트를 쏘는 장면이었습니다. 화면이 빨강과 파랑으로 빠르게 번쩍였습니다. 이걸 본 아이들 수백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사건을 '포켓몬 쇼크'라고 부릅니다. 애니메이션 방송은 약 넉 달간 중단됐습니다. 그 38화는 지금까지 재방영된 적이 없습니다. 정식 영상으로도 나온 적이 없죠.
폴리곤 본인은 사실 그 장면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화면 연출이었지, 폴리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제목에 이름이 박혔습니다. 이 포켓몬은 한동안 애니메이션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는 이게 폴리곤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화가 아니라 설치입니다
폴리곤은 레벨업으로 진화하지 않습니다. '업그레이드'라는 아이템을 들고 통신교환을 하면 폴리곤2가 됩니다. '이상한디스크'를 들고 교환하면 폴리곤Z가 되죠. 몸이 자라는 게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를 새로 까는 셈입니다.
도감 설명은 더 노골적입니다. 이상한디스크를 판 상인은 출처가 불분명했습니다. 그걸 붙인 폴리곤Z는 "프로그램이 폭주해서 성격이 이상해졌다"는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도감 설명에 대놓고 오작동을 언급하는 포켓몬은 흔치 않습니다.
카드에도 이 설정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폴리곤Z(AR)의 특성 이름은 '버그 터보'입니다. 공격 이름은 '이상발열', GX 기술은 '페이털에러GX'죠. 게임 텍스트에 대놓고 '버그'라는 단어를 넣은 포켓몬은 폴리곤Z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드값은 얼마입니까
일반 폴리곤과 폴리곤2 코먼 카드는 사실 볼 게 없습니다. 워낙 흔한 카드입니다. 믿을 만한 실거래 자체가 거의 안 잡힙니다.
대신 폴리곤Z(AR, SV4M 077/066)은 다릅니다. 실거래가 좀 쌓여 있습니다. 네이버쇼핑에서 3~6월 사이 열세 건이 잡혔는데 1,500원~5,800원 사이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번개장터에서 팔린 옛날 레어 카드(XY7, 067/081)가 7,880원이었습니다. 최신 AR보다 오히려 비싸게 팔렸습니다. 최신판이 항상 더 비싼 건 아니라는 뜻이죠. 저는 이 결과가 좀 의외였습니다.
폴리곤Z GX(프로모, 156/SM-P)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믿을 만한 실거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판 구형 카드로 가면 값이 확 달라집니다. 다크 폴리곤2(일본판, 네오 데스티니 Holo Rare)는 세트 정식 명칭부터가 '어둠으로부터의 도전자'입니다. 이름 그대로 '오염된' 폴리곤2인 셈이죠. 스낵런크 실거래를 보면 무등급 상태 나쁜 카드는 3,000엔~7,000엔대에 팔렸습니다. PSA10은 6만엔~13만엔대에 팔렸습니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최고 매물은 ARS10+ 등급 25만엔짜리입니다.
같은 네오 시리즈의 폴리곤2 No.233(일본판, 네오 리버레이션 Holo Rare, 2001년 3월 일본 발매)도 비슷합니다. 무등급 카드가 2,500엔에 팔렸습니다. PSA10은 올해 2월 5만엔, 3월 6만9,999엔, 6월 7만2,000엔으로 조금씩 올랐습니다. 다만 이건 딱 세 건뿐입니다. 진짜 오름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표를 만들다가 저도 두 번 다시 확인했습니다.
폴리곤은 지금도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 포켓몬이 아닙니다. 사람이 만든 인공 포켓몬이라는 설정, 진화 대신 아이템을 설치한다는 설정, 그리고 실제로 방송 사고를 낸 역사까지 겹쳐 있는 캐릭터입니다. 다른 포켓몬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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