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린 이름은 사실 푸딩이었다
포켓몬 39번 푸린, 이름의 정체는 푸딩이었다. 마이크로 노래해 재우고 낙서로 복수하는 개그 설정의 유래와 콜렉토리 DB로 본 2012~2025년 푸린·푸크린 카드 매물가.
포켓몬 39번, 푸린. 분홍색 풍선 몸에 파란 눈, 마이크처럼 생긴 매직펜을 들고 다니는 그 캐릭터다. 노래를 부르면 상대가 잠들고, 잠든 걸 보면 화를 낸다. 얼굴에 낙서를 한다. 이 개그는 유명한데, 정작 이름의 진짜 뜻은 잘 안 알려져 있다.
이름은 사실 푸딩이었다
일본어 원명 プリン(푸린)은 커스터드 푸딩을 뜻하는 그냥 일본어 단어다. 정답은 푸딩이다. 한국어판 '푸린'은 이 발음을 그대로 가져왔다. 번역이 아니라 음차다.
영어판은 다르다. Jigglypuff — jiggly(흔들리는)와 puff(부풀다)를 합친 완전히 새 이름이다. 푸딩이라는 원래 뜻은 버렸다. 게임프리크 마스다 준이치는 이 캐릭터의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서구 시장에서 안 먹힐까 봐 걱정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디자인을 바꾸는 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원래 모습 그대로 갔고, 이름만 새로 지었다.
저는 이 대목이 재밌습니다. 한 캐릭터를 두고 세 나라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썼다는 뜻이니까요. 일본은 뜻 그대로, 한국은 발음 그대로, 미국은 아예 새로 짓기 — 번역 방식 자체가 세 갈래로 갈린 드문 사례입니다.
마이크 들면 다 잡니다
첫 등장은 1997년 애니메이션 EP045 '푸린, 노래를 불러라!'다. 매직펜을 마이크처럼 쥐고 노래를 부르면, 잠들지 않는 특성이 없는 한 상대는 전부 잠든다. 전설의 포켓몬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노래를 듣다 잠들면 푸린은 그걸 무시로 받아들인다. 몸을 부풀리고 화를 내며, 들고 있던 펜으로 잠든 얼굴에 낙서를 한다. 지우 일행은 이 낙서를 여러 번 당했다. 그런데도 푸린은 노래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인지 시리즈 내내 이들을 쫓아다닌다.
콜렉토리 DB에 있는 카드 설명 문구에도 이 설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9년 더블블레이즈 커먼 카드엔 "푸린 저마다의 노래에 담겼다"는 문구가, 2020~2021년 카드엔 "부르는 노래는 서식하는 지방에 따라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여기서 하나 정정한다. 푸린이 피카츄 이전 마스코트 후보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찾아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초기 마스코트 후보로 만화에 그려졌던 건 삐삐(클레피어리)였다. 푸린은 애니메이션 개그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을 뿐, 공식 마스코트 후보로 거론된 기록은 찾지 못했다.
진화는 세 단계, 전부 이름에 '푸린'이 있다
진화 계보는 푸푸린(아기 포켓몬, 2세대에서 추가) → 푸린 → 푸크린이다. 푸푸린은 친밀도가 높은 상태로 레벨업하면 푸린이 되고, 푸린은 달의 돌을 쓰면 푸크린이 된다.
세 이름 전부 プリン(푸딩)이 어근이다. 푸푸린(ププリン)은 푸딩 앞에 의태어를 하나 더 붙인 조어, 푸크린(プクリン)은 통통하다는 뜻의 의태어 ぷくぷく와 푸딩을 섞은 조어라는 설명이 붙는다. 세대가 하나씩 지날 때마다 이름이 부풀어 오르는 셈이다.
2013년 6세대(X·Y)부터는 페어리 타입이 생겼다. 푸푸린·푸린·푸크린 셋 다 노말 타입을 유지한 채 페어리를 추가로 얻었다. 같은 시기 페어리로 바뀐 스너블·그랑블 등은 노말을 완전히 버렸는데, 왜 이 계보만 노말을 남겼는지는 게임프리크가 따로 설명한 적이 없다. 이건 저도 모른다.
커비는 아니다
스매시브라더스에 처음부터 참전했다는 것, 분홍색에 파란 눈, 몸을 부풀릴 수 있다는 것 — 커비와 겹치는 지점이 많다. 실제로 팬아트에서 둘을 엮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완전히 남남이다. 푸린은 게임프리크·포켓몬컴퍼니, 커비는 HAL 연구소 소속이다. 회사도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다. 스매시브라더스에서 구르기·노래하기 같은 모션 일부를 공유하는 정도가 접점의 전부다.
저는 둘을 헷갈리는 게 이해는 갑니다. 실루엣만 보면 진짜 비슷하니까요. 그래도 같은 계보로 두는 건 틀린 정보입니다.
콜렉토리 DB로 본 푸린, 2012~2025
가격을 정리하다 저도 한 번 놀랐는데, 국내 발매 카드로 보면 푸린은 거의 해마다 얼굴을 비쳤다. 2012년 헤일 블리자드부터 2025년 인페르노X까지, 매년 커먼 카드로 재수록됐다.
| 연도 | 세트 | 등급 | 매물가 |
|---|---|---|---|
| 2019 | 더블블레이즈 | C | 200원 |
| 2021 | 마천퍼펙트 | C | 500원 |
| 2023 | 포켓몬 카드 151 | C | 300원 |
| 2024 | 샤이니트레저 ex | S(샤이니) | 5,000원 |
| 2025 | 인페르노X | C | 600원 |
전부 매물가 기준이다. 카페 경매 낙찰 같은 실거래 기록은 못 찾았다. 13년 치를 모아도 대부분 몇백 원대에 머문다. 표본이 얇아서가 아니라, 원래 이 계보가 커먼 위주라 비싸질 이유가 별로 없어서다.
진화형 푸크린은 사정이 다르다
진화형 푸크린은 조금 다르다. 2023년 「포켓몬 카드 151」 푸크린ex SR은 매물가가 대부분 2,500~5,800원에 몰려 있다. 그 위로 12,000원, 21,870원(쿠팡 경유), 25,000원(tcgbox) 세 건이 튀는데, 전부 다른 판매자의 단발 매물이라 대표값으로 보긴 무리가 있어 제외했다.
2025년 인페르노X 푸크린 AR은 break 경매 낙찰 기록이 있다. 6월 14일 2,000원, 6월 19일 1,500원, 6월 22일 5,000원, 7월 22일 21,000원, 8월 4일 1,500원. 다섯 건뿐이라 추세라고 부르긴 어렵다. 그래도 한 달 사이 낙찰가가 10배 넘게 오간 건 사실이다.
일본 빈티지 프로모는 결이 다르다
2004년 메이지제과 세븐일레븐 프로모(ADV-P 061)와 2009년 챌린지히로바 프로모(DPt-P 047), 두 장은 국내 유통 카드가 아니라 일본판이다.
일본 마켓 스니커덩크 매물가로, 세븐일레븐 프로모는 PSA10 등급이 87만 원대, 등급 없는 매물이 17만 원대다. 챌린지히로바 프로모는 PSA9가 49만 원대인데, PSA 8등급 이하 매물이 오히려 65만 원대로 더 높게 올라와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매물 하나의 특이값일 수 있다.
둘 다 실거래가 아니라 매물가다. 낙찰이 확정된 기록은 찾지 못했다. 시세라기보다는 '지금 올라와 있는 값' 정도로 읽는 게 맞다.
커먼 카드 몇백 원짜리부터 일본 빈티지 프로모 매물가 87만 원까지, 같은 도감번호 39번 안에서도 이 정도 폭이 나온다. 다음엔 푸린과 자주 묶이는 삐삐(클레피어리) 계보를 따로 다뤄볼 생각이다. 콜렉토리에서 더 많은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