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 이야기 — 원래 국민 마스코트는 삐삐였다? '번쩍임+찍찍' 이름의 비밀과 XY BREAK 20주년 피카츄ex PSA10 464만원
피카츄라는 이름은 '피카피카(번쩍임)'와 '츄츄(쥐 울음소리)'를 합친 의성어 조어다. 원래 마스코트 후보는 삐삐(클레피어리)였지만 색상 때문에 자리를 내줬고, 지우의 피카츄는 라이츄 진화를 거부하며 20년 넘게 이어지는 서사를 만들었다. XY BREAK 20주년 기념 피카츄ex SR은 무등급 200만원, PSA10은 464만원까지 거래된다.
포켓몬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노란 몸에 빨간 볼을 가진 이 녀석을 떠올린다. 그런데 정작 피카츄가 왜 피카츄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왜 프랜차이즈의 얼굴이 됐는지는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원래는 다른 포켓몬이 그 자리에 앉을 뻔했다는 사실도. 30년 가까이 쌓인 뒷이야기를 카드와 함께 풀어본다.
이름의 비밀 — '번쩍임'과 '찍찍' 소리를 합친 말
피카츄(ピカチュウ)라는 이름은 사실 뜻이 있는 단어가 아니라 의성어 두 개를 이어붙인 조어다. 디자이너 니시다 아츠코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전기가 튈 때 나는 소리를 뜻하는 '피카피카(ピカピカ)'와 쥐 울음소리를 뜻하는 '츄츄(チュウチュウ)'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굳이 풀어쓰면 '번쩍번쩍 찍찍이' 정도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 이름이 한국어판에서도 거의 그대로 쓰인다는 점이다. 앞서 다룬 전설의 새 삼형제(썬더·프리져·파이어)는 영어판 이름(Zapdos·Articuno·Moltres)과 한국어판 이름이 서로 다른 경로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반면 피카츄는 애초에 뜻을 옮길 필요가 없는 순수 의성어라서 일본어·영어·한국어 표기가 발음까지 거의 동일하다 — 번역이 아니라 그대로 들여온 셈이다. 참고로 몸집이 작은 실제 동물 '피카(pika, 우는토끼)'와는 이름만 비슷할 뿐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도 니시다 본인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사실은 쥐가 아니라 다람쥐였다
도감 분류상 피카츄는 '쥐 포켓몬'이다. 그런데 정작 디자인 원안은 다람쥐에서 출발했다. 니시다 아츠코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다람쥐에 푹 빠져 있어서 통통한 볼을 갖게 하고 싶었다. 다람쥐 꼬리도 귀여워서 꼬리를 달아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전기를 저장하는 그 볼주머니도 사실 다람쥐가 볼에 먹이를 채워 넣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번개 속성을 표현하고 싶어서 꼬리만큼은 지그재그 번개 모양으로 그렸다.
정작 최초 스케치는 다람쥐도 아니고 위아래로 길쭉한 '다이후쿠(찹쌀떡)' 같은 모양에 귀만 달린 형태였다는 후일담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에 이름이 먼저 붙고, 그 다음 게임 기획자 타지리 사토시가 "전기쥐"라는 분류를 나중에 붙였다 — 디자인은 다람쥐, 이름은 의성어, 분류는 쥐라는 3단 조합인 셈이다.
원래 마스코트 자리는 삐삐 것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초기 만화판에서 시리즈의 얼굴로 밀던 포켓몬은 피카츄가 아니라 분홍색 요정 포켓몬 삐삐(클레피어리)였다. 귀엽고 그리기 쉽고 이미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삐삐는 마스코트 후보 1순위였다.
흐름을 바꾼 건 색상이었다. 삐삐의 분홍색은 당시 기준으로 여자아이 쪽으로 치우친 색이라는 판단이 나왔고,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남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란색의 피카츄를 택했다. 실제로 당시 관계자 쿠보 마사카즈는 "따뜻한 디자인, 위협적이지 않은 색,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얼굴, 아이들이 발음하기 쉬운 울음소리, 귀여운 외형"이라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피카츄가 이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란색은 눈에 잘 띄는 원색이라 브라운관 TV로도 알아보기 쉽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삐삐는 마스코트 자리를 내주고, 피카츄가 포켓몬 프랜차이즈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라이츄로 진화하지 않겠어" — 지우의 피카츄가 만든 전설
애니메이션 1화부터 지우의 어깨에 올라탄 피카츄는 이후 시리즈 내내 진화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시작은 무인편 14화 '천둥의 대결'. 라이츄를 앞세운 체육관 관장 마츠와에게 크게 패한 뒤 손에 쥔 번개의돌 앞에서, 피카츄는 스스로 진화를 거부한다. 지우도 그 선택을 존중하며 "이기기 위해 진화하는 건 마츠와의 라이츄와 다를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설정은 20년 넘게 이어져 최신 시리즈 '포켓몬 재팬(Journeys)'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된다. 극 중 지우는 "내 피카츄는 피카츄인 채로 더 강해지고 싶어 한다"고 못 박는다. 같은 에피소드에서 동료 캐릭터가 새로 잡은 피카츄가 라이츄로 진화해버리는 장면과 대비되면서, '진화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이런 서사 덕분에 지우의 피카츄를 모티브로 한 카드는 늘 인기가 높다. 빨간 야구모자를 쓴 지우의 피카츄 프로모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명탐정부터 갓팩까지 — 세대를 넘나든 표정들
피카츄는 게임·애니메이션 밖에서도 계속 새 얼굴을 얻었다. 2019년 실사 영화 '명탐정 피카츄'에서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목소리를 맡은 걸걸한 아저씨 말투의 탐정으로 재해석됐고, 국내에도 이를 기념한 명탐정 피카츄 프로모 카드가 나왔다.
카드 팬들 사이에서는 별명이 붙는 경우도 흔하다. VSTAR 유니버스에 수록된 피카츄 AR은 부스터팩을 뜯었을 때 나올 확률이 극히 낮은 초고레어 카드라는 뜻에서 팬들이 '갓팩(God Pack)'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2021년 25주년 기념으로는 카드 4장을 이어붙여야 완성되는 초대형 카드 피카츄 V-UNION이 등장해 수십 마리 피카츄가 한 화면에 뛰노는 파노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소드&실드 시대에는 거대화 기믹 '거다이맥스'가 적용된 피카츄 VMAX가 나왔는데, 이 디자인은 초기 애니메이션 시절의 통통한 피카츄를 오마주했다는 점에서 올드팬들의 반응이 좋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르는 피카츄 시세
이름값답게 시세 스펙트럼도 넓다. 네이버카페 실거래 기준 가장 저렴한 축은 2만원대 프로모·커먼이고, 최상위권은 단 한 장의 무등급가가 200만원을 넘는다.
| 카드 | 세트 / 레어도 | 무등급 시세 | 등급가 |
|---|---|---|---|
| 지우의 피카츄 | 한국 프로모 | 22,000원 | - |
| 피카츄 AR | 포켓몬 카드 151 / AR | 23,750원 | CCG10 74,000원 |
| 피카츄 | 헤일 블리자드(2012) / C | 24,000원 | - |
| 피카츄 | X컬렉션(2014) / C | 35,000원 | - |
| 피카츄 AR (갓팩) | VSTAR 유니버스 / AR | 85,000원 | PSA10 325,000원 |
| 피카츄 V-UNION | 25주년 기념 컬렉션 / RRR | 100,250원 | BRG9 82,000원 |
| 피카츄 ex | 초전브레이커 / SAR | 130,000원 | PSA10 350,000원 |
| 명탐정 피카츄 | 한국 프로모 | 182,000원 | BRG10 305,000원 |
| 피카츄 VMAX | VMAX 클라이맥스 / CSR | 198,000원 | PSA10 308,800원 |
| 피카츄 EX | XY BREAK 20주년 / SR | 2,000,000원 | PSA10 4,648,500원 |
표 맨 아래 피카츄 EX(XY BREAK 베이스팩 20주년 기념)가 압도적이다. 무등급 상태로도 카페 실거래에서 215만원(5/3 마감 낙찰)에 거래됐고, 쇼핑몰에서는 PSA10 등급이 464만 8,500원까지 매물이 잡힌다. 20주년 기념으로 극소량만 유통된 프로모성 카드라 무등급과 등급가 모두 22,000원짜리 지우의 피카츄와는 200배 넘게 차이가 난다. 반대로 초전브레이커 피카츄 ex SAR은 7월 26일 마감 카페 경매에서 PSA10이 35만원에 낙찰돼 최근 한 달 새 등급가가 꾸준히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2012년 헤일 블리자드의 소박한 커먼부터 2026년 스타트 덱 100의 당첨 SAR까지, 피카츄는 14년 넘게 매 시리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삐삐 대신 노란 마스코트를 택한 그날의 선택이 지금까지도 포켓몬카드 매대 한복판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