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급 감정에 보낼 카드는 비싼 카드가 아닙니다
한글판 원피스 등급 슬라브 실거래 60건을 전부 세어봤습니다. 10점 낙찰가는 회사를 가리지 않고 10만~17만원에 모이고, 9점과 10점 사이는 2.6배. 도착점이 같으니 200원짜리 기념 카드는 100~500배가 되고 10만원 넘는 아트는 중앙 1.0배, 즉 본전입니다.
오늘 아침 경매 두 건이 나란히 마감됐습니다. 몽키 D. 루피 SR 한 장이 170,000원, 니코 로빈 SR 한 장이 160,000원. 둘 다 PSA 10점 슬라브에 담긴 카드였습니다.
같은 번호의 한글판 무등급 카드는 국내 카드샵에서 각각 8,000원과 7,000원입니다. 20배가 넘죠. (판매된 건 북미판이라 무등급 대조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짚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카드도 보내볼까?
한글판 원피스 카드의 등급 슬라브 실거래를 전부 모아봤습니다. 60건. 많지 않지만 방향은 꽤 뚜렷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제가 예상한 것과 반대였습니다.
먼저, 슬라브가 뭔지
등급 감정(그레이딩)은 카드를 감정 회사에 보내 상태를 점수로 매기고, 그 점수를 적은 라벨과 함께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밀봉해 돌려받는 서비스입니다. 이 케이스를 슬라브라고 부릅니다.
점수는 10점 만점. 모서리·표면·인쇄 중심·광택을 각각 보고 종합합니다. 한 번 밀봉하면 다시 뜯지 않는 게 전제라 슬라브 카드는 덱에 못 씁니다. 보관용이자 거래용입니다.
한글판 원피스 실거래에 등장한 회사는 다섯 곳입니다. BRG · CCG · CGC · PSA · ARS. 60건 중 BRG가 37건으로 가장 많고, PSA 10건, CCG 8건, CGC 4건, ARS 1건입니다.
도착점은 대체로 같은 자리입니다
회사별·점수별로 낙찰가 중앙값을 냈습니다.
| 등급 | 건수 | 낙찰 중앙값 | 최저 | 최고 |
|---|---|---|---|---|
| BRG 10 | 25 | 100,000원 | 40,000원 | 1,088,000원 |
| CCG 10 | 7 | 169,000원 | 35,000원 | 300,000원 |
| CGC 10 | 3 | 140,000원 | 90,000원 | 200,000원 |
| PSA 10 | 10 | 165,000원 | 50,000원 | 17,255,000원 |
| BRG 9 | 11 | 38,000원 | 18,000원 | 271,000원 |
| CGC 9 | 1 | 80,000원 | — | |
| CCG 9 | 1 | 30,000원 | — | |
| BRG 8 | 1 | 24,000원 | — | |
10점 46건의 중앙값이 회사를 가리지 않고 10만~17만원 사이에 모여 있습니다. 회사별 우열은 표본이 얇아서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BRG 25건 대 CGC 3건이면 비교가 안 되니까요.
제가 주목한 건 그 다음입니다. 도착점이 이 자리라면, 출발점이 쌀수록 이득이라는 뜻이 되죠.
9점과 10점 사이가 2.6배
BRG 기준 10점 중앙값 100,000원, 9점 중앙값 38,000원. 2.6배입니다.
이건 표본이 섞여 있으니 반박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깨끗한 증거를 찾았습니다. 같은 카드가 같은 날 두 점수로 팔린 건이 하나 있더군요.
| 카드 | 등급 | 마감일 | 낙찰가 |
|---|---|---|---|
| 이치방쿠지 루피 (OP13-001) 카드샵 무등급 500원 | BRG 10 | 7월 17일 | 134,500원 |
| CCG 10 | 7월 27일 | 100,000원 | |
| CCG 10 | 7월 28일 | 100,000원 | |
| BRG 9 | 7월 17일 | 52,500원 |
같은 날 마감된 BRG 10점과 9점이 134,500원 대 52,500원. 2.56배입니다. 중앙값으로 낸 2.6배와 거의 정확히 겹치죠.
그리고 열흘 뒤 다른 회사 10점 두 장이 각각 10만원에 붙었습니다. 회사가 달라도 10점끼리는 비슷한 자리에 서고, 9점은 그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10점이 안 나오면 계산이 통째로 무너집니다.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입니다.
출발점별 지도
무등급 카드샵 판매가를 출발점으로 두고, 슬라브 낙찰가를 도착점으로 둔 배율입니다. 네 구간으로 갈리더군요.
① 카드샵 200~600원 구간
| 카드 | 무등급 | 등급 | 낙찰가 | 배율 |
|---|---|---|---|---|
| 사보 (OP10-049, 레드 프로모) | 200원 | BRG10 | 100,000원 | 500배 |
| 나미 (ST01-007, 스토리지) | 400원 | BRG10 | 190,000원 | 475배 |
| 브룩 (OP01-022, 25주년) | 200원 | BRG10 | 89,000원 | 445배 |
| 징베 (ST01-005, 25주년) | 200원 | BRG10 | 72,000원 | 360배 |
| 에이스 (OP03-001, 리더) | 300원 | BRG10 | 92,000원 | 307배 |
| 루피 (OP13-001, 쿠지) | 500원 | BRG10 | 134,500원 | 269배 |
| 나미 (EB02-017, 가이드북) | 600원 | BRG10 | 130,000원 | 217배 |
| 로빈 (ST01-008) | 200원 | BRG10 | 40,000원 | 200배 |
| 상디 (OP01-013, 25주년) | 500원 | BRG10 | 99,000원 | 198배 |
| 보아 행콕 (OP13-051) | 500원 | BRG10 | 86,000원 | 172배 |
| 디아만테 (OP04-028) | 400원 | PSA10 | 50,000원 | 125배 |
| 블랙마리아 (ST04-011, 걸즈) | 200원 | BRG9 | 20,000원 | 100배 |
| 타시기 (OP02-105, 걸즈) | 500원 | BRG9 | 18,000원 | 36배 |
중앙 배율이 200배쯤 됩니다. 그런데 보세요. 배율이 큰 게 카드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출발점이 200원이라 그런 거죠.
② 카드샵 1,000~10,000원 구간
| 카드 | 무등급 | 등급 | 낙찰가 | 배율 |
|---|---|---|---|---|
| 제우스 (OP11-106) | 3,000원 | BRG10 | 600,000원 | 200배 |
| 나미 (OP02-036) | 5,000원 | PSA10 | 181,000원 | 36배 |
| 우타 (OP02-120, SEC) | 4,500원 | PSA10 | 118,000원 | 26배 |
| 조로 (OP01-025, SR) | 9,000원 | BRG10 | 60,000원 | 6.7배 |
| 삼형제 (OP13-007, SR) | 10,000원 | BRG10 | 63,000원 | 6.3배 |
제우스 한 장이 튑니다. 3,000원짜리가 60만원에 붙었어요. 이건 저도 설명이 안 됩니다. 같은 구간의 다른 카드들은 6~36배인데 혼자 200배니까요. 표본 하나라 법칙으로 쓰진 않겠습니다.
③ 카드샵 1만~5만원 구간
| 카드 | 무등급 | 등급 | 낙찰가 | 배율 |
|---|---|---|---|---|
| 유스타스 키드 (OP05-074) | 12,000원 | PSA10 | 150,000원 | 12.5배 |
| 에이스 (OP02-013_p3, SP) | 30,000원 | CCG10 | 300,000원 | 10배 |
| 조로 (OP06-118, SEC) | 15,000원 | CGC10 | 140,000원 | 9.3배 |
| 야마토 (OP01-121_p2, SP) | 35,000원 | CCG10 | 169,000원 | 4.8배 |
| 루피 (OP09-119, SEC) | 20,000원 | CGC10 | 90,000원 | 4.5배 |
| 야마토 (OP01-121_p1, SEC) | 20,000원 | BRG10 | 71,000원 | 3.6배 |
| 나미 (OP11-054, SR) | 10,000원 | BRG8 | 24,000원 | 2.4배 |
| 페로나 (OP06-093_p1) | 20,000원 | BRG10 | 41,000원 | 2.1배 |
| 나미 (OP09-050_p1) | 24,000원 | BRG9 | 38,000원 | 1.6배 |
| 시라호시 (OP12-102_p1) | 17,000원 | BRG9 | 28,000원 | 1.6배 |
| 루피 (OP11-118, SEC) | 35,000원 | BRG10 | 48,000원 | 1.4배 |
| 리무 (OP09-037_p2, SP) | 40,000원 | BRG10 | 51,000원 | 1.3배 |
| 보아 행콕 (OP01-078_p1) | 35,000원 | BRG9 | 32,000원 | 0.91배 |
중앙 배율 2.4배. 그리고 이 구간에서 처음으로 1배 아래가 나옵니다. 핸콕 SR 패러렐이 9점을 받고 카드샵가보다 싸게 팔렸죠.
④ 카드샵 10만원 이상 구간
| 카드 | 무등급 | 등급 | 낙찰가 | 배율 |
|---|---|---|---|---|
| 저격왕 (OP03-122_p2, 망가) | 450,000원 | BRG10 | 666,000원 | 1.48배 |
| 버기 (OP09-051_p2, 망가) | 550,000원 | BRG10 | 800,000원 | 1.45배 |
| 루피 (OP13-001_p1, 리더 패러렐) | 143,000원 | CGC10 | 200,000원 | 1.40배 |
| 시라호시 (EB01-057_p2, SP) | 150,000원 | CCG10 | 185,000원 | 1.23배 |
| 루피 (OP11-118_p2, 망가) | 1,000,000원 | BRG10 | 1,088,000원 | 1.09배 |
| 트라팔가 로 (OP10-119_p2, 망가) | 600,000원 | BRG10 | 635,000원 | 1.06배 |
| 레일리 (OP08-118_p2, 망가) | 600,000원 | BRG10 | 551,000원 | 0.92배 |
| 티치 (OP09-093_p3, 수배서) | 200,000원 | BRG10 | 161,000원 | 0.81배 |
| 도플라밍고 (OP01-060_p1, 리더) | 100,000원 | PSA10 | 75,000원 | 0.75배 |
| 트라팔가 로 (OP01-002_p1, 리더) | 80,000원 | BRG9 | 45,000원 | 0.56배 |
| 보아 행콕 (OP01-078_p2, SP) | 500,000원 | BRG9 | 271,000원 | 0.54배 |
| 나미 (OP01-016_p1, 패러렐) | 100,000원 | BRG9 | 46,000원 | 0.46배 |
12건의 중앙 배율이 1.0배입니다. 정확히 본전이죠.
여기서 계산이 뒤집힙니다. 감정 비용과 왕복 배송비는 따로 나가는 돈입니다. 배율이 1.0배라는 건 그 비용만큼 손해라는 뜻입니다.
10만원 위 구간에서 9점을 받은 네 장은 전부 카드샵가 아래로 팔렸습니다. 0.46 · 0.54 · 0.56 · 0.75배. 10점을 받은 여덟 장도 0.81~1.48배 사이에 있고요. 비싼 카드는 감정을 받아도 값이 거의 안 움직입니다.
200배가 되는 카드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①구간 표를 다시 보면 카드 이름 옆에 붙은 꼬리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25주년 · 스토리지 · 가이드북 · 쿠지 · 레드 프로모 · 걸즈 에디션.
전부 부스터 팩에서 나온 카드가 아닙니다. 기념 상품, 특전, 굿즈에 끼워 준 카드들이죠.
이런 카드는 무등급 카드샵가가 200~600원입니다. 흔해서가 아니라 덱에 쓸 일이 없어서요. 그런데 상태 좋은 물건이 시장에 드뭅니다. 부록으로 받아서 대충 굴러다니다 접히고 긁히니까요.
흔한데 깨끗한 게 드물다. 이 조합이 배율을 만듭니다.
반대로 망가 패러렐이나 SP 같은 고가 아트는 애초에 다들 조심해서 다룹니다. 슬리브에 넣고 토플로더에 끼워 보관하죠. 10점짜리가 흔하니 10점 프리미엄이 붙을 자리가 없습니다.
조심할 것 세 가지
① 같은 번호에 다른 카드가 섞입니다. 8월 4일 마감된 "피치모모코 일러스트 야마토 PSA10"이 250,000원에 팔렸는데, 이 번호(ST13-016)의 카드샵 카드는 200원짜리 스타트덱 커먼입니다. 특별 일러스트 판본이 같은 번호를 쓴 별개 물건이고요. 1,250배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② 아예 다른 게임이 들어옵니다. OP01-086 「오버 히트」에 CCG10 35,000원·CCG9 30,000원 두 건이 붙어 있는데, 판매 제목은 "니벨아레나 쁘 오버히트 레비아 SPR"입니다. 원피스 카드가 아니에요. 이름이 짧은 일반명사면 이런 게 잘 섞입니다.
③ 판본이 다릅니다. 글 첫머리의 오늘 낙찰 두 건은 북미판이고, 페로나 ARS10과 S-스네이크 CGC9는 일본판입니다. 무등급 대조군인 카드샵가는 한글판 기준이라 배율을 정확히 못 냅니다. 그래서 배율표에서 뺐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합니다
① 200~600원짜리 기념 카드는 보내볼 만합니다. 근거는 위의 13건입니다. 10점이 나오면 4만~19만원 구간에 서고, 9점이 나와도 1.8만~5.2만원입니다. 원본이 500원이니 최악의 경우도 감정비를 넘길 여지가 있죠. 다만 부록으로 받은 카드는 10점 확률이 낮습니다. 정말 뜯자마자 슬리브에 넣은 카드만 후보로 두세요.
② 10만원 넘는 아트 카드는 안 보냅니다. 근거는 12건 중앙 배율 1.0배, 그리고 9점 받은 네 장이 전부 카드샵가 아래로 팔린 기록입니다. 감정비를 얹으면 확실히 마이너스고, 10점이 나와도 상단이 1.48배입니다. 그림이 좋아서 케이스에 넣어 두고 싶다면 그건 다른 얘기입니다. 값 때문에 보내는 건 계산이 안 맞습니다.
참고로 감정 비용 자체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옵션(속도·보험 한도)에 따라 또 갈려서 한 숫자로 못 적겠더군요. 대신 보내기 전에 "이 카드가 슬라브에 담기면 얼마가 되나"부터 확인하시라고 표를 만들었습니다. 그 값에서 감정비를 빼는 건 각자의 견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표본이 얇다는 말도 해둡니다
60건입니다. 구간별로 나누면 5~13건씩이고요. 이걸로 "무조건 이렇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CGC 3건·CCG 8건은 회사 성향을 논할 수준이 아닙니다.
다만 방향 하나는 60건 내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슬라브 낙찰가의 도착점은 대체로 10만~20만원이고, 출발점이 그 근처면 남는 게 없다는 것.
8월 21일에 창해의 칠걸이 나옵니다. 신탄 카드는 발매 직후 상태 좋은 물건이 시장에 쏟아지니까, 그때 뜯은 카드를 감정에 보내는 건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이건 제 추측이고,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는 데이터가 쌓이면 다시 세어보겠습니다.
세 줄 정리
1. 10점 슬라브 낙찰가는 회사를 가리지 않고 10만~17만원에 모입니다. 도착점이 같으니 출발점이 쌀수록 이득입니다.
2. 9점과 10점 사이가 2.6배입니다. 같은 카드 같은 날 마감분으로도 2.56배가 확인됐고요. 10점이 안 나오면 계산이 무너집니다.
3. 200원짜리 기념 카드는 100~500배, 10만원 넘는 아트는 중앙 1.0배. 보낼 후보는 비싼 카드가 아니라 싼 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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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급 기준가는 국내 카드샵 판매가, 등급 낙찰가는 경매·직거래 실거래 기록입니다. 투자 조언이 아니며 값은 언제든 바뀝니다.
































